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2.유럽 의료 시스템의 ESG 통합

by 연쇄살충마

지속가능성의 의무: 유럽 의료 시스템의 ESG 통합과 친환경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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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유럽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속가능성의 전략적 필요성

유럽 의료 부문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자 치료와 임상적 우수성에만 집중했던 의료 기관들이 이제는 운영 방식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의료 기관의 핵심 사명과 분리할 수 없는 전략적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지구의 건강이 곧 인류의 건강이라는 근본적인 인식과 함께, 점점 더 강화되는 규제 환경, 그리고 명백한 경제적 유인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본 보고서는 유럽 의료 시스템 내에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이 어떻게 뿌리내리고 있으며, LEED 및 BREEAM과 같은 친환경 건축 인증이 어떻게 의료 공간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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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불가분의 관계: 지구의 건강과 공중 보건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사명은 인간의 건강을 회복하고 증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든 행성 위에서 이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기란 불가능하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니라, 폭염, 홍수, 대기 오염, 감염병 확산과 같은 형태로 이미 공중 보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현실이 되었다.1 이러한 기후 재난은 의료 시스템에 과부하를 유발하고, 취약 계층의 건강을 위협하며, 새로운 질병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해를 끼치지 말라(First, do no harm)'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제 환자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헬스케어 위드아웃 함(Health Care Without Harm, HCWH)'과 같은 단체들은 의료 부문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환자와 지역 사회의 건강을 보호하는 윤리적 의무임을 강조한다.2 즉, 의료 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폐기물이 역설적으로 또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의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 증진으로 전환하고, 그 범위를 개별 환자에서 지역 사회와 생태계 전체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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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변화를 이끄는 규제 및 입법 동력

유럽 의료 부문의 지속가능성 전환은 단순히 윤리적 당위성에만 기반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는 강력한 규제와 입법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EU 그린딜(EU Green Deal): EU 그린딜은 2050년까지 유럽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 아래, 경제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정책 프레임워크다.4 이는 의료 부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의료 기관 포함)에 대해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여 투명성을 강화한다.4 또한,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포장 규제는 의료 폐기물 문제에 직접적인 해결책을 요구한다.4

국가적 의무화 - NHS의 선도적 사례: 이러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이다. NHS는 2022년 '보건 및 의료법(Health and Care Act 2022)'을 통해 넷 제로(Net Zero) 목표를 법제화한 세계 최초의 보건 시스템이 되었다.7 이 법은 NHS에 기후 변화 대응을 의무화하며, 모든 산하 기관이 국가 목표에 부합하는 자체적인 '그린 플랜(Green Plan)'을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강제한다.7 이는 국가 차원의 정책이 어떻게 전체 의료 시스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강력한 선례가 되고 있다.

ESG 공시와 투자: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에서 처음 제시된 ESG는 이제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6 이러한 흐름은 자본 시장을 넘어 존스홉킨스 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과 같은 세계 유수의 병원들이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대규모 의료 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6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을 요구함에 따라, ESG 경영은 의료 기관의 평판과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에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1.3 의료 부문의 막대한 환경 발자국

