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9 | 족하수 보조기
수술하고 난 뒤 한달이 지나니 이제 수술부위가 많이 아물었다. 수술 직후에도 여러가지 족하수 보조기들을 사서 착용해 보았으나 각각의 장단점이 있었고, 수술 부위가 아물다 보니 보다 다양한 족하수 보조기를 테스트할 수 있었다. 이번 에피소드는 여러 보조기를 테스트해 본 결과를 적어본다. 이전처럼 다시 잘 걸어보자는 의지가 담긴 에피소드이다.
현재 족하수 상태는 똑바로 섰을때의 발 각도를 90도로 본다면, 발을 공중에 들면 대략 120도 정도로 떨어진다. 앞 정강이 근육과 힘줄이 없어서 툭 떨어지고 또한 떨어진 발을 들어올릴 수가 없다.
수술전의 걸음걸이 속도를 1이라 한다면, 아무런 보조기 없이는 0.4 정도의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오른발을 질질 끌고 걷는다고 보면 된다. (또는, 허벅지를 높이 들어서 오른발을 디딜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여 걷는다.) 족하수 보조기를 착용하면 그 속도는 0.7~0.8정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조기들은 발목에 무리가 오는데, 이유는 걷다보면 발목이 툭 떨어지는 구간이 발생하고 이 때 발목에 피로도를 누적되기 때문이다. 뛰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족하수 장비 종류로는 크게 인도어용과 아웃도어용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발등을 올려주는 구조, 아니면 발뒤꿈치에서 받쳐주는 구조로도 나눌 수 있다. 발등에서 올려주는 구조는 자연스럽게 발목에 지지대를 묶을 수 밖에 없고, 발뒷굼치에서 받쳐주는 구조는 종아리에 지지대를 위치한다. 이를 표로 만들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의 장비는 플라스틱, 밸크로, 그리고 끈/버클 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격이 비싸지 않다. 대부분 5만원 이하로 구매가능하였다. 일부 장비는 50만원 가까이 되는데 이는 특수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위에 있는 모든 제품을 사서 테스트 해보았다. 발등을 들어올리는 구조는 장시간 사용하기 어려웠는데, 이유는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발목에 피로도를 가중하기 때문이다. 발 뒷꿈치를 받쳐주는 구조는 걸음이 부자연 스러웠으나 신체 어느부분에 피로를 주지는 않았다.
TerboMed 회사의 X-Tern 2.0이라는 제품은 특허 (U.S. Patent No.8529484)가 걸려 있는 제품인데, 그래서 그런지 유사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탄성을 이용한 에너지 리턴 구조의 아이디어는 어떤 족하수 보조기에도 없던 컨셉이였고, 나에게 딱 맞았다. 영등포에 있는 터모메드를 판매하는 교역회사를 방문하여 1시간 정도 상담 및 테스트를 거쳐 구매하였다. 제품 가격은 45만원이였는데, 미국 본사 홈페이지에 비교해보니 그 가격이 $975 이였으니 절반 이상의 가격으로 국내에서 싸게 파나 싶다.
X-tern 2.0 제품과 함께 현재는 수술 이전의 걸음 속도를 찾았고, 가볍게 뛸 수도 있었다. 동네 뒷산 산책도 가능하게 되었고, 멈췄던 골프도 칠 수 있게 되었다. 집 주변의 상점들만 다니던 반경이 보다 넓어져 서울시내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가능하였고,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있다. 수술과 회복기간 동안 틀어졌던 근육과 척추들도 자리를 잡는지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정상으로 자리 잡힌다는 느낌이라 재활한다 생각하고 열심히 걷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은 그 고마움을 모르는것이다. 나의 걸음에 아무런 문제없을 때는, 걸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걸음이 어려워지니 걸음에 대한 공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여러 자료를 살펴 보았지만, Advances in neuroprosthetic management of foot drop: a review 라는 학술자료가 foot drop과 발목과 종아리 근육과의 상관관계를 매우 자세히 분석해 놓았다. 해당 학술자료는 신경 보조기관련 연구이나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자료 초반에 걸음 분석(Gait Analysis)과 족하수(Foot Drop)의 상관관계를 훌륭한 도표로 만들어 두었다.
걸음은 크게 Stance와 Swing 구간으로 나뉘어진다. Stance는 발이 땅에 닿는 순간부터 떨어지는 순간까지를 구간으로 정의해 두었고, Swing은 발이 공중에 떠 있는 구간이다. 이를 A행에서 도식화 해 두었으니 이해하기 쉽다. B행의 선들은 발목각도를 나타내는데, 똑바로 섰을때 발목각도 0도로 표현하고 +, - 를 통해 발목이 굽혀지거나 펴지는 모습을 도표화 하였다. 검정선은 정상인의 모습이고 빨간선은 족하수 장애인의 모습이다. 두 선을 비교해보면 Swing 구간일때 차이가 많이 나는데, 이는 족하수 환자들의 발이 툭 떨어지고 발목을 들어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D행은 앞종아리 근육들 (DORSI) 과 장단지 근육들(PLANT)의 쓰임새이다. 나의 경우 걸을때 DORSI에 있는 영역들이, 즉, 근육들이 작용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
X-Tern 2.0의 경우 기본적으로 발목을 0도로 유지시켜 준다. 따라서 Swing 구간에서 발 떨어짐이 없다. Stance구간에서는 발목이 자연스럽게 접히거나 펴지는데 이 제품은 탄성을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걷는 것을 돕는다. 부모님과 농담삼아 한 이야기인데 X-Tern 2.0은 몸 밖으로 나온 앞정강이 근육이라고 할 수 있겠다.
* Reference: Advances in neuroprosthetic management of foot drop: a review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