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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일까

국내 일류 골프 교습가들의 대담 후기

by 골프치는 한의사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간다. 앉은 채로 차분히 오늘 출근길에 들을 유튜브 영상을 골라 저장한다. 어제 방송된 예능 편집본이나 롤 게임의 분석 이야기, 가끔은 자기 계발이나 경영에 대한 영상들도 다운로드하여 듣곤 한다. 내용이 좋으면 출근해서 시간이 날 때 영상을 함께 시청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많이 저장하는 영상은 골프 레슨 영상이다.


나는 일산에서 강남까지 주 5일 자차로 출퇴근을 한다. 하루 평균 두 시간 반, 많으면 세 시간 정도를 운전하는데, 주로 찬양을 듣거나 저장해 놓은 유튜브 영상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거치대를 놓으니 자꾸 영상에 눈이 가서 마침 고장 난 거치대를 치우고 컵홀더에 핸드폰을 꽂아두곤 한다. 혼자 운전하는 시간이 적적하지 않아서 좋고 틀어 놓고 딴생각을 하기에도 좋다. 가족과 함께 차를 탈 때도 습관적으로 영상을 틀어놓았다가 핀잔을 듣기도 한다.


오늘 아침 알고리즘에 My고덕호 채널의 영상이 올라왔다. 국내 최고라 일컬어지는 골프 교습가 4명이 모여 대담을 나눈 영상이었는데, 교습가 개개인에 대한 흥미가 있어 영상을 다운로드하였다. 대담 영상이어서 듣기만 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스윙이나 드릴을 봐야 이해가 가는 영상들도 있으니까. 생각이 많아지면 영상이 자꾸 보고 싶어 지기 때문에 운전할 때는 팟캐스트처럼 듣기만 해도 되는 영상이 좋다.


서론이 길었다. 내용이 무척이나 유익하니 시간이 되신다면 꼭 찾아서 시청해 보시길 권한다. 대담에 출연한 교습가 중의 한 명인 이시우 프로는 나와 동갑내기다. 고진영, 박현경, 배소현, 김주형 프로 등 국내 최고의 성적을 올린 프로들을 가르치거나 가르쳤고, 리디아고 프로도 이시우 프로의 레슨을 받는다. 고진영 프로는 이시우 프로에게 레슨을 받기 전 꽤 오랫동안 고덕호 프로의 레슨을 받았기 때문에, 둘의 출연과 대화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탈골 스윙으로 유명한 나병관 프로와 국내 최고 교습가라 평가받는 염동훈 프로. 아마추어 레슨으로 유명해진 것이 아닌 진짜 프로 선수와 주니어 레슨으로 국내 최고라 일컫는 교습가들이다.


최근 스윙의 여러 트렌드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레슨에 대한 철학이나 제자들을 가르치고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두 번을 반복해서 들은 것 같다. 재미있게 듣고 있던 순간, 고덕호 프로의 한 마디가 마음에 깊이 들어와 꽂혔다.


“예전에는 골프가 참 쉬웠는데, 요즘은 골프를 참 어렵게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골프 스윙을 이해할수록, 저 문장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가 처음 골프를 배우고 유튜브에 빠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본 영상이 행복골프학교의 김 헌 교장선생님의 강의였다. 김 헌 선생님이 쓰신 책은 하나도 빠짐없이 소장하고 있고, 직접 만들어 보급하신 연습기 세트도 가지고 있다. 템포 마스터, 로테이션 마스터, 바디턴 마스터, 하나는 릴리즈 마스터였던가 타이밍 마스터였던가. 4종 연습기 세트에는 번호가 부여되어 있었는데, 한의원 창고에 모셔둔 내 번호는 20번이다. 이후 몬스터 연습기였던가, 나무로 된 커다란 연습기도 받침대와 함께 책장 한쪽에 벽에 기대어 있다. 지금도 진료가 끝나면 한 번씩 꺼내서 휘두르곤 한다.


김 헌 교장선생님의 모토는 항상 ‘스윙은 줄넘기보다 쉽다’였다. 그래서 하루 300개의 빈 스윙, 통합 만 개의 빈 스윙을 하면 골프가 쉬워진다고 했다. 진작 할걸, 왜 그땐 그게 그렇게 하기 싫었을까. 빈 스윙 300개가 만만하지는 않지만, 시간은 5년 이상 줄여줬을 텐데 말이다. 골프는 본능이었고, 스윙은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했다. 몇몇 문장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시드니를 봐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스윙은, 그리고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스윙은 그에 비하면 인체 공학 수준이다. 어깨와 상완은 분리되어야 하며, 상완과 전완도 분리되어야 한다. 힌징은 유지하되 코킹은 풀어주어야 하며, 골반은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익스텐션 되면서 열려야 한다. 리센터, 스쿼팅, 킥, 샬로잉, 어너 디비에이션 등 특정 스윙 동작을 설명하는 용어들이 넘쳐난다. 복잡하다. 쉽지 않다. 효율적이라는 건 단순하고 쉬운 원리로 몸이 움직이는 것을 의미할 텐데, 왜 골프 스윙은 그렇게도 어려워진 것일까.