유럽 의료 부문이 지속가능성 전환을 서두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이 환경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의료 부문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지구 환경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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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통계: 전 세계 보건 의료 부문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1 이는 항공 산업이나 해운 산업과 맞먹는 수준으로, 만약 의료 부문이 하나의 국가라면 세계 5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에 해당할 정도의 규모이다. 이 통계 하나만으로도 의료 부문이 기후 변화 대응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특히 대형 병원은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상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일부 대형 병원들은 매년 전기 요금으로만 100억 원 이상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 시급한 재정적 과제임을 동시에 보여준다.1 이처럼 방대한 탄소 발자국과 에너지 소비는 의료 부문이 지속가능성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며, 본 보고서에서 다룰 다양한 혁신과 전략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 보면, 유럽 의료계의 지속가능성 추구는 단일한 원인에 의한 움직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는 세 가지 강력한 힘이 한데 모여 만들어낸 필연적인 흐름이다. 첫째, '해를 끼치지 말라'는 윤리적 의무가 환경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둘째, EU 그린딜과 NHS 법제화와 같은 규제적 압박이 구체적인 행동을 강제하고 있다. 셋째, 막대한 에너지 비용과 공급망 리스크라는 경제적 현실이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이 세 가지 동인은 서로를 강화하며 시너지를 창출한다. 규제는 '채찍' 역할을, 비용 절감은 '당근' 역할을, 그리고 윤리적 사명감은 조직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성공적인 지속가능성 전략은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규제 준수 리스크를 간과할 수 있고, 규제 준수에만 매몰된 전략은 윤리적 사명감에 기반한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가장 회복력 있고 효과적인 전략은 이 세 가지 동인을 모두 통합하여 조직의 비전과 운영에 내재화하는 것이다.


제2부: 임상 환경에서의 ESG 프레임워크 해부

ESG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유럽의 의료 현장에서 구체적인 행동과 측정 가능한 성과로 전환되고 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 각 영역에서 병원들은 기존의 운영 방식을 혁신하며 지속가능한 의료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장에서는 각 ESG 영역별로 유럽 병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핵심 전략과 실질적인 성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2.1 환경적 책임: 탄소 발자국에서 순환 의료까지

의료 부문의 환경적 책임(E)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화, 폐기물 관리, 수자원 보존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한다. 유럽 병원들은 임상 활동부터 시설 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환경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임상 활동의 탈탄소화

의료 서비스의 핵심인 임상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다.

마취 가스 관리: 전신 마취에 사용되는 일부 가스는 강력한 온실 효과를 유발한다. 특히 데스플루레인(Desflurane)은 동일 질량의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540배나 강력한 물질이다.11 이에 영국은 2023년부터 데스플루레인 사용을 금지했으며, EU 역시 2026년부터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11 또한, 영국 그레이트 웨스턴 병원(Great Western Hospital)은 분만 시 통증 완화에 사용되는 아산화질소(Entonox)를 분해하는 중앙 파괴 장치(CDU)를 설치하여 탄소 배출을 중립화하는 기술적 해결책을 도입했다.12

의료 수송 차량의 전기화: 스페인의 갈리시아 보건 서비스(SERGAS)는 병원 운영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Scope 1)을 줄이기 위해 전기 구급차 도입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디젤 구급차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 감축하고, 연료비를 97% 절감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14 이는 특정 배출원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에너지 관리 및 재생에너지 활용

24시간 가동되는 병원 시설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탈탄소화의 핵심이다.

자체 에너지 생산: 스페인의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하바나 병원(Fraternidad-Muprespa Habana Hospital)은 지붕에 60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연간 137,000 k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병원 전체 전력 소비의 8%에 해당한다.16 덴마크의 신축 오덴세 대학병원(New Odense University Hospital)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병원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하여 여름철 전력 소비의 45%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17

혁신적인 냉방 시스템: 덴마크의 신축 올보르 대학병원(New Aalborg University Hospital)은 인근 분필 호수의 차가운 물을 이용한 '해수 온도차 냉방(thalassothermal cool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 냉방 방식보다 최대 8배 더 효율적이며, 연간 500톤에서 7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17 이는 지역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혁신적인 에너지 솔루션의 모범 사례다.

