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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돌이였던 내가 실력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스윙의 이해와 독학 골퍼의 함정

by 골프치는 한의사

나를 아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나와 한 번이라도 라운드를 다녀왔던 사람이라면 지금 내 글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외치고 다닐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 만도 하다. 나는 드라이버 슬라이스를 무려 8년간 잡지 못했던 사람이고, 구력 5년 차가 넘어가는 시점에 2년 동안 드라이버를 빼고 라운드를 다녔던 사람이다. 2년 동안 5번 우드와 20도 유틸로 티샷을 했고, 드라이버 커버도 벗기지 않아도 18홀을 마무리했던 적도 많았다. 그래서 스코어가 좋았냐고? 스코어가 좋았으면 전부 드라이버 한 번 정도는 쳐보라고 권하지 않았을까.


나는 여느 다른 골퍼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일반적인 골퍼라면 보통 일정한 스윙을 만들고 롱게임이 안정된 후에 어프로치와 웨지샷, 그리고 퍼팅을 다듬는 순서로 골프가 진화한다. 나는 정반대였다. 구력 8년 차가 되어가는 과정에서도 롱게임의 푸시 슬라이스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숏게임이라도 안정적이어야만 했고, 덕분에(?) 100미터 이내의 웨지샷과 어프로치, 퍼팅은 로우 핸디캐퍼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라고 자부한다. 물론 내 생각에 그렇다는 말이다. 잔디밥의 경험은 그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법이고, 롱게임이 잡힌 지금 라운드를 다시 나갔을 때의 플레이와 스코어를 확인해봐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무려 8년간 백돌이를 면치 못하던 나가 갑자기 스코어를 줄이고 롱게임을 잡을 수 있게 된 것은, 잠깐 매너리즘을 느끼던 골프에 다시 흥미를 느끼고 공부에 매진하면서 우연히 찾아낸 교정 포인트 때문이었다. 단 한 가지를 고침으로써 롱게임이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내 스윙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면서 비거리 향상은 물론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푸시 슬라이스의 늪에서 내 스스로를 건져낸 것이다. 연습장에서 쭉 뻗어가는 드라이버샷을 봤을 때의 그 감동이란. 더 이상 새 클럽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주는 행복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임에 분명했다. 물론, 나는 신상 드라이버를 장바구니에 담아뒀고, 설 명절이 지나면 결제할 예정이다. 최종 결정은 그때 가서 하겠지만 말이다.


내 롱게임의 문제는 세 가지였는데, 하나의 잘못된 이미지에서 파생된 세 가지 문제점이었다. 내 고질적인 문제는 탑볼이었는데, 이 문제는 스윙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오른발 뒤꿈치가 영혼 없이 떨어지는 것을 잡게 되면서 스윙이 한층 다이내믹해졌고 그 텐션이 클럽에 전달되는 법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다운블로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언의 탑볼이 그렇게 해결이 되면서 드라이버 샷 하나만 남게 되었는데, 이게 참 흥미롭다. 나같이 독학으로 골프를 배우고 연습하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잘못 이해하면, 평생 절대 못 고치는 문제점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고질적인 문제도 아니고, 내 몸의 문제도 아닌 단지 잘못된 스윙 이미지의 문제일 뿐이지만 말이다.


내 드라이버 샷의 세 가지 문제점은, 드라이버 페이스의 안쪽(힐)에 맞는 볼 포인트, 오른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푸시 슬라이스 구질, 그리고 8년 동안 한 번도 고치지 못한 치킨윙이었다. 심지어 잘 맞은 샷의 영상을 찍어봐도 치킨윙은 동일하게 관찰이 되었다. 푸시 슬라이스 구질인데 치킨윙이라니 앞뒤가 맞지 않는 거다. 페이스에 안쪽에 공이 맞는다는 건 얼리 익스텐션을 의미하는데, 오른발 뒤꿈치를 고치면서 얼리 익스텐션 또한 교정이 되었고 그래서 스윙 영상에서는 얼리 익스텐션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왜 안쪽에 맞고 푸시 슬라이스 구질이 나오고 치킨윙이 발생하는 거지? 여기에 내가 갖고 있던 스윙 이론의 혼재와 내 스윙 분석의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몸통은 뒤로 빠져서 회전하면서 팔은 인아웃 스윙궤도로 한 시 방향으로 밀어치고 있었던 것이다. 몸통은 페이드 샷 회전을 하면서 팔은 드로우 샷 스윙궤도를 그리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로테이션이 되려면 오른팔이 가제트처럼 길어져야 했고 그것이 재작년 겨울 내 오십견의 원인이었다. 왼손잡이라 오른팔의 움직임을 잘 컨트롤하지 못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내 판단이 완전히 틀렸던 것이다. 독학 골퍼의 한계가 여기서도 드러났다. 내 스윙 영상을 계속 찍어 분석하면서도 정작 내 몸의 느낌은 무시했고, 내 스윙을 본 아마추어 고수들은 전부 다른 포인트를 지적하고 있었다. 문제 파악도 틀렸고, 당연히 답도 틀렸다. 그러니 해결을 못하고 있었을 수밖에. 그렇게 흐른 시간이 자그마치 4년이었다……


