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중입니다

흉터

by 녕이담

같은 질환 환아가 수술을 했다.

가진 질환은 장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함이 주 증상인데 그 때문에 대장, 소장, 위 등을 조금씩 혹은 통으로 절제하는 수술을 반복한다.

내가 반복적으로 겪어온 시간처럼 지금의 환자들 모두가 비슷한 구조를 겪고 있다.


이제 마악 초등학교에 가서 한참 신이 나던 아이를 보며 부모는 오랜 고민을 거듭하다 수술을 결정했다.

2년 전, 일부 대장을 절제하고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버텨봤지만 호전이 없었다. 매일 먹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고민을 하고, 정 안된다면 먹지 않아도 아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일들을 만들어주려 최선을 다했지만 현실과 생각은 너무도 달랐다.


이미 세상의 맛을 알고 있던 아이에게 밍밍한 특수 영양음료 100ml 만으로 하루를 버티는 일은 어른의 2년과는 많이 달랐을 터이다. 그마저도 잘 소화가 되지 않는 날은 담즙 구토와 복통, 열을 동반해 며칠간 끙끙 앓는 아이를 부모는 애끓는 마음으로 버텨내 왔다.


"이제 수술 그만 시키고 싶어요" 울먹이는 아이 엄마의 말에 뭐라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팔을 도닥였다. 벌써 몇 번째 아이를 수술장으로 들여보내고 그 앞을 서성이는 부모를 보면서 우리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지... 환자 당사자인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건 의료진이 이동 침대를 끌고 수술장 안으로 들어가 냉기가 가득한 소독약 냄새의 한가운데 있는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다 천장의 조명을 보며 두려움을 베개 삼아 잠드는 것뿐이니까. 차마 할 수 없는 말은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우물거렸다.


배 여기저기 수술 자국과 배출관을 달고 병동으로 옮긴 아이는 여전히 회복을 위해 고전 중이다.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상태로 운동하러 잘 걷기도 하고, 불편한 주렁주렁 관과 콧줄도 잘 참아주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다.

몸에 자리한 상처는 곧 흉터가 되겠지만, 부모의 심장에 새겨진 상처는 무엇이 될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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