에너지 효율 개선: 그레이트 웨스턴 병원은 병원 전체 조명의 95%를 LED로 교체하여 조명 관련 전력 수요를 약 30% 감축했다.13 또한, 네덜란드 성 안토니우스 병원(St. Antonius Hospital)은 지능형 빌딩 관리 시스템(BMS)과 스마트 조명 시스템을 도입하여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고 있다.23

순환 경제 및 폐기물 관리

의료 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은 심각한 환경 문제다. 유럽 병원들은 폐기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순환 경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 노력: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병원(Aarhus University Hospital)의 사례는 의료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이 병원에서 발생하는 고형 폐기물의 약 18%가 깨끗한 플라스틱 포장재로, 연간 약 400톤에 달하지만 이 중 단 7톤만이 재활용되고 있다.24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은 공급업체와 협력하여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폴리머(mono-polymer)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입찰 기준에 명시하는 등, 조달 단계에서부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24

폐기물 분리 및 감축: NHS는 감염성 폐기물보다 덜 위험한 '공격성 폐기물(offensive waste)'의 비율을 60%까지 높이는 목표를 설정했다.26 이는 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적인 전략이다. 또한, 그레이트 웨스턴 병원의 '장갑 벗기(Gloves Off)' 캠페인처럼 불필요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상당한 감축 효과를 내고 있다.27

수자원 관리

물은 의료 활동에 필수적인 자원이지만, 동시에 막대한 양이 소비된다.

중수도 재활용 시스템: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하바나 병원은 세면대와 샤워실에서 발생하는 회색수(greywater)를 회수하여 화장실 용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매일 8,000리터의 물을 회수하여 화장실 용수 수요의 57%를 충당하며, 연간 약 300만 리터의 물을 절약하는 효과를 낸다.16

2.2 사회적 책임: 환자, 직원, 지역사회를 치유하다

의료에서의 사회적 책임(S)은 단순한 자선 활동을 넘어, 환자와 직원의 웰빙을 증진하고 지역 사회의 건강에 기여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특히 건축과 공간 디자인을 통해 치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유럽 병원들의 'S' 전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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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건축과 환자 중심 디자인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치유 건축(Healing Architecture)'은 환자의 회복을 돕고 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플래닛트리 철학과 공간 구현: 네덜란드의 하하 병원(Haga Hospital)은 환자, 방문객, 직원 모두를 배려하는 '플래닛트리(Planetree)' 철학을 건축에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28 자연 채광이 가득한 거대한 아트리움, 외부 조망이 가능한 1인실, 부서 간 교류를 촉진하는 공용 공간 등은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회복을 촉진하며, 직원들에게는 쾌적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28

덴마크의 새로운 표준: 덴마크의 신축 병원들은 빛, 공기, 자연과의 연결, 1인실 등을 기본 설계 원칙으로 채택하여 치유 건축을 국가적 표준으로 만들어가고 있다.17 이러한 설계는 병원 내 감염을 줄이고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는 등 임상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혁신적인 치유 공간: 프랑스의 아다만트 병원(Adamant Hospital)은 센 강 위에 떠 있는 독특한 형태의 정신과 병원으로, 환자들에게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환경을 제공하며 치유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31

지역사회 통합과 건강 형평성

병원의 역할은 담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 사회와 긴밀히 연계하여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고 예방 중심의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처방 모델: 싱가포르 공공 의료 기관의 '사회적 처방 모델'은 환자의 의학적 문제뿐만 아니라 고립, 주거, 식생활과 같은 사회적 요인을 의료 서비스와 연계하여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11 이는 병원이 지역 사회의 건강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선진적인 모델이다.

지역사회 공헌 및 교육: 이탈리아 산 라파엘레 병원(San Raffaele Hospital)과 부속 대학은 '학교로 찾아가는 산 라파엘레'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사회에 건강 및 예방 문화를 전파하고, 공중 보건 캠페인을 주도하며 지역 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32

2.3 거버넌스와 투명성: 신뢰와 책임의 구축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거버넌스(G)는 모든 환경 및 사회적 노력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의료 기관의 거버넌스 과제: 특히 비영리 법인 형태가 많은 병원들은 일반 기업과 같은 ESG 보고 및 공시 의무가 없는 경우가 많아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35 한국과 유럽의 많은 중소 병원 및 개인 병원은 재무 정보 공시 의무가 없어 자산 운영 실태나 수익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35

