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30대에 뭐 하나 해서

오쓰카 히사시, 『인생의 격차는 30대에 만들어진다』, 2012

by 쿙가

"서른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아."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함께 저녁을 먹다가 이제 막 서른이 된 친구가 문득 중얼거렸다. 그 친구는 사람을 사귐에도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있어도 나이에 구애받는 느낌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조금 의외였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나에게 서른은 아직 먼 이야기라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몰랐다. 특히 이 시기의 나는 독일에 오면서 나이가 두 살이나 줄었으니 더 그랬다. 나도 서른이 되면 비슷한 생각을 할까 궁금해 내가 만 나이로 서른 살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때가 되면 전기충격을 받듯 이른 아침에 눈이 번쩍 뜨고 미라클 모닝을 해 나가길 바라면서. 혹은 조금 더 자신감 넘치고 일에서도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되어있길 바라면서.


막상 서른 살이 되던 날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 지난 덕에 생활이 조금 더 윤택해졌다. 하지만 돈 때문에 절절매지 않게 되었을 뿐 인간관계나 직장 생활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건 똑같았다. 서른은 스물아홉과 별 차이가 없었고, 스물아홉은 이십대니까 따지고 보면 서른은 스물과 같았다.


그런데 서른한 번째 생일날이 되자 드디어 나도 그 친구처럼 "서른 하나라고? 진짜?"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이 서른이 스물과 똑같이 여겨졌다면 서른 하나는 마흔과 같이 느껴졌다. 실제 기온과 체감 온도가 다르듯 나는 하루아침에 체감 나이 스물에서 마흔으로 올라섰다. 추워지면 난방기기를 켠다. 체감 마흔 살이 된 나는 자연스럽게, 혹은 갑자기, 또는 아주 오랜만에, 능동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나가고 있는 다른 삼십 대들은 뭘 하나 혹은 삼십 대를 지나 보낸 사람들은 그 시기에 뭘 하라고 조언하나 궁금해서 밀리의 서재에 '30대'라는 키워드로 책을 찾아봤다. 십 년 전에도 '20대에 꼭 이뤄야 할 것', '20대에 안 하면 후회하는 것', '20대에 하길 잘한 것' 등등을 찾아봤던 게 떠올라 웃음이 났다.


의외로 정말 많은 책들이 검색되어 나왔다. 삼십 대에 퇴사한 이야기, 아픈 이야기, 돈 버는 이야기, 꿈을 찾은 이야기. 에세이보다는 자기 계발 쪽이 궁금해서 카테고리 검색으로 나온 책 몇 권을 스캔하듯 읽다가『인생의 격차는 30대에 만들어진다』라는 책에서 아래 글을 봤다.


30대에는 자신이 하는 일 중에서 재미있고 좋아하는 부분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내게는 어떤 일이 잘 맞을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하게 되고 근본적인 물음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직업 자체를 바꾸면 정말 즐거운 인생이 될 것이라고 꿈꾸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어떤 일도 자신에게 완벽히 맞고, 늘 가슴 뛰는 행복감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 25장. 일에서 '좋은' 부분을 찾아라.


나 역시 매일 매 순간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지금이라도 다른 분야를 찾아서 떠나야 하는지,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지, 공부를 새로 해야 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혼란스러워하는 중이었다. 일을 하다가 인정을 받으면 기쁘고 업무 숙련도가 오르면 뿌듯하다가도 나에게 더 잘 맞는 다른 분야가 있지는 않았을까 가정해 보길 수차례였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었다. 목금토일 내내 쉬면서 친구네 집에 눌러앉아 있는 와중에 친구는 일을, 이제 막 서른 하나가 된 나는 바닥에 요가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 이 책을 읽었다. 책에서 말하는 인생의 격차를 만들고 있는 삼십 대는 바로 내 옆의 친구였다. 단순히 직급만 높은 게 아니라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문 물아일체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그 경지에 오르려면 일에 대한 흥미를 넘어 애정이 필요했다. 나는 그게 없다.

image.png

오쓰카 히사시, 『인생의 격차는 30대에 만들어진다』, 북클라우드, 2012

전체 쪽수가 264쪽 밖에 안 되고 한 항목당 글이 짧아서 관심 있는 부분만 빠르게 후루룩 읽었다.

요즘 시기와 안 맞는 부분도 있어서 사서 읽기보다는 빌려 보는 걸 추천.

속독을 하면서 영감을 얻기에 좋았다.

태도와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 위주라서 공감이 많이 됐다.

승진이나 가족과 관련된 주제는 나와 맞지 않아서 안 읽고 넘어갔다.


읽는 동안 즐거웠다. 갑자기 삼십대라는 주제에 아주 단단히 이끌려 들어간 게 신기했고 딱 이 시기에 이 책을 만나 올해 제일 먼저 끝낸 책이라는 게 의미심장했다.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한 번에 아주 조금씩만 읽어서 일부러 속도를 늦춘다. 좋은 책과 조금 더 시간을 오래 보내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내가 가장 필요한 분야에서 적절한 순간에 인연이 닿았고 속도를 조절할 생각도 없이 몰입해서 읽게 됐다.


image.png


일에 애정이 없어 저자의 말처럼 혹은 내 친구처럼 승진하고 성과를 낼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에 대한 태도 부분은 도움이 많이 됐다. 마음에 들어 필사한 부분들이 꽤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트레스에 대한 부분이 좋았다. 나중에 어디 가서 이직 면접 대답으로 참고해서 써먹고 싶을 정도다. 돈 관련 부분에서는 세금에 대해 공부하라는 부분이 있어서 깊게 공감하며 독일의 집과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혜택이 어떤지 찾아봤다. 이러니까 내가 막연히 바라던 삼십 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스트레스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 업무에 관한 실무능력과 재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 내성이나 역경을 극복하는 용기는 달리 말하면 문제해결 능력이다. 정신적으로 강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대답에 이르도록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올해와 삼십 대를 위한 다짐을 딱 한 가지만 한다면 '현실 속에 있기'이다. 퇴근하면 기빨렸다고 누워서 핸드폰으로 도망치지 않기, 주말에 할 일 미루면서 하루 종일 빈둥대지 말기, 그 순간순간 내 시간에 집중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그리고 다양한 책 많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