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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우와 페이드에 대한 새로운 D-plane의 관점

헤드가 열려도 드로우, 닫혀도 페이드를 칠 수 있다

by 골프치는 한의사

구질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부터 꼭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주제였다. 몇 년 전에 유튜브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최근 외국 영상에서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영상을 캡처하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판으로 그린 그림은 참 조잡하다. 나중에 책으로 낼 기회가 있다면 꼭 이쁘게 해달라고 부탁드려야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드로우와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는 방법은 이렇다. D-plane 이론상 스윙 궤도는 공의 출발 방향을 결정하고, 페이스는 공의 최종 방향을 결정한다.


인아웃 스윙 궤도 + 닫힌 페이스 = 드로우

아웃인 스윙 궤도 + 열린 페이스 = 페이드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던 공식이었다. 그래서 드로우샷을 칠 때는 클로즈 스탠스로 서서 인아웃 스윙궤도를 만들고 로테이션을 조금 빨리 한다는 느낌으로 클럽 페이스를 닫아주고, 페이드샷을 칠 때는 오픈 스탠스로 서서 아웃인 스윙궤도를 만들고 로테이션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클럽 페이스가 열려 맞게 한다고 배웠다. 나도 처음 골프를 배울 때 그렇게 배웠고, 실제로 그렇게 드로우샷을 치는 프로님께 배우기도 했다. 그 프로님은 막상 필드에 나가면 항상 훅으로 고생을 하셨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론은 어떨까?



이론을 보기 전에 사진 한가운데를 보라. ASK RORY. 그렇다. 이 영상의 레슨 주인공은 로리 맥길로이다. 현재 세계 랭킹 2위이며 현존하는 최고의 스윙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PGA 프로다.


왼쪽이 드로우, 오른쪽이 페이드샷을 치는 D-plane의 이론이다. 우선 스탠스는 기존 이론과 같다. 스윙 궤도를 좀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스윙 궤도(CLUB PATH) 또한 동일하게 인아웃, 아웃인을 가리키고 있다. 다른 점이 뭐냐고? 바로 페이스 앵글 FACE ANGLE이다.


드로우샷인데 페이스가 열려 있고, 페이드샷인데 페이스가 닫혀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드로우와 페이드 구질은 스윙 궤도와 페이스 앵글의 차이가 만들어낸다. 클럽 패스가 6도를 가리키고 페이스 앵글이 3도면 공은 3도의 드로우샷 궤적을 그리게 되며, 클럽 패스가 -5도의 아웃인에 클럽 페이스가 -2도로 닫혀있으면 공은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3도의 페이드샷 궤적을 그리게 된다. 클럽 페이스가 열려 있어도 드로우 구질을, 닫혀 있어도 페이드 구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의문이 생긴다. 굳이 이걸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그냥 닫고 인아웃으로 쳐도 되는걸 굳이 페이스를 열고 쳐야 할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그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그림판으로 조잡하게 그린 그림을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 이 간단한 그림에 새로운 드로우와 페이드의 정수가 숨어 있다.


차이가 보이는가? 빨간색 궤적이 예전의 드로우 페이드샷, 파란색 궤적이 몇 년 전에 내가 봤고 지금 로리 맥길로이가 설명하는 드로우 페이드샷이다.


그림으로 보면 구질의 명확한 차이가 드러난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휘어지는 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구질의 차이가 필드에서의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바로 오조준이다. 빨간색 궤적의 드로우샷을 구사하는 골퍼는 핀을 바로 보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오조준을 해야 한다. 페이드샷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파란색 궤적의 구질을 구사하는 골퍼는 오조준 없이 핀을 바로 보고 샷을 할 수 있다. 얼마나 휘어질지 예상하지 못하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 나를 가르쳤던 프로조차도 훅으로 고생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드라이버 270m를 치는 엄청난 장타자였는데도 말이다. 새로운 이론으로 파란색 궤적의 구질을 연습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을 알고 연습할 때 스윙 궤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굳이 스탠스를 변형할 필요 없이 스탠더드 하게 정렬된 스탠스에서 두 가지 구질을 모두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로테이션의 타이밍을 조절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손목 조작이 줄어들어 훨씬 일관성 있는 샷을 할 수 있다. 클럽을 일부러 닫거나 열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구질을 내 구질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커다란 장점을 말하자면, 파란색 구질의 페이드를 파워 페이드라고 부른다. 거리 손실이 없는, 적은 페이드샷이라는 뜻이다. 사이드 스핀이 적기 때문에 휘어지는 양이 적고 런의 방향이 타깃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유리하다. 오조준을 할 필요가 없고 드로우샷에 비해 거리 손실도 적거나 없다. 이 샷을 연습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이제 구질을 연습할 때 페이스를 조절하지 말고 샷을 연습해 보자. 페이스를 의식하지 않은 채 스윙 궤도만으로 조절하면서 어떤 구질이 유리한지 느껴보는 것이다. 굳이 헤드 페이스를 닫거나 열고 어드레스를 함으로써 휘어지는 양을 계산하지 못하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마음껏 핀을 보고 서서 샷을 하는 골퍼가 되어보자. 2025년이 재밌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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