견고한 거버넌스 구조 확립: NHS의 그린 플랜 모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그레이트 웨스턴 병원의 경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넷 제로 담당 이사회 임원으로 지정하고, 부동산 관리 이사회를 통해 그린 플랜 이행을 관리하며, 지속가능성 목표를 직원 평가에 반영하는 등 명확한 책임 및 보고 체계를 갖추고 있다.8

거버넌스 도구로서의 지속가능한 조달: 조달은 병원의 가치 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거버넌스 도구다. 오르후스 대학병원이 입찰 조건에 재활용 가능성을 명시하거나, NHS 공급망이 공급업체 관계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것은 거버넌스가 병원 내부를 넘어 공급망 전체로 확장되는 사례다.24

이상의 분석에서 의료 부문의 '사회적 책임(S)'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자선 행사와 같은 부수적인 활동으로 여겨졌던 사회적 책임은 이제 환자 경험, 직원 만족도, 지역사회 건강 증진과 같은 핵심적인 임상 및 운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치유 건축'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시다. 이는 단순히 미학적인 접근이 아니다. 환자 중심 철학(S)이 구체적인 건축 설계(E)로 이어지고, 이것이 더 빠른 회복과 입원 기간 단축이라는 개선된 임상 결과(S)를 낳으며, 결과적으로 환자당 자원 사용량 감소와 운영 비용 절감(E & Financial)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 인과 관계는 'S'에 대한 투자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환경적, 재무적 성과를 동시에 창출하는 핵심적인 '가치 동인(Value Driver)'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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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지속가능성의 건축적 구현: 친환경 인증 병원

ESG 원칙이 의료 기관의 운영 철학을 바꾼다면, LEED와 BREEAM 같은 친환경 건축 인증은 그 철학을 물리적인 공간으로 구현하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 장에서는 유럽에서 최고 수준의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병원들의 사례를 통해, 지속가능한 설계가 어떻게 에너지 효율, 자원 보존, 그리고 인간 중심의 치유 환경을 동시에 달성하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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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례 연구: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하바나 병원, 스페인 (LEED 플래티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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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하바나 병원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의료(Healthcare)' 부문에서 최고 등급인 LEED 플래티넘 인증을 획득한 시설이다.16 이 병원은 개별적인 친환경 기술의 집합체가 아니라,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통합 시스템으로서 지속가능성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통합 시스템 접근법: 이 병원의 성공은 에너지, 물, 실내 환경 등 각기 다른 시스템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는지를 보여준다.

에너지: 기준 건물 대비 전체 에너지 소비를 43% 절감했다.38 이는 고성능 단열 외피, 자연광에 따라 조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조명, 폐열 회수 환기 시스템, 그리고 지붕에 설치된 600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태양광 패널은 연간 137,000 kWh의 전력을 생산하여 병원 운영에 기여한다.16

물: 이 병원의 가장 혁신적인 특징 중 하나는 정교한 중수도 재활용 시스템이다. 세면대와 샤워실에서 나오는 비교적 깨끗한 물(회색수)을 저장 및 처리하여 화장실 용수로 재사용함으로써, 연간 약 300만 리터의 귀중한 수자원을 절약한다.16

실내 환경 품질: 환자와 직원의 건강을 위해 실내 공기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함량이 낮은 자재를 사용하고, 'Floor Score' 인증을 받은 바닥재를 시공했으며, 능동형 편광 공기 필터를 설치하여 공기 중 오염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16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광촉매(photocatalytic) 기술이 적용된 타일이다. 이 타일은 자외선을 받으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스스로 세척되는 기능이 있어, 위생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잡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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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하바나 병원 지붕에 넓게 펼쳐진 600 m2 규모의 태양광 패널. 이 시설은 병원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며 LEED 플래티넘 등급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3.2 사례 연구: 하하 병원, 네덜란드 (BREEAM 엑설런트)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하하 병원은 친환경 건축 표준(BREEAM)과 환자 중심의 치료 철학(플래닛트리)이 어떻게 완벽하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이 병원은 네덜란드 최초로 BREEAM 엑설런트 등급을 획득했다.28

