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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주름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

by 김물꽃

요즘 부쩍 팔자주름이 신경 쓰인다. 처음엔 거울을 보다 문득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컨디션이 별로인가? 낯빛이 어두운데 싶었다. 그게 팔자주름 때문이라는 건 손으로 주름을 없애보고서 알았다. 주름의 유무가 이렇게나 인상에 영향을 끼치다니 없을 때는 몰랐던 일이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난 피부에 그리 공들이는 편이 아니다. 부지런하게 잘 관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 싶지만 막상 내가 그걸 해낼 엄두는 나지 않는다.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도 잘 까먹고 애초에 거기에 쏟아부을 부지런함이 없다. 건조하지 않게 기초 화장품을 잘 발라주는 것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패치를 붙이거나 팩을 하는 게 고작이다.


언젠가는 그 게으름이 대가를 치를 거란 걸 각오하고는 있었다. 나도 노화를 피할 수는 없을 거고 타고난 피부를 가진 것도 아니니 달라지는 순간이 올 거라 예상했다. 그렇다한들 갑자기 달라질 마음도 없었으니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럴 수 있다 생각한 건 예전부터 갖고 있던 새치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10대 때부터 새치가 많았다. 사람들이 새치를 보면 보통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있었다 보니 이게 정말 스트레스 때문인지 유전인지도 모르게 됐다. 타고났다고 하기엔 10대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도 사실이니까.


사실 거울로 내 새치를 매번 들여다보는 편은 아니라 굳이 염색을 하거나 커버를 하지도 않았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거지 뭐 하고서 별 신경을 안썼다. 주로 그걸 언급하는 사람들은 타인이었는데 뭔가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걸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들키면 안되는 걸 들킨 것처럼 조심스럽게 알려줄 때마다 오히려 내쪽에서 대수롭지 않게 어릴 때부터 있었다며 받아넘겼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거의 인사치레처럼 내 새치에 대한 안부인사를 나누게 되는 게 지겨워져서 염색을 하게 되긴 했지만 거기에 별 스트레스는 없었다. 노화의 상징이라고는 하나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팔자주름은 다르다. 도통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가 없다. 살짝 금이 간 것 같은 느낌이라 조금만 애쓰면 다시 사라지게 만들 수 있을 거 같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묘한 가능성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 해도 내가 피부과를 다니며 보톡스를 맞거나 할 건 아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면 단념하려고 했다. 다행히 방법을 찾은 사람들이 있었고 귀찮음을 감수할 수 있는 정도의 일들이었다.


내가 찾은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세수할 때 엄지를 입안에 넣고 검지는 얼굴 쪽을 마사지하면서 팔자주름을 펴내는 거다. 유튜버의 표현으론 얼굴피부는 유일하게 겉과 속을 모두 만질 수 있는 부위라 했는데 그 표현이 뭔가 기괴하면서 마음에 들었다. 피부의 겉과 속을 만질 수 있다니 어쨌든 팔자주름을 펴낼 수 있다는 말이니 대단하게 들렸다.


두 번째는 습관적으로 볼에 바람을 불어넣고 팔자주름을 펴내는 거다. 팔자주름 부분이 펴질 만큼 빵빵하게 불어넣는 게 중요한데 확실히 평소에 이런 표정을 지을 일이 없다 보니 익숙하지 않긴 하다. 그래도 이 정도쯤은 할 수 있다 싶을 정도로 엄청 귀찮지는 않은 수준이다.


루틴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할 정도로 아직 시작한 건 3일 정도밖에 안됐지만 무튼 이 정도로라도 내 팔자주름을 펴내려고 노력 중이다. 사람들마다 노화를 받아들이는 부분은 다 다른 거 같다. 사실 나도 팔자주름을 특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다른 현상들도 나타나고는 있다.


전에 없던 군살들이 보인다든지 기억력이 떨어진다든지 체력뿐만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도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잘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모든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어떤 때는 언젠가는 굳어질 팔자주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정신적으로 멋진 어른 같으면서도 다른 날은 나이가 들어서도 팔자주름 없이 잘 관리하는 사람이 멋져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중에 딱하나를 골라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내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변화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물론 그 중심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나의 선호가 담겨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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