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정산_06_02
부담은 버리고 즐거움만 남기기
6월 28일 자로 다시 스물아홉이 됐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다시 이십 대에 속할 수 있다는 게 조금 기쁘기도 하다. 6개월 동안 30살로 살면서도 사실 한편으로는 아직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30대는 정말 뭔가 어른 같아서 스스로 30살이라고 소개할 때도 어른 행세 하는 거 같아서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었다. 만 나이로 그리 달라질 건 없다지만 한번 더 스물아홉으로 지내며 서른 살을 받아들일 준비 기간이 주어진 거 같아서 감사하다.
한편으론 40대, 50대를 맞이할 때도 같은 생각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어떤 영상에서 70대 할아버지한테 나이 들어가는 게 어떤 건지 묻자, 나는 똑같은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다고 답했는데 그 세월까지는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어떤 의미인지는 조금 알 것 같다. 난 여전히 어리고 철이 없는데 완성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야 할 거 같은 압박감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한들 난 지금의 내 나이를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철이 없고 미성숙하다고 해도 그게 현재의 나라는 사람이니 그걸 인정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지. 그럼 언젠가 나이에 정해진 내가 아니라 어느 순간에도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 같다.
만 나이 덕분에 29살로 돌아간 만큼! 7월부터는 좀 더 힘차게 살아보려 한다. 반년이 지나니 어느 순간 또 일상의 편안함에 안주하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이십 대를 더 불태워봐야겠다.
일단 한국무용이 끝나고 새로 배우는 것들이 있다. 바로 통기타와 프롭테라피이다. 사실 통기타는 예전에 혼자 독학해보다가 흥미를 잃고 소파에 방치 중인데 시간이 있을 때 한번 제대로 배우고 싶어 등록해봤다. 호불호를 판단하기 전에 잘할 수 있는지 정도는 알아보고 싶어 수업을 기다리는 중이다.
프롭테라피는 사실 한국무용이랑 같이 등록했던 수업이었는데 강사님의 수업 방식이 나랑 맞지 않아서 하루 들어보고 그만두게 됐었다. 사실 첫 수업때 등록 취소를 하고선 몸이 너무 개운해서 좀 아쉽긴 했지만 2시간 수업이 너무 지루하다보니 계속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세교정 삼아 나름대로 꾸준히 해왔던 요가도 하지 않고 자세는 계속 망가져만 가니 이러다 정말 몸이 어긋난 채로 살아갈 것 같아 치료 목적으로 다시 등록하게 됐다. 저번에 들었던 수업과는 다른 곳이니 이번엔 다르길 바라긴 하지만 안맞는다 해도 방법은 있으니 크게 걱정은 없다.
자세 교정 삼아 요가를 오래 해오다 다른 운동을 찾아본 거였는데 이번에도 맞지 않으면 다시 요가를 등록해야겠다. 뭔가를 많이 배워둘수록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다양해지는 것 같다. 운동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어느새 써먹을 수 있는 선택지들이 풍부해졌다. 이것이 연륜인가.
다음으로는 다시금 소설 연재를 시작하는 것. 가장 중요하면서 하고 싶은 일이다. 따지고보면 5월까지 계속 글을 써나갔으니 그리 조급할 거 없다고도 생각하지만 글 쓰지 않는 6월은 내게 너무 길었다.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내가 내 삶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다시 연재를 시작해야 할 거 같다.
5월까지 어느 정도의 분량을 써냈던 이야기가 있지만 아무렇게나 연재를 이어가기보다는 잠시 멈추고 내용을 더 보완하는 중이다. 글을 쓰지 않았다고는 해도 소설 구상까지도 그만둔 건 아니어서 6월은 내내 아이디어 구상을 이어갔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몇 개 잡아뒀는데 고민도 하고 생각 없이 끄적여보기도 하면서 새로 써나갈 수 있는 가닥을 잡고 싶다.
언론고시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도 그랬지만 글쓰기의 중요한 자세는 최악의 글을 써낼 거라는 마음가짐! 당장 완벽한 작품을 뽑아낼 거라는 독기보다 오늘은 내가 진짜 망쳐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하다. 완벽주의에 갇히는 대신 여유를 두고 다시 시작하려 한다. 하루하루가 모이면 결국 완성이 되겠지.
또 7월부터는 요리를 해먹고 싶다. 워낙 뭔가 해먹는 걸 귀찮아하고 특히나 여름에는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리얼 같은 걸로 끼니를 대충 때우기도 했는데 이렇게 살면 안될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고 하루하루의 삶을 위해서도 그렇고 좀 제대로 대우하면서 살고 싶어졌다.
최근 일본 가정식에 관심이 생겨서 요리책을 빌려보는 중인데 소소하게 읽는 재미도 있고 본인이 먹는 식사를 이렇게 정성껏 준비해서 먹는다는 게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하고 싶어졌다. 교환학생을 했던 6개월 동안은 계속 요리를 해먹었던 적이 있어 요리를 못하는 편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번엔 좀 새로운 음식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일상들을 부담 없이 영상으로 기록하고도 싶다. 전엔 브이로그를 해야겠다 다짐하고도 뭔가 완벽한 때깔의 영상을 만들어내야 할 것 같아서 만들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이번에 다시 영상을 남긴다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록용으로 가벼운 영상을 만들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을 기록할 수 있기를.
열심히 살아보겠다 하고 사실 거창한 계획이 없어 머쓱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만 지켜가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한 계획은 정해뒀으니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은 그때그때 해내면 되는 거겠지. 오히려 계획하지 않은 새로움을 즐기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7월은 부담 없이 재미있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