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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근본 역량

제목과 같은 이름의 책 얘기가 아니다. 주기적으로 비즈니스 쪽에서 나오는 얘기가 '기획자는 필요없다'는 주장인데, 그에 대한 반론을 제목으로 대신하겠다. 기획자가 필요없는 게 아니라, 슈퍼 제너럴리스트가 기획을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획이 와닿지 않는 것이다. 지식의 범위가 본인이 경험한 실무, 본인의 전공에 한정되면서 발생하는 소통 오류가 기획자의 존재까지 위협하게 된다.


어떤 프로젝트를 구성할 때, 기획자는 프로세스의 전반을 생각해야 한다. 영업 채널, 재무 리스크 등 업무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지식은 기본이다. 일반적으로 영업 실무자는 재무 관련 리스크를 잘 모르고, 재무 담당자는 영업 프로세스 및 협상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기획자에게 그런 무지는 허락되지 않는다. 속된 말로 기획자는 다 알아야 한다. 전지전능은 못되도, 최소한 전지 (全知) 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무의 조각들을 이어붙여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는 자기 일에 대한 전문성이 있지만, 본인 업무가 아니면 잘 모른다. 이를테면 영업 담당자는 협상 과정에서 합의한 실적 배분 조건이 재무회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는 신경 쓰지도 않고 그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다. 자신이 올려야 할 영업 매출에 신경쓰는 사람이 회사 전체의 현금 유동성까지 인지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영업 프로세스 이후의 후속 조치에 대한 예측, 그와 관련된 리스크를 일일이 따져가면서 일하는 사례 또한 드물다. 그런 실무자가 기획자가 되면 당연히 큰 그림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기획 과정에 필요한 사람이 슈퍼 제너럴리스트다. 어떤 직종의 담당자와도 얘기가 가능하고, 심지어 업종을 가리지 않는 실무 대화까지도 가능한 이가 있다면 업무 간 연결 고리가 생긴다. 또한 업종을 가리지 않는 지성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의 원천이 나오기도 한다. 그 연결 고리가 이어졌을 때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지면서 기획 작품이 완성된다. 커다란 숲을 조망하며 여기저기 연결고리를 이어줘야 실무의 흐름이 끊기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오지랖이라는 표현까지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이 많은 슈퍼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그만큼 불확실한 현실 때문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돌입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 극심한 불확실성을 맞이하게 됐다. 여기에 각종 지정학적 갈등, 환경 문제 등의 요소까지 합쳐지면 불확실성의 크기는 측정조차 불가능하다. 


외부의 불확실성은 자연스럽게 내부의 업무 과정의 확신마저 마모시킨다. 이는 단면적인 기획과 실무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물과 세상을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바라보면서 더 많은 채널과 체인을 확보해야 생존의 길이 보인다. 입체적 기획, 다각적인 실행이 가능하려면 슈퍼 제너럴리스트의 지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단 알아야 보일 게 아닌가.


평소에 내 업무랑 상관없다면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막상 전반적인 기획을 하라면 단편적인 방안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 단면적인 기획이 반복되니까, 기획자가 필요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일류 기업에는 무대 전반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기획자가 엄연히 존재하며, 그들은 다방면에 걸친 직무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의 매출과 이익을 위한 설계를 한다. 그들의 아이디어는 자신이 속한 업종에 제한되지 않으며, 전세계 모든 업종을 주시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의 디자인을 욕조 디자이너에게 맡겼다는 점을 상기하자.


슈퍼 제너럴리스트,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꼭 필요한 Job Title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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