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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말정산_06_01

삶을 살아가는 것과 시간을 제대로 느낀다는 것

by 김물꽃

하루하루는 느리게 흘러간 거 같은데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났다. 별로 하는 건 없지만 유독 6월이 길게 느껴졌는데 마음의 여유가 생겨 그 시간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거라고 믿고 싶다. 그만큼 5월보다는 확실히 조급함을 많이 벗어던진 한 달이었다.


월말정산은 보통 다음 달의 계획과 함께 포스팅했었는데 5월만큼은 굳이 새로운 계획을 덧붙이지 않았었다. 애초에 연초부터 하려던 일이 틀어지며 멘붕이 왔었기 때문에 뭔가를 더 해볼 여력이 없기도 했거니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좀 벗어나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둬보자고 마음먹었고 덕분인지 그런 강박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는 계획이 잡혀있어야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에 6월에 얻었던 휴식을 원동력으로 삼아 7월부터는 다시 내 패턴을 찾아오려고 한다. 뭐 여태껏 그래왔듯 그게 뭐 대단한 계획들은 아니겠지만 소소한 것들이라도 지켜내고 완성시키는 재미가 있다. 난 그렇게 계획형과 성취형으로 이루어진 사람이다.


6월을 돌아보자면 하루의 루틴들을 건강하게 되찾아왔다. 아침에 일어나 유산균 먹기, 어제자의 tv 뉴스 보기, 20 문장씩 영어 셰도잉하기, 자기 전 감사일기 쓰기, 10분 명상하기 정도가 있다. 여기에 월요일 금요일 브런치 글을 연재하는 것까지 더하면 루틴이 완성된다.


5월까지는 이 루틴들이 좀 불안정한 상태였다. 이걸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과제를 끝낸다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해치우는 식이었다. 그렇다보니 신경 안쓰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었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도기에서 강박을 버리고 루틴을 시작하려고 했던 이유를 기억하며 좀 자유롭게 풀어주자 6월에는 확실히 안정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루틴을 지키는 이유는 하루하루가 꼭 대단하지 않더라도 내가 내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위해서다. 하루의 루틴들로 아침을 맞고, 저녁을 마무리하고 나면 내가 온전히 하루를 살아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이로써 내가 현재를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좋은 원동력이 되어주는 만큼 계속 이어나갈 거 같다.


또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한국무용이다. 월요일 화요일 아침 9시 수업인데 한 번도 지각 없이 수업을 들었던 것만으로도 일단 칭찬해주고 싶다. 수면장애로 잠과의 싸움을 벌이는 동안에도 수업은 꼬박꼬박 나갔고 진심을 다해 배웠다.


확실히 나랑 잘 맞는 춤이다. 동작이 그리 빠르지 않고 침착한데 다부지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에 앞서 혼자서 해낸다는 느낌을 가진 춤이라 많이 화려하지 않아도 더 단단한 기운이 있어 마음가짐에도 도움이 된다. 하다 보니 뻣뻣하기만 하던 기본자세도 얼추 부드럽게 바뀌기도 했고 동작 외우는 것도 벅찼던 기본무는 음악을 들으면서 리듬에 맞추는 그 언저리에 다가갔다.


사실 처음엔 동작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노래 자체나 내 속도에 맞추기보다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한 동작씩 천천히, 한 번에 하나씩 하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들으며 마음을 좀 내려놓으니 점차 내 속도를 만들어내고, 음악에 맞출 수 있는 수준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한 번에 하나씩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결국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그 지루하고 기초적인 시간을 제대로 느껴야만 한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추가적인 이야기는 한국무용 포스팅에서 더 이야기하는 걸로.


아쉽게도 한국무용 수업은 7월 첫째 주면 끝이 난다. 원래는 16주 수업이지만 연습실 공사문제로 이번 기수는 8주 수업만 진행하기로 되어있다. 9월이 되어야 새로운 수업을 나갈 수 있을 텐데 동작을 바로바로 따라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다보니 초급반으로 넘어가기보단 다시 입문반 수업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 계속 배우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조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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