웰빙을 위한 디자인:

건축: 병원 건물은 '8자 형태'로 설계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성인용과 아동용으로 구분된 두 개의 거대한 아트리움이 자리 잡고 있다.30 유리 지붕을 통해 자연 채광이 쏟아지는 이 공간들은 병원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환자와 방문객, 직원들이 편안하게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한다.

자재: 실내 공기질, 내화성, 방음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11,000에 달하는 면적에 크나우프 인슐레이션(Knauf Insulation)의 '어쿠스티핏(Acoustifit)' 시스템과 같은 고성능 친환경 단열재 및 마감재를 사용했다.40

환자 경험: 플래닛트리 철학에 따라 거의 모든 병실을 1인실로 설계하여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회복을 돕는다.28 특히 율리아나 어린이병원(Juliana Kinderziekenhuis) 구역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 디자인'을 도입하여, 치료 과정의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주는 세심한 배려를 보여준다.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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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네덜란드 하하 병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아트리움. 유리 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풍부한 자연광과 녹색 식물들이 어우러져, 병원이라기보다는 편안한 휴식 공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환자와 직원들의 웰빙을 증진하는 '치유 건축'의 핵심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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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례 연구: 산 라파엘레 병원 "아이스버그", 이탈리아 (LEED 골드 목표)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 라파엘레 병원의 신축 외과 및 응급 센터는 '아이스버그(Iceberg)'라는 별명으로 불린다.41 이 별명처럼 독특한 외관은 단순히 미학적인 장치를 넘어, 건물 전체의 에너지 성능을 좌우하는 고성능 바이오클리마틱(bioclimatic) 시스템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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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그" 파사드:

바이오클리마틱 기능: 건물을 감싸고 있는 수직 세라믹 루버(louver, 차양)는 계절과 시간에 따른 태양의 고도를 정밀하게 계산하여 설치되었다. 이 루버들은 여름철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여 실내로 유입되는 열을 줄여주며, 이를 통해 냉방 에너지 요구량을 약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42 겨울철에는 낮은 각도의 햇빛을 실내 깊숙이 반사시켜 자연 채광을 극대화한다.

스모그 저감 기술: 이 건물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세라믹 루버 표면에 코팅된 이산화티타늄()이다. 이 물질은 광촉매 작용을 통해 공기 중의 스모그 입자와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을 한다.42 즉, 건물이 스스로 주변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는 병원이 환자 치료를 넘어 지역 사회의 환경 개선에까지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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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산 라파엘레 병원 "아이스버그" 건물의 독특한 외관. 수직으로 배열된 흰색 세라믹 루버가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이는 미적 효과뿐만 아니라 태양열을 제어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친환경 기능을 수행한다.

3.4 비교 분석: 의료 시설에서의 LEED와 BREEAM

LEED와 BREEAM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친환경 건축 인증 시스템이지만, 의료 시설에 적용될 때 약간의 차이점을 보인다.

LEED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표준으로, '의료(Healthcare)' 부문에 특화된 별도의 평가 기준을 제공하여 병원의 특수성(예: 24시간 운영, 감염 관리, 의료 장비 에너지 소비 등)을 체계적으로 반영한다.38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병원의 사례는 이 기준을 성공적으로 충족했음을 보여준다.

BREEAM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며, 각 국가의 법규와 환경에 맞춰 현지화된 버전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 BREEAM-NL).46 이는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하 병원은 네덜란드 상황에 최적화된 BREEAM-NL을 통해 우수성을 입증했다.


