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9.9 - Myxoid Liopsarcoma

Episode 3 | 조직검사 수술

생애 첫 수술실

수술적 조직검사(open biopsy) 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에 1차 외래를 하고 바로 2일 뒤 수술일정을 잡았다. 수술전날 병실에 입원해야 하였으나 병실상황이 여의지 않았고, 결국 당일 수술 후 입원하게 되었다. 수술복으로 환복하고 몇 가지 테스트와 링거를 맏고 이동침대에서 대기했다.

수술시간이 되었고, 이동침대에 누워 끌려서 영화에서 나오는 수술실 사인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부모님과 이때 헤어졌는데, 침대에 누워 ’잘 하고와‘ 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영화에서나 있는 상황같아 느낌이 이상했다. 수술실 안은 대기실, 수술실, 그리고 회복실로 나눠져 있었고, 대기실에서 조용한 연주음악을 들으면서 30분쯤 기다렸다.

수술실로 이동할때는 두 장정의 간호사가 빠르게 침대를 밀었고, 천장의 라이트가 슉슉 지나갔다. 수술실 안은 매우 압도적이였는데 천장에 수술 라이트는 벌집모양으로 잔뜩 달려 있었고, 벽에는 3~4개의 큰 모니터가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수술실에는 7~8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각자의 열할을 분주히 하고 있었고, 온도는 매우 낮아 추위를 심하게 느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감염이 되지 못하는 온도라 한다) 곧바로 하반신 마취를 위해 척추를 보여줬고, 싸한느낌의 하반신 마취 주사가 하체를 뻗어 나갔다. 수술부위에 빨간약을 광범위하게 발랐는데, 감각이 서서히 없어지면서 멍하게 되었다. 동시에 놓여진 수면주사는 나를 빠르게 잠에 들게 했는데, 깨어나니 회복실에 있었다.

회복실에서 혈압이 낮은 나에게 승압제를 두번 주입하였고, 호흡은 다소 힘들었으며 자꾸 잠이 왔다. 대략 30분정도 회복하면서 정신과 호흡, 그리고 혈압이 돌아왔고, 집도의로부터 수술이 잘되었다고 전달받았다. 회복실에는 다양한 수술을 한 환자들이 한군데 모여있었는데, 몇몇 환자들은 회복시 매우 고통스러워 했다. 다행히 나는 그만한 고통이 아님에 상대적으로 안도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심장아래로 아무런 감각이 없어서 하반신 마비환자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술실에서 나왔고, 기다리던 아내와 부모님과 다시 만나 병실로 이동하였다. 수술 부위는 아픔이 컸으나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다. 통증제거약을 스스로 버튼을 눌러 주입할 수 있었는데, 2번 정도 주입했다.

두번째 조직검사, 2주의 기다림

그 후 2주라는 시간은 빠른듯 또는 느린듯 흘러갔다. 수술한 자리는 빠르게 회복되어 갔고, 미국시간에 맞춰서 빡세게 일했고,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은 즐겁게 만났다. 그러는 와중에 시간은 빠른 듯 느껴졌으나, 한편으로는 결과가 궁금해 2주라는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마음은 여전히 양성 종양이겠지 믿고 있었기에 크게 불안하지는 않았다. 수술시 자국은 20cm이상 크게 남으나 양성종양은 쉽게 떼어 낼 수 있기 때문에 편히 보냈다. 몇몇 친구들과는 나무모양의 문신으로 수술 자국을 덮어야 겠다고 농담하곤 했다.

그 사이 아내와 아이들을 미국 학기 시작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 보내기 싫었지만 또 우리 터전이 미국인지라 가야되는 상황을 아내와 나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첫 몇 일은 잦은 영상통화로 서로의 허전함을 채웠고, 이내 적응되어 각자의 일상에 젖어들었고, 아들은 개학 준비로, 딸은 대학교 입학 준비로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수술 후 두 가지가 힘들었는데, 하나는 샤워, 또 하나는 빨간약 제거였다. 샤워는 생각보다 손쉽게 해결되었다. 아내가 꾀를 내어 쿠팡에서 샤워커버를 샀고, 올해 산 물건 중에 가장 잘한 소비로 손 꼽힌다. 빨간약 제거가 의외로 복병이였는데 수술당시 장단지부터 발까지 전체적으로 발랐던 빨간약이 몇일동안 씻지 못해 피부에 굳어있었다. 때타월로도 쉽게 때지지 않은 빨간약은 그 뒤로도 한참이나 벋겨내는데 고생했다.

커버포토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bjNq7nN4q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