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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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꼭 말해주고 싶었어.
아프지 말라고 지어준 이름인 건 알겠는데,
그 이름은 역시 우아한 나와는 어울리지 않았어.
‘금동이’라니. 그게 뭐야.
촌스러운 이름일수록 오래 산다고 믿는 건 너희 인간들끼리의 약속이지.
우아한 우리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그래…, 그래도 그 이름 덕을 봤다고 하자.
내가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이만큼이나 제법 길었으니까.
널 처음 만난 날도 비가 왔어.
어딘지도 모르는 좁은 구멍의 상자 안에서 내 형제들과 다 함께 죽어가던 그날.
난 온 힘을 다 해 살려달라고 울었고,
넌 그날 그 길을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 중 한 명이었어.
정말 우연이었어. 우연….
너의 삶이나 나의 삶에 우연이라는 건 언제나 한 조각일 수밖에 없어.
그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느새 세상 전부가 되기도 하고, 모든 것이 되기도 하지.
우연히도, 정말 ‘우연’한 그 조각이 모였고, 내 삶이 되었어.
난 그날 네게 구원받았고, 또 이렇게 열심히 너의 곁에 있었으니까.
어린 나를 두고 어쩔 줄 몰라하며 밤잠을 설치던 모습이 내게는 그저 이상하게 보였지만,
그래도 그 속에 너의 마음이 보여서 난 늘 안심이었어.
가끔 내가 너의 물건들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너를 방해할 때도 있었지만,
넌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어. (어쩌면, 네가 화를 내도 내가 몰랐을지도 몰라.)
어쨌든, 창 밖으로 보면 다른 집의 인간들은 강아지랑 산책이라는 것도 하는데,
난 그런 건 할 줄 모르니까.
그저 너의 공간이 나의 세상이 전부였어.
나의 세상이 너에게 전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가 누군가의 단 하나뿐인 세상이라는 사실이지.
내가 아주 잠깐이라도 너의 언어를 할 수 있어서, 그것만이라도 알려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 맞다.
그리고 네가 거의 매일 긴 시간밖에 나갔다 올 때,
빈손으로 오는 모습이 매우 딱하다는 말도.
네가 잘 때 내가 한 숨 쉰다는 걸, 넌 절대로 몰랐겠지.
너의 일이 늘어날수록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럴수록 너의 삶이 변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쯤.
난 되도록 너의 삶의 한 조각으로만 남아있기로 마음먹었지.
그래서 마음의 병이 생긴 건지 어느 날에는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어.
넌 그날 울면서 병원으로 나를 데려갔어.
마치 금방이라도 내가 죽을 것처럼 말이야.
(야…, 그거 아니야, 그거 아니라고!)
한 참이나 남은 내 삶을 네가 울면서 끝낼 뻔했어.
울지 마. 울지 말라고…, 나 때문에 울지 마.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어.
내가 아프면 네가 우는구나….
네가 우는 얼굴은 못 생겨서 싫은데.
아, 그럼 난 아프면 안 되겠구나….
그날 낯선 곳의 케이지 안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다시 너의 공간으로 겨우 돌아왔을 때,
그날 너의 몸에서는 어릴 적 상자 안에서 맡았던 비 냄새가 났어.
비 오는 날은 나에게는 끔찍한 기억이지만,
너를 만난 날이라서 뭐라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그래서일까.
비가 오는 계절에 창가에 앉아 있으면, 넌 늘 내 이름을 불렀어.
높은 캣 타워에 앉아서 꼬리만 흔들어줘도 좋은 날이 있지만,
비가 오는 날의 너에게는 그 이상이 필요했던 것 같아.
그런 날에 나는 한없이 다정한 고양이가 되어, 너의 옆에 얌전히 앉아있었지.
너도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기분 좋게 내 이름을 불러줬어.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야. 금동이라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난 너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았지.
…, 있잖아.
지금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전할 수는 없을 거야.
그건 나도 알고 있어.
난 지금 분명히 죽어가고 있고,
시간은 더 이상 나를 기다려 주지 않을 테고,
우린 서로 다른 언어를 쓰니까.
하지만…,
하지만, 지금 이렇게나마 케이지 안에서 너와 눈을 마주할 수 있을 때,
전하고 싶었어.
그리고 넌 분명히 느낄 거라고 믿어.
지금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말이야….
내가 너의 인생에서 이렇게 사라지더라도,
너의 행복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에,
우리 서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거잖아.
우연히 만난 넌 내게 전부가 되었지만,
난 그저 너의 다채로운 세상 속 한 조각으로만 남았으면 좋겠어.
어느 날, 또다시 비가 오더라도 네가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 냄새를 맡으며 너와 온기를 나누던 그 순간은 슬픈 순간이 아니었잖아.
행복은 마지막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순간을 기억하는 거니까.
지금 바라는 건 딱 하나야.
다가오는 비의 계절에는 부디 네가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때 분명히 난 없겠지만, 지금 네 옆에 그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야.
너 울지 마, 그만 울어.
나 때문에 우는 건 너무 싫다.
네 옆의 그 사람이 나처럼 네가 우는 얼굴을 싫어했으면 좋겠다.
(미안. 네가 우는 얼굴은 여전히 못 생겼구나.)
그래야 다시는 네가 울지 않도록 계속 옆에 있어줄 테니까.
너를 내려다보며 도도했던 나를 기억해줘.
봄날의 고양이였던 나를 기억해줘.
따뜻한 햇살이 내리면 그곳에 앉아 너를 바라보던 나를 기억해줘.
내 세상의 전부였던 너에게,
고작 줄 수 있는 것들이 이런 것뿐이지만,
또다시 비의 계절이 오더라도 너에게만은 햇살 가득한 순간이 되어줄게.
그 기억 만으로 아주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제 정말 가야 해.
그러니까…, 이제 그만 못생긴 얼굴 좀 펴고 웃어주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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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겨우 이것밖에 안 돼
안녕, 나의 기쁨이여
깊은 절망에도
항상 웃게 해 By my side
잠시 모든 걸 잊게 해 줘
아는 노랠 틀고 One step
두 손을 잡고 발을 Two step
어느새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널 바라게 해
Baby It's alright
Oh It's okay
내 거짓말 다 아는 건
너뿐이라, O ah 더 고마워
가끔은 지쳐
고개 숙여 우는 널 볼 때
어쩔 줄 모르는 난 뭘 할 수 있을까
정말 미안해
내 사랑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
그래도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My baby
내 사랑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도
어느 겨울에도 너의 봄이 될게
내 마음이 겨우 이런 말 해
쏟아지는 유성우처럼
까만 하늘에 빛이 돼 줘
I can do everything for you
난 너에게
뭐든지 다 주고 싶은 마음만 커서
작아지는 나는 받기만 하는 바보
어느새 내가 미워서
너에게 더욱 미안해
.
.
.
내 사랑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
그래도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My baby
내 사랑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도
어느 겨울에도 너의 봄이 될게
내 마음이 겨우 이런 말 해
.
.
.
내 사랑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
그래도 내 마음은 변치 않아 너에게만 Baby
내 사랑이 겨우 이것밖에 안 돼도
비 내리는 너의 우산이 돼 줄게
지켜줄게 너의 모든 날에
세븐틴(SEVENTEEN) -겨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