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에서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에 아일랜드 캐슬 호텔 앞을 걸어본다. 백령도에서 몇 안 되는 괜찮은 호텔이라고 한다.
호텔에서 조금만 걸어 나오면 백령면 중심거리가 나온다. 각종 상점과 편의시설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아침식사 후 백령면 백령초등학교 옆길을 끼고 높지 않은 야산을 버스로 잠깐 올라오면 2층 건물의 단아한
한옥모양의 심청각이 있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저 멀리 북녘땅이 보였는데 직선으로 14km 거리라고 하니 마치 코앞에 있는 것 같다.
잠시 어제 두무진 포구에서 보았던 검게 보였던 장산곶이 오늘은 물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였다.
뭔지 모르는 상념 속에 한참 동안이나 바다를 바라보았다. 망향의 아픔을 지닌 실향민처럼...
소설 심청전의 배경인 인당수는 실제 두무진 앞바다로 심청각은 '심청전'의 배경이였음을 알리기 위해 인당수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세워졌다. 2층으로 건립된 내부에는 심청전을 재현한 인형작품과 심청전 관련 책자와 판소리, 영화 대본, 고서 등이 전시되어있고 작은 기념품점도 있다.
아기자기하게 작은 포구 고봉포에 도착했더니 앞에 보이는 것이 사자바위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전혀 사자같이 보이지 않고 도롱뇽 아니면 카멜레온같이 보였는데...
아무튼 특이한 바위만 보면 비슷하거나 걸맞은 이름을 만드는 능력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TV를 켜보니 전국 노래자랑 백령도 편이 방영되었는데 바로 고봉포에서 촬영했다. 역시 한번 다녀왔다고 "딱" 하니 고봉포가 보였다.
백령면 남포리에 가면 백령도 지질공원 용트림바위 천연기념물 제507호가 있다. 꽈배기처럼 뒤틀린 바위가 마치 용이 하늘을 향해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하는 모습이다. 얼핏 보면 매우 신기하다.
용트림 바위 바로 건너편 해안절벽에는 습곡구조가 있는데 땅이 양옆에서 힘을 받아 물결처럼 휘어진 것을 말한다. 바다에서 보면 더 잘 보인다고 한다. 이런 큰 규모의 습곡구조가 드러난 것은 드문 일이며 한반도 지각 발달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현지 안내문 일부 인용). 이곳 습곡은 규모와 특이성으로 인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콩돌들이 해변에 널려 있었다. 이 콩돌은 백령도 지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암이 해안 파도에 쓸려져 만들어지는데 약 1만 5천 년이 걸린다고 한다. 하나의 작은 콩돌이 지금의 모양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시간 동안 바다와 어떤 대화를 하며 살았을까?
해변에 모래는 없고 콩돌만 있다고 한다.
오색 영롱한 콩돌 몇 개 골라서 주머니 슬쩍 넣고 가려고 하니 절대로 가져가면 안 된다고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많은 콩돌이 유실되고 있다고 한다.
사진 찍기 좋은 명소라는 전망대 올라가면 사곶 사빈 해변(천연비행장)과 바다를 저수지로 조성한 백령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실 백령도에 이렇게 큰 백령호가 있다는 것은 생각치도 못했다. 원래 바다였던 곳을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 제방을 쌓아 저수지로 만듬으로써 자연스럽게 섬크기가 확장되었다. 백령도가 우리나라 14번째 섬에서 8번째 섬으로 순위가 바뀌는데 큰 기여를 한 셈이다.
산 정상에 가면 인증샷을 할 수 있는 정상 기념석이 있듯이 백령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하는 기념석이 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1박 2일의 백령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용기포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리 부부는 13:30분 대청도로 출발할 예정이다. 백령도 여행이 눈으로 보는 여행이었다면 발로 체험하는 삼서 트레킹(삼각산 정상-서풍받이, 7km)이 기다려지는 대청도여행. 또 다른 1박 2일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