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몇 년간 지내다가 가끔 한국에 들어온다.
그러면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해외에 있는 동안 처리하지 못했던 여러 행정적인 일들, 은행일, 병원 방문 등등으로
하루에 한 두 군데씩 진료나 일을 보러 다닌다.
아이들의 여름 방학을 맞아
(태국은 지금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가장 더운 여름이다.)
한국에 방문하여서 매일 일을 보러 나가거나 전화를 받는다.
OOO님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
OOO님 본인 되십니까? 본인 확인 후 처리를 도와드리겠습니다.
OOO님 예약 도와드리겠습니다.
평소보다도 내 이름을 자주 듣는 하루하루이다.
80년대에 딸 이름으로 많이들 지어주던 지현, 지영, 지연, 지은, 지혜..
나도 그 흔한 이름 중에 하나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거의 가장 많은 성 중에 하나이니
성부터 이름까지 얼마나 흔하고 평범한지.
이렇게 흔한 이름이다 보니 대학교 선택 강의 시간에 여러 학과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반에 나와 같은 이름만 총 3명이 있었다.
그때 교수님은 숙제를 체크할 때 학과를 꼭 확인해야만 했었다.
아버지는 나름대로 예쁘고 세련되게 지어 주신 것일 태지만
그 시절에 이 이름을 쓰는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
어렸을 때는 이런 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다.
흔해 빠지고 널리고 널린 그런 이름이 꼭 나인 것 같아서.
나중에 크면 개명을 할 생각도 먹었었다.
누구와도 같지 않은 독특한 이름으로 바꿔야지!!
라고 마음을 먹으면서.
하지만 지금 나는 개명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내 이름도 나 자신으로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나라는 사람은 누구 와도 바꿀 수 없는 유니크함이 있다.
유니크를 사전에 찾아보니 유일무이한, 독특한, (아주) 특별한 이라고 나온다.
나라는 존재는 누구와도 같지 않은 유니크함을 가지고 있다.
이름이 다른 사람과 같다고 해서 그 유니크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터 인가 내가 나를 좋아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하면서
흔해 빠진 내 이름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병원에 앉아 내 이름이 불리 울 때
전에는 흔한 이름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내 이름이 불릴 때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나는 누구 와도 같지 않은 유니크한 존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