결론적으로, 두 시스템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인증 시스템을 단순히 점수를 얻기 위한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초기 단계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검증하는 프레임워크로 사용하는 것이다. 위 사례들은 인증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여 건축적, 환경적, 임상적 가치를 모두 높인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최첨단 친환경 병원들의 사례를 분석하면, 중요한 설계 철학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더 이상 친환경 병원은 단순히 개별적인 지속가능 기술(태양광 패널, 절수형 변기 등)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건물을 하나의 통합된 고성능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접근법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산 라파엘레 병원의 파사드 설계는 HVAC(냉난방공조) 시스템의 필요 용량과 에너지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병원의 물 재활용 시스템은 물 펌핑과 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킨다. 이처럼 각 요소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쇄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이러한 건물의 성공은 개별 기술의 합(A+B+C)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통한 곱(A×B×C)으로 나타난다. 이는 신축 병원을 계획할 때, 초기 설계 단계부터 통합적인 접근이 단순히 유익한 것을 넘어, LEED 플래티넘과 같은 최고 수준의 성능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조건임을 시사한다. 기존의 부실하게 설계된 건물에 개별 기술을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이러한 통합적 성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제4부: 시스템 전반의 전환: 국가 및 지역별 전략

개별 병원의 노력을 넘어, 유럽의 일부 국가와 지역은 전체 의료 시스템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상황과 강점에 맞춰 상이한 전략적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의 의료 시스템 리더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장에서는 영국, 덴마크,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의 사례를 통해 세 가지 대표적인 시스템 전환 모델을 비교 분석한다.

4.1 NHS 그린 플랜: 넷 제로 의료를 위한 국가적 청사진 (영국)

영국 NHS의 접근법은 중앙 정부 주도의 강력한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 전반의 의무화(System-wide Mandate)' 모델로 요약할 수 있다.

하향식, 법제화 접근: NHS는 국가 차원에서 2040년까지 직접 배출(NHS Carbon Footprint) 넷 제로, 2045년까지 간접 배출(NHS Carbon Footprint Plus) 넷 제로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7 그리고 모든 산하 기관(Trusts 및 통합의료시스템)이 이 국가 목표에 부합하는 자체적인 '그린 플랜'을 의무적으로 수립하고 이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다. 이는 개별 기관의 자발성에 의존하지 않고, 전체 시스템을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강력한 동력을 제공한다.

실행 사례 - 그레이트 웨스턴 병원(GWH): GWH는 이러한 국가적 청사진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거버넌스: GWH의 그린 플랜은 이사회 임원이 넷 제로 책임을 맡고, 100명 이상의 '지속가능성 챔피언'이 현장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등 명확한 책임 구조를 갖추고 있다.22

실질적 이니셔티브: 신축 건물에 대한 BREEAM 엑설런트 등급 획득, LED 조명 설치를 통한 전력 수요 약 30% 절감, 효율적인 폐기물 분리 시스템 도입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13 특히 GWH는 '지속가능한 감염 예방 및 관리(IPC)' 분야에서 NHS 잉글랜드의 첫 번째 시범 기관으로 선정되어, 감염 관리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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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영국 NHS 트러스트 소속 그레이트 웨스턴 병원의 현대적인 외관. 이 병원은 국가적인 NHS 그린 플랜에 따라 에너지 효율 개선, 폐기물 감축 등 다방면에서 지속가능성 목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4.2 덴마크 모델: 신규 인프라에 지속가능성을 설계하다

덴마크는 대규모 병원 신축 프로젝트를 기회로 삼아, 설계 단계부터 지속가능성을 핵심 요소로 통합하는 '신축 인프라 통합(New-Build Integration)' 모델을 추구한다. 이는 개별 건물을 넘어 지역 단위의 대규모 공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선제적, 인프라 주도 접근: 덴마크는 노후 병원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을 넘어, 에너지, 냉방, 교통 등 병원 운영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가장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핵심 프로젝트:

