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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랭 Jun 19. 2020

스마트폰 없이 아이 키울 수 있을까?

 식당에 가면 꼭 보게 되는 모습이 있다. 바로 2~3살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뚫어지게 보면서 영혼 없이 밥을 받아먹는 모습이다. 요즘 애들은 뭐 보나 보니까 아직도 돌쟁이부터 24개월 이내 아이들은 '아기 상어'가 대세인 듯하다. 이제 조금 더 지나면 아직도 건재하신 뽀통령님을 지나, 폴리, 타요, 띠띠뽀를 거쳐 4살이 지나면 남자아이들은 공룡, 로봇에 환장을 하고 여자 아이들은 콩순이, 시크릿 쥬쥬를 접하며 핑크병과 공주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 과정들을 지날수록 아이와 스마트폰은 더더욱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고, 학교에 들어가 너도, 나도, 걔도 다 있는 스마트폰에 눈이 돌아가 스마트폰 말고는 죽음을 달라며 시위를 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아이가 어렸을 때 군대 동기보다 찐하다는 산후조리원 언니들 3명과 함께 문화센터에 다닌 적이 있다. 끝나고 나면 1층 푸드코트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일단, 아이 네 명을 아기의자에 앉아 세팅시킨다. 그리고 둘씩 나눠 스마트폰으로 아기 상어 동영상을 틀어준다. 참 삼성 출판사는 엄마들의 마음을 어찌나 잘 아는지, 유튜브에 아기 상어만 쳐도 30분짜리 60분짜리, 80분짜리, 120분짜리 필요한 시간만큼 쉴 새 없이 동요가 메들리로 나오는 영상들을 제공한다. 밥을 먹으려면 30분짜리를 틀어도 되지만, 아이들 먹이고 우리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도 떨려면 그냥 처음부터 120분짜리를 틀어주는 편이 낫다. 아이들은 틀어주는 순간 조용해지고 동태 눈깔로 이유식을 받아먹는다. 엄마들은 한숨 돌리며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안다. 애들은 저렇게 스마트폰에 맡겨 놓고서 자기들끼리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는 아줌마들을 혀를 차며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가끔 들리기도 한다. 아리따운 처자들이 남자 친구들에게 혀를 반 잘라먹고,


"쟈기얌~나눈~ 우리가 아가 낳으면 절대로 저렇게 스마트폰 안 보여줄거예요~"


야 이 씨ㅂ@$%&$^%&^*&*!!!!!


님아 니가 키워 보세요. 니가 스마트폰 안 보여주고 애 키울 수 있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스마트폰 안 보여주고 애가 쳐 울고 소리 지르면 또 맘충이라고 그럴 거잖아!! 민폐 맘이니 어쩌니 생각 없고 개념 없는 아줌마로 만들어 눈치 주며 내쫓을 거잖아. 그럼 또 그렇게 말할 거지?


"아니 애를 데리고 왜 나와? 집에나 있을 것이지."


야!! 너 와서 나랑 싸우자!! 오늘 피 좀 한번 나 보자!! 집에 많이 있었어. 계속 있었어. 엄청 있다가 한 번 나온 거야. 목 다 늘어난 티셔츠 입고 하루 종일 아이에게 젖짜주는 젖소, 하녀처럼 집안일만 하는 쓸모없는 인간이 된 느낌으로 하루 종일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이렇게 살다간 애를 잡든, 나를 잡든 둘 중 하나 하기 전에 살아보겠다고 나온 거란 말이다. 사람이라도 구경하려고, 적막한 집에서 대답 없는 아이에게 정신병자처럼 말 거는 내가 혹시나 어찌 될까 봐, 어른의 말들이라도 좀 들어보려고 잠시 잠깐 나온 건데 꼭 벌레로 만들고 개념 없는 여자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냐?


_라고 퍼붓고 싶지만 대부분의 엄마들도 동태 눈깔로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가 자랑스럽진 않다. 그렇게 정신산만 하던 애가 30분간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우리 아이가 집중력이 이렇게 좋았나 살짝 기특할 뻔하다가 2시간 넘게 유튜브만 보고 있으면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유아 스마트폰 중독인가 싶어 정신이 아찔하다.


우리 아이 역시 그랬다. 점점 클수록 외출 시 지인들과 이야기라도 조금 하려고 하면 보란 듯이 뗑깡을 부리고, 그다음은 거래하듯이 스마트폰을 달라고 했다. 일단 지인들에게 민망해 스마트폰을 내주었지만 뒤끝이 씁쓸했다. 아이에게 왠지 끌려다니는 것 같아 기분도 더러웠다. 반대일 때도 억울했다. 진짜 노는 거 아니고 장보기와 필요한 일 때문에 스마트폰을 보는 건데도 "엄마!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맨날 스마트폰 보느라 나하고 안 놀아주잖아!!"라고 말하며 가슴에 비수를 꽂는 아이를 볼 때도, 유치하지만 네가 볼 땐 괜찮고 내가 볼 땐 왜 그러냐고 따지고 싶었다.


 결국 아이와 나를 위해 스마트폰을 꺼야 했다. '공평하게 나도, 너도 하지 말자'였다. 아이에겐 스마트폰이 고장 났다고 했고 폴더폰이라도 달라고 했던 아이는 푸르뎅뎅한 화면에 멍청이같이 숫자밖에 안 찍히는 폰을 보고는 홱 던져버렸다. 그러나 아이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여시 방망이 같은 애교로 아빠를 꼬셨다.

