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모금 축이며.
자이푸르,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인도를 다녀왔다면 대부분 이곳을 지나쳐간다. 자이푸르의 12월은 푸석푸석한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어본 느낌이다. 향기도, 색깔도 사과이지만, 분명히 사과인데 수분끼가 증발해버려서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솜뭉치처럼 푸석거리는 사과 같은 것이 자이푸르의 기억이다.
허름한 상점에서 20루피를 주고 산 생수 한 병을 들고 빽빽이 들어차 있는 집들을 지나 언덕을 올라간다. 집들은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지만 그곳에는 늘 사람들이 있고, 상점인 듯, 간판을 걸고 있는 조그만 전빵 같은 곳에는 사람들이 두런두런 모여있기도 하다. 종종 타지에서 온 관광객이라도 눈예 띄면 그들은 우리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오히려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는 우리가 부끄러워 시선을 돌려주게 된다. 가는 곳마다 쓰여있는 힌디어 글자들은 빨래줄에 걸어놓은 오징어를 연상시킨다.
하늘을 지붕 삼아 비에 씻기고 이끼에 디자인된 암베르 성을 둘러본다. 걷다가 지치면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은 성벽에 기대어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나를 관찰한다. 진열대 위에 놓인 특이하게 생긴 목각인형을 살피듯이. 이곳, 인도에서는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제는 그들의 시선과 마주치면 경우에 따라선 살짝 미소를 머금기도 하고 때론, 무뚝뚝하게 외면하기도 하지만, 처음 그런 시선들을 맞을 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담벼락 한 곳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늘어지게 낮잠 자는 개의 편안한 포즈가 부러워 잠시 긴장을 풀어본다.
여기저기 걷고 나면 신발과 바지에는 먼지가 자욱하다. 여름 몬순((6월-9월 사이 계속되는 장마)이 지나면 비를 구경하기 힘든 이곳에서는 늘 있는 일상이다. 자, 이제 먼지를 털고, 물 한 모금 마셔볼까?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탐색 하듯 바라보는 시선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붙여가며 다시 릭샤(인도인들의 택시 같은 교통수단)를 부르러 길을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