신축 오덴세 대학병원: 병원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인근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 단지를 함께 조성하는 것은 에너지 계획을 병원 건축과 통합한 대표적인 사례다.17

신축 올보르 대학병원: 지역 유틸리티 회사와 협력하여 인근 호수의 차가운 물을 활용한 지역 냉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연간 500-7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병원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에너지 모델을 제시한다.17

기반 철학: 모든 신축 프로젝트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치유 건축' 원칙은 덴마크 모델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이는 지속가능성이 단순히 기술적인 효율성을 넘어, 환자와 직원의 웰빙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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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덴마크 신축 오덴세 대학병원에 전력을 공급할 태양광 발전 단지의 조감도. 이는 병원 신축 시 에너지 인프라를 처음부터 지속가능하게 설계하는 덴마크 모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4.3 집중적 혁신: 갈리시아 보건 서비스(SERGAS)의 탈탄소화 프로젝트 (스페인)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 보건 당국인 SERGAS는 대규모 신축 없이도 상당한 환경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택과 집중형 운영 혁신(Targeted Operational Innovation)' 모델을 제시한다. 이들의 전략은 기존 시스템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배출원을 식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지역 단위, 고효율 접근: SERGAS는 전면적인 재건축 대신, 운영 프로세스 개선과 특정 분야의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춘다.

전기 구급차 프로젝트: 병원 운영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Scope 1)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구급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80% 감축, 연료비 97% 절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14 특히 주목할 점은, 구급차 서비스 공급업체 선정 시

'클린 에너지 차량 제공'에 전체 평가 점수의 15%를 할당하는 등, 조달 과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의 변화를 유도했다는 것이다.15

광범위한 전략: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인구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더 큰 혁신 계획인 '코드 100(Code 100)'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49 이는 지속가능성 추구가 의료 시스템의 전반적인 회복력 강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 세 가지 모델(영국, 덴마크, 스페인)은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각기 다른 유효한 전략적 경로를 보여준다. 어느 한 모델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아니라, 각 시스템이 처한 고유한 상황에 따라 최적의 경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NHS와 같이 중앙집권적 거버넌스 구조를 가진 국가 시스템에서는 영국의 '의무화' 모델이 효과적일 수 있다. 덴마크처럼 병원 인프라 현대화 시점에 있는 시스템은 '신축 통합' 모델을 통해 미래의 부담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신축 예산이 부족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개선의 여지가 큰 시스템은 스페인 SERGAS의 '운영 혁신' 모델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시스템 리더들은 "어떤 모델이 최고인가?"를 묻기보다, "우리 시스템의 거버넌스 구조, 인프라 수명 주기, 그리고 주요 탄소 배출원은 무엇이며, 이를 고려할 때 어떤 모델의 조합이 가장 적합한가?"를 고민해야 한다. 노후 병원이 많은 시스템은 단기적으로 SERGAS 모델을 통해 즉각적인 성과를 내면서, 장기적인 자본 계획에 덴마크 모델을 반영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제5부: 전략적 종합 및 미래 전망

본 보고서는 유럽 의료 부문에서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부수적인 고려 사항이 아닌,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개별 병원의 친환경 건축 혁신부터 국가 단위의 넷 제로 전략에 이르기까지, 유럽 의료계는 인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이 하나라는 인식 아래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이 마지막 장에서는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종합하여 지속가능한 의료의 강력한 당위성을 재확인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의료 리더들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과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5.1 지속가능한 의료의 압도적인 비즈니스 케이스

지속가능성은 환경 보호라는 윤리적 가치를 넘어, 병원 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현명한 투자임이 입증되었다.

재무적 투자수익률(ROI): 에너지 효율 개선은 가장 직접적인 재정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LEED 플래티넘을 획득한 프라테르니다드-무프레스파 병원은 기준 건물 대비 에너지 비용을 43% 절감했으며 38, 물 재활용과 폐기물 감축 역시 상당한 운영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아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기여한다.

