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을 가꾸는 건축가 Mar 31. 2023

복층형과 무서움

어릴 때 지하실에 가는 것을 너무 무서워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복층형이다. 복층형이라고 해서 크고 거대한 집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래된 구옥의 2층이고, 옥상에 옛날 물탱크실로 쓰던 공간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좁은 실내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2층에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그 공간이 나오고 그곳에서 다시 옥상으로 출입할 수 있다. 나는 쓸모가 없어진 물탱크 실을 옷방과 작은 샤워실로 쓰고 있다. 우리 집은 이러한 구성의 복층이다. 옷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폭이 60cm 정도 되는 좁은 통로를 따라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계단의 단높이가 20cm로 높고 단의 폭도 20cm로 좁아서 올라가는 계단이 그렇게 편하지는 않다. 그러나 위에는 옷방과 샤워실 밖에 없고 하루에 아침, 저녁에 2번 오르내리기 때문에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어제는 문득 퇴근해서 씻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는데,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어릴 때 단층 주택에 살았었는데, 그 주택에는 지하실이 있었다. 지하실은 주방에서 내려가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그곳은 항상 어둡고 습한 곳이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오면 상습적으로 저수지가 되었다. 그곳에는 연탄보일러와 한쪽에 연탄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시멘트로 만든 기다란 세면대가 있었다. 지하공간은 외부 마당에서도 출입문이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1층이 1~1.5m 정도 들어 올려져 있어 지하의 절반은 지상에 드러나 있었다. 지금 우리가 반지하라고 부르는 공간의 느낌정도였던 것 같다.


어릴 때 간혹 집에 혼자 있으면 나는 그 지하실이 너무 무서웠다. 어둡고 습한 곳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방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문제였다. 내려가는 계단입구는 합판으로 덮여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합판을 한쪽으로 밀고 내려가는 구조였다. 그런데, 항상 집에 혼자 있을 때 합판이 조금 열려 있어서 지하의 어둡고 컴컴한 그곳이 조금 보였다. ‘보였다’라기보다는 어둠의 힘이 그 틈으로 밀려 올라오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무서워서 들리는 환청이었겠지만 지하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곤 했다. 집에 혼자 있으니 현관의 시건장치는 잘해놓고 있었는데, 유독 지하실을 통해서 누군가 침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상상을 자주 했다. 지하실은 주방과 연결되어 있고, 외부에서 지하실로 들어오는 문이 있어서 문제였다. 이 문과 주방과 연결된 합판이 침입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취약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의 기억 때문에 복층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다. TV에서 복층으로 된 집을 보면 ‘무섭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면서 보기도 했다. 이 두려움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이 잘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에서 기인한 걱정이었다. 다행히도 어릴 때 이후로는 복층으로 된 집에 살았던 적은 없다. 그런데, 이 집에 이사 오게 되었고, 우연인지 2개 층으로 구성된 집이었다. 처음에 약간은 복층집이라서 무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무섭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고, 복층이 옷방을 거쳐서 옥상으로 나가는 구조여서 밝은 공간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옥상을 거쳐서 침입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무서움은 어린 시설을 지나고 나서는 거의 없어졌다. 간혹 너무 무서운 영화를 보면 그 기억이 며칠을 가기도 하지만, 어릴 때 겪었던 그런 종류의 무서움을 커서는 느껴본 적이 없다. 아마 어린 마음에 상상력이 너무 커서 일 수도 있고, 몸이 약해서 그랬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에 사람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