바디턴 스윙 이론이 발생된 이유가 무엇일까? 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탁월한 교습가가 만들어낸 탁월한 스윙 이론일까? 단순한 마케팅일 뿐일까?


권영후 박사님의 골프 스윙 생체 역학은 PGA 선수들의 스윙을 분석하면서 발전해 왔다.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어떻게 스윙을 하는지, 어떤 원리로 스윙을 했을 때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지 각각의 동작에서 벡터값을 추출해 완성시킨 이론인 것이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작은 힘을 사용해 큰 힘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작은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관성에서 유리하고, 큰 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긴 비거리를 획득할 수 있다. 그래서 복잡해진 것일까?


PGA에서 바디턴 스윙을 제일 먼저 했다고 알려진 프로 골퍼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다. 몰리나리는 왜 바디턴 스윙을 했을까? 본인의 드로우 구질, 아니 훅 구질을 페이드 구질로 고치기 위해서였다. 몸을 많이 쓰면 몸의 왼쪽이 많이 열리고, 임팩트 이후 채가 인으로 빠지기가 수월해진다. 페이드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스윙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바디턴 스윙을 하는 프로들은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컨벤셔널 스윙은 드로우 구질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두자. 바디턴 스윙의 가장 큰 니즈는 바로 페이드 구질에 있다는 것이다.


컨벤셔널 스윙으로 페이드 구질을 만들어낼 수 없거나, 바디턴 스윙으로 드로우 구질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것이 더 유리할까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일까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스윙이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골프 스윙의 정답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8년을 슬라이서로 살아왔지만, 필드에서 오른쪽으로 가는 공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손목을 털어 치면서 왼쪽으로 훅이 나는 것이 훨씬 무섭다. 이유는 간단하다. 필드에서 항상 공이 오른쪽으로 휘었기 때문에 나는 티박스의 오른쪽 끝에 서서 왼쪽을 오조준하고 샷을 해왔다. 세컨샷도 마찬가지다. 내 골프 스윙이 좋아지고 스코어가 줄어든 것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양이 줄었기 때문이지 절대 스트레이트 구질이나 드로우 구질로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훅이 제일 무섭다. 왼쪽으로 보고 쳤는데 공이 왼쪽으로 가면 다 해저드고 OB다. 그래서 1번 홀에서 티샷 한 공이 왼쪽으로 가면, 그 라운드는 모두 손목에 힘을 꽉 주고 드라이버를 치곤 했다. 죽어도 오른쪽으로 죽는 게 백 배 낫다. 계산된 죽음이 안전하다(?). 왼쪽으로 가는 공은 내 골프 인생에는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바디턴 스윙을 한다.


최경주 프로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다. ‘공이 왼쪽으로 가면 그 프로 골퍼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무조건 공은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왜일까? 컨벤셔널 스윙이 골프 스윙의 정답이던 시절, 대부분의 골퍼가 드로우 구질을 구사했고, 그래서 골프장이 다 드로우 골퍼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것이다. 왼쪽으로 공이 휘면 살아남기가 어렵도록 세팅되면 골프장의 난이도가 향상되며, 골퍼의 분별력이 향상된다. 그래서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수 있으면 유리하다. 그래서 최경주 프로님이 항상 ‘페이드 구질’을 강조하시고, 왼손 위크 롱썸 그립으로 드로우 구질을 원천차단해 버리는 장치를 마련하시는 것이다. 최경주 프로님의 그립을 잡으면, 왼 손목이 돌 수가 없다. 로테이션이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공이 왼쪽으로 향할 수 없게 된다. 죽어도 페이드만 치게 되는 것이다.


골프 스윙은 간단해야 한다. 그래야 배우기가 쉽고, 몸이 스윙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절약된다. 어떤 스윙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의 구질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다. 드로우를 치고 싶은가, 페이드를 치고 싶은가? 내가 구사하고자 하는 구질에 따라서 내 스윙을 결정할 수 있다. 골프 스윙에는 답이 없지만, 내 골프 스윙에는 답이 있다. 오늘밤 당신의 스윙을 꼭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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