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왼팔인가

비거리와 일관성, 오른팔과 왼팔 이해하기

by 골프치는 한의사

한동안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지 못했다. 개인 사정으로 선릉에서 일산 화정으로 한의원을 이전하고, 두 달 사이에 모든 일이 진행되다 보니 차분히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스윙이 어느 정도 정리되어 글을 쓸 만한 토픽을 찾지 못하기도 했고, 예전보다 유튜브 골프 레슨 영상을 덜 찾아보게 되는 것도 한몫했다. 내 나름의 스윙 이론이 정립된 이후에는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생각하는 스윙을 더 잘할 수 있는 드릴 영상을 더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것 같다. 레슨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USGTF를 빨리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모든 골퍼는 자기만의 스윙 이론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탄탄하든 부실하든, 나름의 스윙 이론을 갖추고 있어야 실전에서 바로바로 문제점을 캐치해 낼 수 있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스윙 이론에는 반드시 기준이 있는데, 예를 들면 몸과 팔의 조화, 왼팔과 오른팔의 조화, 상체와 하체의 조화, 인아웃과 아웃인의 설정 등이다. 나를 비롯한 아마추어의 스윙 이론에서의 기준은 대부분 내가 잘 안돼서 그것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연습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나 같은 경우 여러 번 이야기한 것처럼 왼손잡이 오른손 골퍼이다 보니 왼팔과 오른팔의 조화, 몸통과 팔의 타이밍 등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내가 잘 사용하지 못하는 손목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된다. 비거리와 일관성을 갖춘 스윙을 추구하다 보면 어떤 기준에서든 나름의 스윙 이론이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그것이 더 많은 골퍼에게 적용되는 범용성을 가질수록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좋은 이론이 된다.


장타자들의 레슨 영상을 보면 대부분 오른팔의 역할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른팔꿈치와 손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프로들에게 한 팔로 드라이버 스윙을 해보라고 하면 거의 여지없이 99%의 프로가 왼팔 한 팔로 스윙을 한다는 점이다. 오른팔 한 팔로 드라이버를 잡는 프로는 거의 보지를 못했고, 왼팔로도 거리가 많이 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왜일까? 오른팔에서 거리가 난다고 강조하면서 한 팔 스윙은 왜 왼팔로 하고, 그것만으로도 200m가 넘는 충분한 거리를 낼 수 있느냐는 말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전심을 다해서 온몸으로 후려도 220m을 보내기가 너무나도 어렵기만 한데 말이다.


비거리와 일관성. 장타와 정타 사이에서의 선택은 골퍼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만한 주제다. 정타가 먼저냐 장타가 먼저냐. 정타를 치기 위해 공을 맞히는데만 집중하다 보면 스윙스피드를 낼 수가 없고, 온 힘을 다해 냅다 휘두르면 헤드 스피드는 빨라지지만 공을 정확하게 타격하지 못해 구질 난사가 되거나 헤드 스피드만큼의 거리를 얻지 못한다. 정타는 스매시 팩터로 표현할 수 있는데, 드라이버의 이상적인 스매시 팩터는 1.5이다. 1.4와 1.5의 차이는 헤드스피드가 빨라질수록 어마어마해지는데, 헤드스피드가 똑같이 100마일이라고 했을 때 스매시 팩터가 1.4면 볼스피드는 140마일, 1.5라면 150마일이 된다. 같은 헤드 스피드를 가진 골퍼라도 정타를 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볼스피드가 10마일이나 차이가 나버리는 셈이다. 요즘은 많은 프로들이 헤드스피드를 먼저 만들어놓고 정타를 치는 것을 연습하라고들 하지만, 아마추어의 입장에서는 일단 휘두를 수 있게 연습한 후에 공을 정확하게 맞혀보라는 말로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휘두르지도 못하면서 공을 맞히려고 번트를 갖다 대는 스윙은 5년 10년 심지어 100년을 연습해도 전혀 좋아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왜 왼팔인가. 이제 답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느낌이 왔는가?

봉과 삼절곤이다.

왼팔은 봉이요, 오른팔은 삼절곤이다.


두 가지 도구를 휘둘러 공을 멀리 보내보라고 하면, 당신은 목봉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삼절곤을 선택하겠는가?

아마도 두 가지 모두를 한 번쯤은 휘둘러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목봉을 선택할 것이다.

