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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로 보는 세상 - 분식회계의 유혹을 느낄 때

by 앤드류킴
모든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


한 번쯤은 이 문구를 들어봤을 것입니다.


회계로 보는 세상(회보세)은 재무제표에 드러난 숫자 너머로

재무제표의 작성 주체인 회사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나름의 시각을 가지고 분석해서 쉬운 말로 전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연초부터 3월 말까지는 소위 '실적 시즌'이라고 해서

기업의 전년도 결산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사는 상장사에 집중되게 마련이고

다양한 뉴스가 쏟아지게 됩니다.


오늘 저의 눈길을 끈 것은

'분식회계 의혹' 기사였습니다.


이 회사는 왜 이런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는지

그 정황을 같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회.보.세 시작하겠습니다.




[IB토마토]젠큐릭스, 매출보다 더 뛴 채권…관리종목 문턱 앞 '밀어내기' 의혹 (뉴스토마토, 2025.04.04)


지난해 젠큐릭스(229000)의 매출채권 및 기타채권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확대에 따른 채권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매출 증가율보다 높은 채권 증가율은 '물량 밀어내기' 의혹을 키운다. 특히 주요 매출처 한 곳의 매출 증가폭이 전체 매출 증가액 및 채권 증가액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채권 회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젠큐릭스는 지난 2020년 6월 기술특례상장 기업으로 올해부터 관리종목지정 기준 매출액 30억원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여기에 올해 매출 규모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이익률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


그간 회사의 매출액은 2020년 16억원, 2021년 30억원, 2022년 26억원, 2023년 26억원 등 30억원을 하회하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두 배 가까이 매출 규모를 성장시키며 관리종목 지정 기준을 넘어섰다. 올해도 늘어난 매출액을 유지하면 관리종목 지정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젠큐릭스가 '고객1'과 관계를 잘 유지해 현재의 매출 규모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익률 개선의 과제가 남아 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상장 이래로 2023년까지 4개년 연속 1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85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당기순손실 역시 2021년 351억원, 2022년 255억원, 2023년 201억원, 2024년 41억원으로 4년 연속 적자다.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2020년 56억원에서 지난해 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상장 유지조건을 통해 그 힌트를 찾아보자.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이 되려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자금조달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회사의 주식이 유동성이 풍부한 주식 거래소에 상장되면

이를 기반 삼아 회사는 다양한 자금 조달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고,

투자자는 원활한 자금회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쉽게 자금을 대 줄(투자)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상장 요건을 엄격하게 두고 있고

상장된 이후에도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래소에서 요구하는 정량적, 정성적 조건들을 만족해야만이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뉴스 기사의 주인공인 젠큐릭스는 코스닥 상장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기술성장 기업 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회사입니다.


'기술성장 기업 특례상장'은... '특례'라는 워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원래 요건으로는 상장이 힘든 기업에게 일부 특혜를 줬다는 것을 뜻합니다.


상장도 조금은 쉽게!

krx.co.kr


상장 유지 조건도 덜 빡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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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유지조건을 젠큐릭스에 비춰보기


젠큐릭스는 2020년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이미 상장이 되었기 때문에

상장 유지조건에 포커스 해서 회사의 의도를 가늠해 보겠습니다.


상장 유지 조건은 재무제표에 기반한 정량 조건, 주식분산 조건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이 중 매출액 기준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순손실 기준으로

젠큐릭스의 숨은 의도를 파악해 보겠습니다.


(1) 매출액 기준


코스닥 시장 관리 종목 규정에 의하면

매출액이 30억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 매출액이 30억 원을 넘지 못하면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즉, 상장폐지 여부를 조사해 보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해당 규정의 별표 내용을 보면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경우, 해당 조건이 5년간 적용되지 않습니다.


최근 5년간의 젠큐릭스 매출 실적은

2020년 16억 원 / 2021년 30억 원 / 2022년 26억 원 / 2023년 26억 원 / 2024년 51억 원.


2020년에 상장을 했으니 2024년의 매출 실적까지는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따라서, 매출액 기준에 의한 관리종목 지정의 이유로 매출 부풀리기에 들어갔을 거라고 하기엔

어딘가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기준


이 기준은 해당 사업연도 말 자기자본(순자산)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규모가 50%를 초과하게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을 하겠다는 건데요.


돈을 못 버는 정도가 너무 심하면 상장사로서의 지위를 뺐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이때 최근 3개년 간 2회 이상 해당 요건이 발생하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다는 것을 유의해서 보시죠.


이 요건 또한 기술특례 상장 기업에게 완화 기간을 주는데요...

상장연도 포함 3개년까지는 이 요건을 적용하지 않게 됩니다.


젠큐릭스의 경우, 2020년~2022년은 적용 면제기간입니다.

2023년부터는 본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지요.


2023년 손실 비율을 보겠습니다.


2023년도 말 기준 자기자본 12,003,304,356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20,294,699,266원으로

169% (손실규모 10억 원 이상 & 50% 초과)


옐로 카드 한 장 받았습니다.


2024년에도 이 비율이 50%를 넘게 되면 젠큐릭스는 관리종목에 들어가게 됩니다.


다행히? 젠큐릭스는

2024년도 말 기준 자기자본 14,896,659,415원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4,137,292,590원으로

손실규모 요건은 10억 원 이상으로 충족하였으나

자기자본 대비 손실 비율이 27.7%에 해당되면서 가까스로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젠큐릭스가 매출 부풀리기에 들어갔다고 한다면,

매출액 요건보다는 이 사업손실 요건을 피하기 위해서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회계적 이익 착시에 벗어나야 한다.


회사들은 상장 유지를 위해서건, 신용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건

다양한 이유로 분식회계 유혹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무제표를 볼 때 항상 분식회계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말아야 하고,

본인만의 재무제표 검증 방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의 양태를 같이 보면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검증합니다.


손익계산서의 경우, 발생주의에 의해 기록하기 때문에

실제 현금흐름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매출과 이익이 과대하게 부풀려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정해 줄 수 있는 것은 현금입니다.

왜냐하면 현금은 거짓말을 하기가 어려운 계정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분석 내용처럼

특정 업체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고

매출 증가율 보다 매출채권의 증가율이 높다는 fact들은

매출 및 이익 부풀리기에 대한 정황으로 해석할 여지가 높습니다.


여기에 만약 영업이익을 시현하고 있는데 현금 규모가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고 하면...

저는 매우 강한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모쪼록 사고가 터지기 전에 스스로 보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시장의 매정한 단면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가 분식회계의 마수에 빠져 들 수 있는 정황을 이해하게 된다면

재무제표를 좀 더 냉철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고,

이를 통해 좀 더 안전하게 투자금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오늘의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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