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IDAE 기대 Dec 23. 2024

스위스 코티지

5 영국 

 

 스위스 코티지는 영국에서  지내던 뉴몰든을 떠나 처음으로 혼자 정착한 동네이다. 런던의 중심가이지만 일본인과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나의 첫 집은 핀칠리로드에 있는 Northways Parade라는 아파트이다. 이곳은 스위스코티지 역과 핀칠리로드역을 가로지르는 핀칠리 로드 중간에 위치해 있다. 나를 포함해 총 5명이 사는 곳이지만 집의 컨디션도 영국의 집은 보통 방음이 잘 안 되는데 이 집은 방음도 잘 되었다. 심지어 경비원이 있어 택배도 받아 주었다. 영국에서 택배를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이 집에 없으면 택배 기사는 그냥 가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리가 얼마나 되건  지역 택배 회사 사무소로 내가 직접 찾으러 가야 한다. 이 집이 내가 영국에서 사는 동안 최고의 집이었다. 


 영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이 많이 하는 사업 중 하나가 유학생들에게 방을 렌트하는 것이다. Regency Lodge라는 아파트는 한국인 유학생이 많이 살아서 한국인들 사이에 한인 아파트라고도 부른다. 아파트 한 호수 전체를 렌트해 방마다 다른 사람에게 세를 주어 차액을 남기는 방식이다. 한 사람이 여러 호수를 렌트해 큰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퇴실할 때 보증금을 늦게 주거나 안주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서 사진으로만 방을 확인하고 계약하는 유학생들에게 사진보다 안 좋은 컨디션의 방을 제공하는 악덕 업주도 있다. 하지만 나의 첫 아파트 렌트 하시는 분은 다행히도 아주 좋은 분이셨다.


피시 앤 칩스

 스위스 코티지역을 나오면 Ye Olde Swiss Cottage라는 오래된 펍이 있다. 영국의 펍들은 대부분 엄청나게 오래된 곳이 많다. 영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듯이 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곤 한다. 펍 자주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것은 실전 영어 실력을 키우기에 좋은 기회였다. 펍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그리 수준급은 아니다. 하지만 올드한 분위기와 날이 좋아 하교 후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이곳에 들려 간단한 맥주나 끼니들 때우기에 좋아 자주 애용 하였다. 햇볕 좋은날 그곳에서 먹은 피시 앤 칩스와 화이트와인이 가끔 생각난다. 


펍에서 마시는 화이트 와인과 맥주


 일본인과 한인들이 사는 곳이라 작은 한인마트와 일본 마트가 있었다. 이 두 곳도 내가 애용하는 곳이 되었다. 한인마트에서는 그리운 한국 라면과 식자재를 살 수 있었고, 일본 마트는 마감전 음식들을 할인하기 때문에 저녁때마다 들리는 곳이 되었다. 일본 마트의 치킨가라아게와 각종 튀김, 그리고 사시미용 연어를 사서 집에서 썰어 먹을 수 있었고 각종 회도 작게 포장해서 팔았다. 영국에는 회는 잘 팔지 않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이 없는데 회를 좋아하는 내가 유일하게 회를 먹을 수 있는 기회였다. 


 스위스코티지에서 지금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레스토랑은 Garden Breakfast Cafe이다. 여러 메뉴가 있었지만 나는 잉글리시브레이크퍼스트 세트를 가장 좋아했다. 다른 가게의 잉글리시브레이크퍼스트 보다 양이 많았고, 커피와 오렌지 주스까지 제공되어 한 푼이 아까운 나에게 배부른 한 끼가 되어 주었다. 이곳은 가게 뒷 쪽으로 나가면 작은 가든에 테이블이 있어서 그곳에서도 식사가 가능했다. 그래서 이 레스토랑 이름에 Garden이 들어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잉글리쉬브레이크퍼스트와 가든의 테이블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 살면서 같이 사는 분들과 친해졌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들어간 회사에서 지원해 줘서 왕립학교에 입학한 분, 워킹홀리데이로 온 사람,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러 온 사람, 나와 같은 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는 분 등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사는 동안 영국에 잘 적응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