운영적 투자수익률(ROI): 지속가능한 디자인은 병원의 핵심 기능인 환자 치료의 효율성을 높인다. 하하 병원의 플래닛트리 철학에서 보듯, 자연 채광이 풍부하고 쾌적한 1인실 환경은 환자의 회복 기간을 단축시키고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28 이는 곧 병상 회전율을 높이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여 의료 서비스의 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평판적 투자수익률(ROI): 지속가능성에 대한 리더십은 지역 사회의 신뢰를 얻고,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은 우수한 의료 인재와 환자들을 유치하는 데 강력한 무기가 된다. ESG 경영을 선도하는 병원은 미래 지향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관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여, 경쟁이 치열한 의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5.2 실행을 위한 로드맵: 의료 리더를 위한 핵심 권고 사항

유럽의 선진 사례 분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의료 리더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단계별 실행 방안을 제안한다.

병원 행정가 및 경영진:

기준선 설정: 가장 먼저 조직의 탄소 발자국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에너지, 물, 폐기물 등 주요 배출원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버넌스 구축: 이사회 차원의 책임자를 명확히 지정하고, 전담 부서나 위원회를 구성하여 지속가능성 전략을 총괄하도록 한다.

단기 및 장기 계획 수립: 폐기물 분리 강화, LED 조명 교체와 같이 즉각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손쉬운 과제(low-hanging fruit)'를 우선 실행하는 동시에, 화석 연료 난방 시스템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적인 '열 탈탄소화 계획(Heat Decarbonisation Plan)'을 수립해야 한다.

정책 입안자 및 정부 기관:

제도적 기반 마련: 영국의 NHS 그린 플랜과 같이, 국가 또는 지역 단위의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의료 기관의 참여를 의무화하는 법적, 제도적 프레임워크를 고려해야 한다. 이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변화를 가속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략적 공공 조달: 정부 및 공공 의료 기관의 구매력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전체 의료 공급망의 녹색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건축가 및 도시 계획가:

통합 설계 프로세스 도입: 설계 초기 단계부터 건축, 기계, 전기, 조경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건물을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

인증 시스템의 전략적 활용: LEED나 BREEAM과 같은 인증 시스템을 단순히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체크리스트가 아닌, 설계와 시공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해야 한다.

'치유 건축' 원칙 우선 적용: 환경적 목표와 임상적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환자와 직원의 웰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치유 건축' 원칙을 모든 의료 시설 설계의 핵심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5.3 미래의 지평: 신기술과 새로운 트렌드

지속가능한 의료를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다가올 기술 혁신과 새로운 트렌드는 의료 시스템의 환경 발자국을 더욱 획기적으로 줄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 스마트 빌딩 기술, 사물인터넷(IoT) 센서,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은 병원 운영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여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할 것이다.52 또한, AI는 물류 및 자원 배분을 효율화하여 운영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순환 경제의 심화: 현재의 폐기물 재활용 단계를 넘어, 고가의 의료 장비를 재사용, 재제조하고, 제품을 소유하는 대신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servitization) 등 진정한 의미의 순환 경제 모델이 의료 부문에 도입될 것이다.

기후 회복력(Climate Resilience): 미래의 지속가능한 병원은 단순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후 변화로 인해 빈번해질 폭염, 홍수, 전염병 대유행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의료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후 회복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공급망 다변화, 비상 전력 확보, 감염병 대응 설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의료로의 전환은 막대한 도전과 노력을 요구하는 과제다. 그러나 이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의무이자, 더 나은 환자 치료, 더 건강한 지역 사회, 그리고 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다. 유럽의 선구적인 병원들이 보여준 혁신과 리더십은 전 세계 의료계에 영감을 주며, 우리의 의료 시스템과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의 장기적인 건강을 위해 지속적인 혁신과 적응의 여정을 계속해야 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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