오버래핑에서 베이스볼 그립, 그리고 퍼팅집게그립까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줄여서 GAP라고 한다. Grip, Address, Posture가 그것이다. 그중 가장 앞에 있는 그립은 골프 스윙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립에 따라 어드레스가 달라지고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궤도가 달라진다. 릴리즈와 로테이션도 그립이 결정한다면 믿겠는가? 그래서 그립은 골프 스윙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이고, 골프 스윙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독학의 세계로 접어들 계획을 갖고 있더라도 처음 골프를 배울 때는 꼭 레슨을 받으라고 권하는 이가 많다. 위에서 말한 GAP 때문이다. 그립과 어드레스, 파스처를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이후 스윙의 모든 요소가 흐트러질 수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골프 또한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처음 그립을 잘못 잡으면 이후에 고치기가 정말 어렵다.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프로들도 수십 년간 매일같이 잡고 연습했던 그립을 바꾸는 것이 결고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처음 배울 때 좋은 그립, 내게 맞는 그립을 배워야 하고 그립을 수정할 때는 정말 골프의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느낌으로 그립을 잡아야 한다. 나는 다행히 두 번째 레슨 프로에게 배운 그립을 아직까지 잡고 있다. 위크 그립이 뉴트럴 그립으로 살짝 돌아가기는 했지만, 그때 잘 배운 그립을 아직까지 큰 수정 없이 잘 잡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립에 가해지는 힘을 분석하다 보면 그립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체크할 수 있고, 그립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립을 잡는 방법은 골퍼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크게 오버래핑과 인터라킹, 그리고 베이스볼 그립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퍼팅 그립은 오버래핑 그립에서 손가락의 위치만 바꾸면 된다. 대부분의 골퍼는 오버래핑 그립을 잡고, 인터라킹 그립은 타이거 우즈에 의해 유명해졌다. 힘이 약하거나 반대 스윙을 하는 골퍼, 여성 골퍼에게는 베이스볼 그립을 권하기도 한다. 나 역시 왼손잡이 반대 스윙을 하는 골퍼로서 한 때 베이스볼 그립을 한참 잡았던 적이 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이질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인터라킹 그립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인터라킹 그립을 잡고 있다. 새끼손가락이 짧아 약속하듯이 꼬지는 못하고 사이를 끼워서만 잡고 있는데, 베이스볼 그립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왼손 검지 손가락의 위치만 바뀐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립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그립을 이렇게 잡는 이유가 있다.
근육의 힘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근육의 길이, 근육의 두께, 그리고 근육이 뼈에 붙는 면적이다. 앞의 두 가지는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으나, 세 번째는 유전적으로 타고 나는 부분으로 노력으로 고칠 수 없으며 수술 등 어떤 방법으로도 타고난 면적을 바꿀 수는 없다. 주위에서 마르고 근육도 작은데 큰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호리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는데도 마치 이소룡처럼 큰 힘을 내고 잘 지치지도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통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근육이 뼈에 붙는 면적이 넓은 것이다. 한 발로 서는 것과 두 발로 서는 것, 두 발과 두 손으로 엎드리는 것 중에 어떤 자세가 가장 안정적이며 흔들림이 덜하겠는가? 지면과 밀착하는 부분이 넓을수록 안정적이고 흔들림에 잘 대처할 수 있다. 근육이 뼈에 붙는 면적은 우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일 뿐, 근육의 힘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골프를 오른손으로 치느냐, 왼손으로 치느냐 하는 질문이 많다. 그 질문을 하는 골퍼의 공통점은 내가 어떤 손으로 골프를 치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다. 오른손으로 골프를 치는 골퍼나, 왼손으로 골프를 치는 골퍼는 저 질문을 하지 않는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닌 탓이다. 그리고 오른손잡이 골퍼는 오른손의 힘이 더 강하고, 그 힘이 골프 스윙의 근간이 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립도 마찬가지다. 골프 클럽에 직접적으로 밀착되는 오른손의 면적이 오른손의 개입 정도를 결정한다. 오른손, 특히 오른 손바닥이 닿는 면적이 넓을수록 오른손의 개입이 커진다. 이 관점으로 위의 세 그립을 비교해 보자. 오버래핑 그립은 오른손 새끼손가락뿐만 아니라 오른 손바닥의 일부가 왼손등 위로 올라오면서 그립에 밀착되지 않는다. 베이스볼 그립은 오른손이 오롯이 그립에 밀착되며, 인터라킹 그립은 그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오른손의 개입 정도에 따라 그립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헛갈리는가? 그렇다면 퍼팅 그립을 생각해 보자. 위에서 설명했듯이 퍼팅 그립은 오버래핑 그립에서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왼손 검지 손가락의 위치가 바뀐 형태다. 오른손으로 그립을 완전히 잡은 후, 왼손이 오른손을 덮는 모양새다. 오버래핑 그립의 정확히 반대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퍼팅은 드라이버나 아이언, 웨지에 비해 오른손의 개입이 훨씬 많다는 것을 뜻한다. 오른손의 감각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오른손의 힘이 너무 강해 줄이고 싶다면? 오른손이 퍼터 그립에 닿는 면적을 줄이면 된다. 그것이 바로 집게 그립이다. 집게 그립은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의 일부분만이 퍼터 그립에 닿게 되며, 오른 손바닥은 그립과 완전히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일반 퍼팅 그립에 비해 오른손의 개입이 최소화된다. 오른손의 감각으로 퍼팅의 거리감을 잡는 게 힘들다면 집게 그립을 선택해 오른손의 개입을 줄이고 그만큼 섬세한 퍼팅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그립에 손이 닿는 면적으로 오른손과 왼손의 개입 비율을 정하고, 그것이 스윙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이것이 그립을 잡는 악력의 본질이다.
그다음은 그립의 형태다. 이것은 그립의 비밀 (2)에서 다룰 예정인데, 위크 그립과 뉴트럴 그립, 그리고 스트롱 그립에 대한 이야기다. 왼손을 돌려 잡는 정도로 구분하는 이 그립은 스윙 궤도에 영향을 미치고 구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내게 맞는 그립을 결정할 때 체크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왼팔 전완의 움직임이다. 왼팔 전완의 pronation과 supination 반경에 따라 그립을 결정하게 되면, 내게 더 편하고 자연스러운 그립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