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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든웨이브 Oct 02. 2023

누가 타인을 비난할 수 있을까?

추석에 친정에 방문해서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기사에서 보았다는 한 사람의 억울한 인생 스토리를 들었습니다

듣는 내내 몸과 마음이 긴장 되었고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어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기사거리를 보지 않고

보게 되더라도 최대한 흘려버리려고 노력합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었을 때 공감 이상의 감정이 저를 찾아오는 것을 알기에

본능적으로 저를 지키기 위한 행동인거죠


엄마의 긴긴 이야기가 끝나고 제 마음속 말이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엄마 나는 이런 얘기를 듣는게 힘들어요'


옆에서 듣던 남편은 제가 예의없다고 질책합니다

말한 사람이 얼마나 무안하겠냐는 말을 더하면서요


남편의 말이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내 마음속 응어리가 터져버렸습니다




어린시절 저는 엄마로부터 억울한 사연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건 타인이 아닌 엄마 본인의 이야기였죠


열심히 살지만 너무 가난해서 억울하고

아빠가 가정적이지 못해 엄마가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게 억울하고

타인의 이런 저런 행동에 억울하다고 했어요


그렇게 감정을 쏟아내었던 엄마에게

감정을 받아들이는게 힘들다고 말하기엔

저는 연약하고 힘이 없었습니다


사춘기가 되어 몸과 마음이 성장할 시기에도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었던 저는 어디 의지할곳 없이 항상 외롭고 슬펐습니다


그 상황이 힘들었던 저는 집에서 벗어날 시기만을 기다려왔습니다

고등학교때는 공부한다는 이유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대학교때는 늦게까지 술을 마시면서,

취직을 했을땐 독립을 했어요


그렇게 엄마의 경계에서 멀어질수록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탈출은 힘들었던 감정을 묻어두고 피해다니고 있었을뿐 치유된것은 아니지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어야 하는 그 순간 거부반응이 일어났고

그 반응에 대한 남편의 비난은 가슴속 깊은 응어리를 건들였어요


순간에 북받쳐 올랐던 저의 감정은 저밖에 알수 없겠죠

사무치도록 힘들고 외로웠던 어린시절떠올라 혼자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사람의 행동도 내가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는구나 라는 깨닳음이 왔습니다


어떤 행동을 하기 까지의 과정을 모르기에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할수 없습니다


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그 일에 대한 당위성을 얘기한다고 하죠

생각해보면 엄마도 힘들고 억울함에 딸을 붙잡고 토로했을거예요

그게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에 대한 계산없이 그순간 견디기 힘든 상황에 그저 반응했을 뿐이겠죠


그런 과정에서 다시 피해자가 생길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라는 이유로 그사람만을 원망하며 변하길 바라는건 불가능해요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거든요


결국 상처받은 사람의 상처는 본인이 치유해야 다음 세대로의 되물림 없이 살아갈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뿐인거 같아요

지금 저의 감정을 어느 누구에게 얘기한들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깐요


그리고 그런 치유과정이 있어야 타인에게 이 감정이 되물림 되지 않을 수 있겠죠


타인의 잘못을 함부로 비난할수는 없겠지만

저는 저를 위해서라도 감정을 풀어주어야 할거 같아요


실컷 울면서 감정을 충분히 느껴주며

많이 힘들었을 어릴적 나에게 위로를 보내봅니다


오랜시간 쌓여온 응어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이런 치유과정을 통해 좀더 단단해지고

다른 사람을 포용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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