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에 길들여져 새로운 기억일수록 아득히 깊은 곳에 파묻고 마는 짧은 기억력 탓이겠지만, 공항은 올때마다 새로운 느낌. 아니 작은 고양감을 준다. 출장을 앞두고 조금 일찍 내려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쪽엔 사랑하는 제주를 둘러볼 틈을 냈다는 소소한 흥분 때문일까.
그런데 돌아보면 하루 반나절의 여유 따위 없는 당일치기 출장 때도 그랬다. 시간에 치여 이동할 게 뻔한대도 가장 안전한(일단 사고율은 낮으니;;) 이동수단으로 높은 하늘을 잠시 날아오른다는 고양감이 더해져서인지 제주행을 앞둔 공항은 새로웠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면 나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여기서 일하는 이들에겐 지겨운 일터일지 몰라도 일과 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은 수많은 이들의 설렘이 중첩되어 익숙한 공간을 늘 새롭게 하나보다. 지금도 옆에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의 들뜸과 웅성거림이 마스크를 아득히 뚫고 퍼져나가는 김포공항. 제주에서의 시간이 모쪼록 즐거웠음 좋겠다. 제주를 향한 애정에 새로움 한줌을 추가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