다운스윙 이후 골반이 10시 방향으로 빠지면서 많이 열리고 팔은 인아웃 스윙궤도로 계속 진행하면서 손이 몸에서 멀어지면 로테이션이 불가능해진다. 로테이션을 하려면 오른팔을 뻗어야 하는데 이미 다 뻗어진 오른팔이 가제트도 아니고 더 뻗어질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깨 뒤쪽을 무리해서 늘렸고, 그것이 오십견의 원인이 되어 겨울 두 달을 통째로 쉬는 결과를 초래했다. 손이 몸과 일정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멀어지게 되면 손을 당겨서 일정 궤도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 동작이 바로 치킨윙이었던 거다. 그래서 인아웃 스윙궤도로 오른쪽으로 출발하는 공을 쳤는데도 치킨윙이 발생했던 거고, 자꾸 오른쪽으로 공을 출발시키려고 하니 페이스의 안쪽에 공이 맞게 됐던 거고, 그래서 기어 이펙트 효과로 오른쪽으로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푸시 슬라이스 구질이 반복되었던 거다. 이런 스윙 이미지를 고치지 않고 계속 갖고 있었으니 아무리 연습을 해도 구질이 교정될 리 만무했다. 아니, 오히려 몸에 익어서 더 고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답을 정해야 했다. 몸통의 회전을 닫고 등지고 드로우 구질을 구사하거나, 몸통의 회전을 최대화시켜 풀 페이드 샷을 구사하거나 하는 두 가지 방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풀 페이드 샷을 선택했다. 손과 몸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어너 디비에이션으로 클럽 헤드가 다운스윙에서 인으로 떨어지도록 만들었고 그로 인해 크게 휘어지지 않고 안정적인 페이드 샷을 구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풀 페이드 샷을 선택한 이유는 그 스윙이 내가 힘을 쓰기에 더 편한 스윙이기 때문이었다. 런이 오른쪽 90도로 구를 정도로 슬라이스가 심한 티샷으로도 200미터를 치던 나는 힘을 다 쓸 수 있는 드라이버 스윙을 그 누구보다 간절히 원했다. 비거리에 비해 턱없이 강한 샤프트인 6s 샤프트를 고집한 이유도 내가 힘을 다 쓰면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내 힘을 다 쓸 수 있는 스윙을 찾았고, 6s가 부끄럽지 않은 거리를 내보낸다. 하이킥 샤프트는 휘는 양을 줄여주어 안정적인 방향성을 확보해 준다.


내 문제점의 본질은 독학으로 공부했던 골프 스윙 이론이 뒤섞여있기 때문이었고, 골프 스윙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 없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드릴만을 연습하면서 스윙이 혼잡해졌기 때문이었다. 골프 스윙에 대한 이론이 하나로 선 지금은 유튜브 영상이나 레슨 등을 구별해 낼 수 있게 되었고, 드릴도 내게 맞는 드릴만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쳐지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는가? 레슨 프로를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나처럼 독학으로 문제를 해결해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 스윙 이론을 정립해라. 여러 번 강조하지만, 골프 스윙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내 골프 스윙에는 정답이 있다. 내 골프 스윙 이론을 정립하면, 8년을 고생했던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라. 눈부시게 밝고 따스하고 기분 좋은 세상이다. 마치 파란 하늘을 뚫고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듯 날아가는 내 티샷을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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