삼절곤을 휘두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확한 타이밍으로 삼절곤을 휘둘러 공을 타격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절곤은 각각 오른팔의 위팔, 아래팔, 그리고 클럽을 가리킨다. 관절 마디가 많아질수록 끝에서의 가속도는 증가하겠지만, 그만큼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삼절곤으로 공을 정확하게 타격해 멀리 보내려면 각각의 관절 마디가 견고하고 가동 범위가 크지 않아야 한다. 몸과 공의 거리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삼절곤을 휘두를 때 몸과 공이 가까워지거나 멀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훨씬 많은 연습과 타이밍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에 비해 목봉은 어떤가? 관절 마디가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타이밍이 직관적이다. 몸과 공 사이의 거리만 일정하게 유지하면 공을 맞추기가 삼절곤에 비해 훨씬 쉽다. 대신 삼절곤처럼 부분 가속도는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목봉의 가속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바로 아크다. 목봉의 길이에 따른 스윙 아크의 크기가 가속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봉으로 공을 멀리 보내려면 최대한 목봉을 길게 잡고 휘둘러야 한다. 아크가 커질수록 공을 정확하게 맞추기는 어려워지겠지만 삼절곤에 버금가는 가속을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들이 왜 한 팔 드라이버 스윙을 할 때 왼팔로 하는지 알겠는가? 왼팔은 목봉, 오른팔은 삼절곤이다. 오른팔의 근력이 더 좋고 가속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하나, 오른팔 한 팔로 클럽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내며 일정한 타이밍으로 클럽을 빠르게 휘둘러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것은 프로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 비해 왼팔은 스윙하는 동안 구부러질 일이 없으므로 일정한 타이밍으로 공을 타격하기 쉽다. 손목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하나의 관절 마디에 의한 가속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아크의 크기를 키워 가속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왼팔이 오른팔에 비해 유리한 것이다.


정타냐 장타냐의 선택에서 나는 일관적으로 정타를 옹호하는 편이다.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는 이상 스윙스피드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정타를 치는 것이 일정한 거리를 보내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타에 유리한 왼팔 위주의 스윙을 프로들이 강조하는 것이다. 왼팔 스윙으로 정타를 확보하면서 비거리를 함께 얻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왼 어깨의 유연성이다. 백스윙탑에서 왼팔을 완전히 펼 수 있고, 스윙하는 동안 왼팔이 구부러지지 않고 일정한 길이를 유지한다면 정타를 치는데 훨씬 유리해진다. 로리 맥길로이의 스윙을 참고해 보기 바란다. 로리 맥길로이는 어드레스부터 테이크백과 백스윙, 다운스윙을 거쳐 양팔이 모두 펴지는 팔로스루 시점까지 왼팔이 한 번도 구부러지지 않는다. 왼팔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최상의 스윙 아크로 가속도를 내는 스윙을 하는 것이다. 스윙 아크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하도록 하겠다. 아마추어가 스윙 아크를 키우려다 축이 흔들리고 스윙이 망가지는 이유는 스윙 아크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윙 아크는 절대 클럽 헤드와 내 축 간의 거리가 아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백스윙 때 타깃 반대 방향으로 갔다가 다운스윙에서 몸 전체가 타깃 방향으로 움직이는 스웨이 동작을 피할 수 없고, 그로 인한 아웃인과 찍혀 맞는 스윙으로 인한 비거리 손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스윙 아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루어보려고 한다.


내 드라이버 비거리는 220m 정도이고, 250m로 증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내게 맞는 드라이버와 샤프트를 찾은 후 - 나는 그동안 10개가 넘는 드라이버 헤드와 20개가 넘는 샤프트를 사용해 봤고 현재도 5개 정도의 헤드와 10개 정도의 샤프트를 가지고 있다 - 마음껏 휘두르는 것이 편해지면서 비거리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캘러웨이 드라이버 헤드와 맞나 보다. 매버릭이 그랬고, 지금 사용하는 엘리트 트리플 다이아몬드가 그렇다. 트다 맥스가 나오는 걸 알았다면 굳이 10cc나 작은 어려운 헤드를 사지 않고 기다렸을 텐데. 드날리 블랙 65s는 써본 것 중 최고의 짱짱한 채찍이다. 직관적이면서 공을 쳐주는 느낌의 정도가 내 스윙에 딱 맞다. 끝에서 휘는 슬라이스가 없어졌고 런이 늘었다. 일개 아마추어에게 광고가 들어왔을 리 없으니 안심하라. 타이틀리스트 gt3가 여전히 갖고 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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