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컷:관찰
이중주차 한 SUV 끝번호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까치발을 해도 보이지 않아,
집에 있는 남편에게 데려다 달라할까 몸을 돌렸다.
순간,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날 비가 와서 물기가 남아 있는 차 앞유리에
볼을 문대며 핸드폰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추니 겨우 숫자가 보였다.
안내음성이 들렸다.
-성함과 용건을 말씀해 주시면 통화가 연결됩니다-
“차 빼주세요.”
신호음이 한참 갔다.
“여보세요?”
“차 빼주세요.”
5분쯤 후,
아파트 입구에서 남자가 걸어왔다.
팔짱을 낀 채 서있는 나를 보고도 걸음이 느긋했다.
“사이드를 걸어놓으면 어떡해요.”
“이거 밀려요.”
“안 밀려요. 한번 해보세요.”
남자는 엉덩이로 쓱 밀어 본다.
“어어… 죄송합니다.”
살짝 후진하면 옆으로 비켜가려 했지만
차는 계속 후진으로 빠져나갔다.
아파트 사거리까지 가서
갈팡질팡하는 차를 보고
좌측 깜빡이를 켰다.
차는 못 봤는지,
그대로 뒤로 쭈욱— 후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