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오류와 스윙의 메커니즘 이해하기
골프클리닉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골프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골프는 오른손(팔)으로 쳐요 왼손(팔)으로 쳐요? “
나 역시 같은 질문으로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 시간이 꽤 길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왼손잡이 반대 스윙이라서 그랬을까, 아니면 골프 스윙을 잘 몰라서 그랬을까. 쨌든 그 고민을 해결하는 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해답을 찾을 때까지 말이다.
지금은 그 질문을 받으면 꼭 되묻곤 한다.
“환자분은 지금 오른손으로 치세요 왼손으로 치세요?”
이 질문을 하는 대부분의 골퍼가, 스스로가 왼팔로 치는지 오른팔로 치는지 잘 모른다. 내가 어느 팔로 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질문이 나오는 것이다. 왼팔로 치거나 오른팔로 치는 골퍼는 질문이 다르다.
“오른팔로 공을 치니까 훅이 많이 나는 거 같아요. 왼팔로 치면 나아질까요?”
“왼팔로 공을 치니까 거리가 안 나요. 오른팔을 더 많이 써야 할까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팔로 스윙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아는 것이다. 내가 오른팔의 감각으로 스윙을 하고 있는지, 왼팔의 감각으로 스윙을 하고 있는지를 체크해 보라. 한 팔 스윙을 해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어느 쪽 팔로 스윙을 했을 때 더 편한지, 내가 어느 팔로 클럽을 컨트롤하고 있는지를 체크하면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선, 내가 어떤 힘으로 스윙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오른팔로 스윙하느냐, 왼팔로 스윙하느냐는 골프 스윙에서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골프 스윙에서 인체의 파트가 각각 작용하는 것을 기어 이미지로 만들어 보았다. AI로 러프하게 만들었더니 맘에 드는 결과물은 아니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을 설명하는 데는 충분한 수준이다. 향후 골프클리닉의 이미지로 이 기어 이미지를 사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골프 스윙을 어느 팔로 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 번째, 어느 팔의 힘을 사용해서 스윙을 하고 있는가.
두 번째, 어느 팔을 조작해서 스윙을 하고 있는가.
비슷한 말 같지만, 이 두 가지를 이해하면 프로들의 레슨을 이해하기가 편해진다. 어떤 프로는 양팔을 다 써야 한다고 가르치고, 어떤 프로는 오른팔을, 어떤 프로는 왼팔을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앞서 내가 쓴 여러 글에서 말했듯이 골프 스윙에는 정답이 없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이다. 왜 프로들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들의 골프 스윙의 정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팔의 힘을 사용해서 스윙을 하고 있는가는 내가 골프 스윙을 설명하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이다. 하나는 클럽 페이스를 닫는 방법, 그리고 하나가 어떤 힘으로 스윙을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체로 칠 것인가, 등으로 칠 것인가, 어깨의 힘인가 손목의 힘인가에 따라 내 골프 스윙이 결정된다. 내가 오른팔로 힘을 쓰고 있는지, 왼팔로 힘을 쓰고 있는지를 알면 장타 훈련을 하거나 비거리를 늘리려 할 때 도움이 된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왼팔을 lead arm, 오른팔을 trail arm이라고 한다. trail은 뒤따라간다라는 뜻으로 한국에서는 흔히 트래킹을 이야기할 때 많이 사용된다. 왼팔이 리드하고, 오른팔이 따라간다는 의미다. 왼팔은 주로 스윙 궤도를 형성하고 스윙 아크를 결정하며 일정한 스윙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른팔은 접혔다 펴지면서 발생하는 힘으로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역할을 한다. 흔히 왼팔은 방향성, 오른팔은 비거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것이다. 스윙을 하면서 왼팔을 가급적 펴라고 가르치는 것은 스윙 아크를 일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왼팔을 구부렸다가 펴라고 가르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왼팔을 구부렸다 펴는 힘을 스윙에 사용하는 것으로 왼팔로도 힘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며, 스윙 아크가 일정하다면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오른팔로 힘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른팔이 굽혀졌다가 펴지는 힘으로 파워를 내고 그것을 공에 손실 없이 전달한다. 이것이 스윙의 기본 원리이다.
그렇다면 왜 왼팔로 쳐라, 오른팔로 쳐라 하고 프로마다 레슨이 나뉘는 것일까?
위의 기어 사진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AI 생성 이미지라 정확하게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개의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고 각각의 기어에는 손잡이가 하나씩 달려 있다. 어떤 손잡이를 잡고 돌려도 기어는 모두 돌아간다. 이것이 핵심이다.
어느 팔을 조작해서 스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내가 왼팔을 조작하면 몸과 오른팔이 따라서 움직인다. 오른팔을 조작하면 몸을 통해 왼팔이 따라서 움직인다. 이것이 기어 이미지의 핵심이다. 골프 스윙에 있어 오른팔과 왼팔의 역할은 각기 다르고 명확하지만, 내가 어떤 팔을 의식하고 조작하는 것이 익숙한지에 따라 사용하는 팔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오른팔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골퍼는 왼팔을 조작해 오른팔이 따라오도록 하면 된다. 나처럼 오른팔의 움직임이 익숙하지 않은 골퍼는 오른팔을 조작해 왼팔이 따라오도록 하는 것이 일정한 스윙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스윙 궤도나 스윙 아크가 일정하지 않은 골퍼는 왼팔을 신경 써서 스윙을 해야 할 것이다. 파워가 부족한 골퍼는 오른팔의 움직임에 집중해서 스윙을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어떻게 스윙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유리하고 어떤 부분이 불리한지를 찾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내 골프 스윙의 정답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어느 팔이 더 익숙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한데, 바로 한 팔 스윙이다. 피칭이나 9번 아이언을 잡고 한 팔로 스윙을 해본다. 실제 공을 쳐봐야 한다. 어느 팔이 익숙한지 보라. 방향성은 왼팔이 좋고, 거리는 오른팔이 더 나갈 것이다. 한 팔의 움직임이 익숙하지 않을 때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드릴이기도 하다. 한 팔 스윙을 많이 하다 보면 스윙을 부드럽고 익숙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 팔로는 클럽 헤드를 통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클럽 헤드의 무게를 느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일정하게 클럽 헤드를 떨어뜨리고 휘두르면서 공이 어떻게 맞아 나가는지를 익히면 실제 스윙을 할 때 감각을 살리기에 좋다. 빈 스윙도 마찬가지다. 너무 무겁지 않은 연습기나 클럽을 사용해 한 팔 빈 스윙을 백 개, 이백 개씩 해보라. 정말 좋은 연습 방법이다.
골프는 양팔을 다 사용하는 스포츠다. 어느 팔로 칠까 하는 질문은 어느 팔을 의식할 것인지와 같은 질문이다. 어색한 팔을 많이 연습해 익숙한 팔이 잘 따라 움직이도록 하면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스윙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위의 기어 이미지도 머릿속에 꼭 넣어두길 바란다. 어떤 손잡이를 잡아도 모든 기어가 동일하게 움직인다. 그것이 일정하고 좋은 스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