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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Sep 02.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5 | 병문안

암 전이 검사

종양이 암으로 확진되면서 즉시 암이 전이 (metastasis) 되었는지를 검사하기로 되었다. 전이 검사는 전신 MRI, 전신 PET, 초음파, 그리고 2번의 CT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몸안에 암덩이들을 삿삿히 뒤지는 full 세트 검사였다. 의사는 그날 바로 입원해서 빠르게 검사를 진행해주고 싶었으나, 병원은 의료파업으로 여전히 병실확보가 어려웠고, 결국 오전 입원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오후에 극적으로 병실이 나서 부랴부랴 입원하고 첫날 CT와 초음파를 찍고, 둘째날 MRI와 PET검사를 진행했다. 모든 테스트들이 각기 다른 조영제를 필요로 했고, 금식을 요구했으며, 각각의 검사 시간도 전신을 체크하였기에 매우 길었다.

특히나 전신 MRI는 기계 침대위에 누워 있는 나에게 딱딱한 커버 3 pieces 로 머리, 몸통, 하체를 단단히 덮었다. 왠만한 검사는 잘 받는 나였지만, 관절마다 움직이지 못하게 얹어 놓은 모래 주머니는 나의 관절이 짖 눌렸고, 갑갑하게 덥혀진 커버는 마치 내가 관 속에 들어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여 눈물이 핑 돌았다. 1시간 가량 진행된 검사 후 풀려난 나는 한동안 걷기 힘들었다. 또한, 각기 다른 조영제들과 핵이 묻은 포도당을 1박 2일 내내 투여했더니 금식한 몸이 못 버텼다. 입안이 헐었고, 식욕부진등을 몇일간 겪었다.

이번에 검사하면서 PET 검사의 원리를 알게되었는데, 그 원리가 신기하여 적어본다. 암세포들이 몸에 들어온 당에 일반세포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핵이 은 포도당을 환자에게 주사후 1시간을 두고 난뒤 PET 기계로 전신을 테스트 하여 핵이 은 포도당이 어디에 몰려있는가를 분석한다고 한다. 그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암 식단에서 당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확인하였다.


병가 (Medical Leave)

이제 수술 및 치료 방향성이 잡혔기에 병실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병가를 작성하였다. 미국회사이다 보니 진단서도 영어로 제출해야 했고, 영어 진단서를 써달라기 미안했으나, 기꺼이 써주시겠다는 담당 의사선생님이 너무 감사했다. 빈칸이 가득한 서류를 전달하고 30분 정도 뒤에 손글씨로 빼곡하게 써 놓은 영어들이 그가 얼마나 정성을 담아 썼는지 보였기에 감사할 따름이였다. 그는 멋쩍게 웃으며 ‘ChatGPT 써가며 써봤습니다.‘ 했다. 순간 첨단기술이 이런 흔치않은 요청도 쉽게 작성할수 있게 도와주는것을 느꼈다.

병가는 총 10주를 신청 하였는데, 2주부터는 75%의 월급이 나오며 17주부터는 60%의 월급이 나온다한다.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월급이 일정부분 나옴에 감사드린다. 병가 신청은 회사의 인사팀에서 직접 담당하지 않고, 외부업체에게 의뢰하는 프로세스로 되어 있는데, 공적인 의료 문서를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회사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인들의 병문안 요청

이번에 병을 알아가는 과정이 두 달 이상 걸리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병에 대한 자세한 소식과 과정을 알릴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 병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정신적으로 오는 부담감을 나눌 수 있음이 도움이 되었기에, 마다하지 않았다. 암 판정이 난 뒤, 나의 경과를 궁금해 하는 지인에게 결국 암 판정 받았다고 알려줬고, 다들 안타까워하며 공감해 주었다.

암 판정 이후, 지인들이 병문안을 많이들 제안했고, 대학병원 병실에서 병문안을 허용하지 않았던 점을 이유로 모두 거절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적으로 힘들었던 점은, 나는 아직 암과 장애에 대해 잘 맞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당장 병문안을 하고 싶어하고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지인들에게 거절하는게 한편으로는 너무 미안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왜 나에게 시간이 필요함을 헤아리지 못하는지 서운한 마음이 공존했다. 되돌아보면, 내가 담담하게 암과 장애 소식을 알렸음에 지인들은 내가 잘 마음을 추수렸으라 생각했을 것이고,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은 마음을 병문안으로 표현하고 싶으셨으리라 생각된다.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 그림 출처: https://www.ourmobandcancer.gov.au/if-cancer-comes-back-or-won%27t-go-away/what-is-metastatic-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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