"압빠~ 뽀도도 보여듀세여~"

딸바보인 남편은 딸의 애교에 살살 녹아 친히 그놈의 뽀도도를 켜서 가장 편한 자세로 볼 수 있게 바로 앞에 세팅까지 해주었다. 다행히 남편이 아이를 볼 수 있는 주말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몇 번은 두고 봤다. 아빠만이 해 줄 수 있는 통 큰 혜택 정도로 보기로 했다. 그러나 봤다 하면 일주일치를 몰아보듯이 눈도 껌뻑 안 하고 2시간씩 뽀로로를 보는 아이를 보고는 이럴 거면 내가 폴더폰을 왜 샀나 싶어 슬슬 열이 올랐다. 결국 나는 남편과의 협의(라고 쓰지만 협박)를 통해 아이에게 스마트폰 시간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럼 아이는 아무 동영상도 안 보느냐?를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아이가 볼 수 있는 동영상은 DVD와 아주 간혹 EBS 채널, 가족 모두 함께 보는 영화이다. DVD는 영어 또는 한글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본다.


 영어 DVD는 많은 육아서들을 보고 따라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두 돌 때부터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주 아주 쉬운 유아용 프로그램들이고, 그림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라 아이도 재밌게 보고 있다. 유튜브와 DVD의 차이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유튜브는 새로운 동영상을 보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하나가 끝나면 바로 다음 영상을 누를 수 있는 창들이 뜬다. 아이들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시간으로 계속 뜨기도 한다. 네 살만 돼도 스스로 눌러보며 스마트폰 기능들을 다 알고 있는데 아이들이 이것을 모르고 지나칠 리 없다. 기가 막히게 광고까지 스킵하고 다음 동영상을 본다. 그러나 DVD는 한 바퀴 돌고 나면 꺼진다. 다시 재생 버튼을 눌러 또 볼 수는 있겠지만 한 번 봤던 내용이라 환장하고 보지 않는다. 많이 봐봤자 세 번이다. 지가 스스로 끈다. 영어 DVD의 경우 같은 내용을 며칠 또는 몇 달 동안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도 한다. 아이가 간혹 주인공 두 명 이상의 대화를 목소리 바꿔가며 따라 할 때가 있는데 들리는 대로 내뱉는 발음이지만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역시 가랑비를 많이 맞히니 옷이 젖는다.

 EBS에도 뽀로로와 띠띠뽀, 폴리가 나온다. 그러나 계속이고 그 프로만 나오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언젠가 끝이 나고 다음 프로그램에 다시 같은 게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때 TV를 끌 수 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주말에 가족 모두 할 일 없을 때 본다. 대부분 다섯 살인 아이가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고르는데 언제나 최종 결정권은 아이에게 있다. 물론 두 시간짜리 긴 영화는 보다 보면 아이는 이미 다른 곳에 가고 없다. 나와 남편만 애니메이션을 보며 웃고 울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족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점에서 영화 보기는 우리 가족에게 좋은 취미이다.


 물론 스마트폰의 존재를 너무나도  알고 있는 아이에게서 스마트폰의 존재를 지워내는  얼마나 많은 갈등과 다툼, 진상들이 있었겠는가.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스마트폰 없이 먹이려고 온갖 스티커, 좋아하는 인형, 책, 색칠공부를 들고 다니며 먹이기도 했고, 식당이든 차에서든 거의 돌림노래처럼 부르며 사람 정신병 걸리게 만들 거 같은 "집에 가고 싶어.", "지루해." "언제 가?", "이제 다 왔어?"를 참아내야 했다. 카페에 갔다 하면 진상녀가 되는 아이 때문에 뜨거운 커피를 원샷 때리고 뛰쳐나오기 일쑤였으며 지인들은 아이를 돌보는 나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빨리 빠져들듯이 스마트폰이 없는 새로운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스마트폰 대신 휴지를 접으며 노는 법, 엄마, 아빠가 쓴 빨대로 상상 낚시 놀이를 하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아도 알고 있었다. 안 듣는 것 같아도 엄마 아빠가 소리 죽여 이야기하는 자기 얘기를 듣고 있다가 한 마디씩 거들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세워 놓은 트리, 벽의 꽃 장식을 구경하며 보낼 줄도 알게 되었다. 처음이 어렵지, 조금만 버티면 스마트폰 없이도 아이는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 놀고 지루한 시간을 버틸 힘을 기른다. 옛날에 우리가 그러했듯이.


 사실 지금도 늘 두근두근거린다. 억지로 지워 놓은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그렇게 호락호락 없어질 리 없다. 아이는 내일이라도 다시 스마트폰을 다시 찾을지 모른다. 또한 포노 사피엔스라고도 불리는 지금 시대의 아이들에게 언제까지고 스마트폰을 쓰지 말라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벌어 놓은 이 시간에 스마트폰 말고도 재밌는 일들이 많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스마트폰을 놓고도 뭘 해야 할지 몰라 다시 스마트폰을 잡지 않도록 충분히 읽고, 생각하고, 쓰고, 볼 것들이 많음을 아이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이 스마트폰을 소비하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닌 무언가를 창조해 내고 생산해 낼 때 도구로써 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리라 생각한다.


 결론. 스마트폰 없이 아이를 키우는 건 욕나오게 힘들지만, 가능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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