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살아가는 이방인의 비용은 "관용"

나는 "관용"의 모습은 웃음이라 여긴다.

by 제이의 인도 소풍

햇볕이 매섭게 쪼아대는 일요일 오전, 핌프리(Pimpri : 인도 중서부의 소도시) 시내는 오토바이와 릭샤와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경적소리는 바짝 말라있는 도로의 먼지까지 들추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들러야 할 곳이 있어 주차할 곳을 찾았다. 그러나 좁고 울퉁불퉁한 골목 어디에도 차를 주차할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아 한참을 해메었다.

일을 마친 후 돌아와 자동차에 시동을 켜고 이동하려는데 휘청하며 덜컹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려서 살펴보니 자동차의 앞바퀴 하나가 펑크가 났는지 완전히 납작해져 버렸다. 순간, 지난날의 기억이 오버랩되어 남편과 나는 마주 보고 웃었다. 아무 말할 수 없었다.

얼마 전 주유소에서 주유하면서 운전석에 앉아 자동차 내부를 살피는 중 주유하던 직원이 송곳으로 자동차 앞바퀴에 10군데를 찔러 펑크를 내놓은 것이다. (보통 주유시 차에서 내려 주유하는 미터기를 지켜본다. 그렇지 않으면 미터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바람이 갑자기 다 빠져버려서 선택은 하나였다. 카센터와 함께 운영 중인 주유소였기에 그곳에서 바로 수리를 해야 했다. 그날도 남편은 그 직원과 마주 보며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웃고만 있는 직원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 사건이 생각나서 우리는 서로 올 굴을 쳐다보며 "또?" 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런 것을 두고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황이라고 하던가.


타이어 가게 앞 의자에 앉아있던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가 걸어와 타이어를 살폈고 이내 도구를 가지고 와서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비누 거품을 뚫고 나오는 거품은 하나, 둘, 셋... 아홉... 열 셋... 열 다섯! 일정한 간격을 두고 뚫려 있는 구멍들을 그는 메우기 시작했다.

주변에 구경하러 모여든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곤란한 상황에 있는 외국인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마라 띠(인도 중서부 지역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들에게 영어로 물어보았다. 혹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한 것 같은데 본 사람이 있는지... 그러나 그들은 말이 없었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인도인들은 외국인과 인도인들 사이에서 외국인의 편을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이 있었더라도 그들은 못 들은 채 했을 수도 있다.

그때 타이어 가게 옆 식료품점에서 일하던 한 소년이 나무에 기대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눈짓으로 '이 남자, 타이어 가게 주인이 그랬냐'고 물었지만 그 소년은 눈을 찡긋하며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그 소년은 계속 웃으며 타이어를 수리하는 남자를 힐끔거리며 쳐다볼 뿐이었다. 마치 '이 남자가 펑크 내는 것을 보았지만 말할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들은 말이 없었고 타이어 수리공도 아무 말없이 열심히 구멍을 메우고만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었다.

그 날 수리비는 총 3000루피(한화 5만원 정도)이지만 절반만 받았다. 억울했으나 타이어를 예쁘게 치료해 준 그것만으로위로를 삼으며 우리는 자리를 떳다.

이방인으로 남의 땅에 머무를 때는 언제나 거주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속이려고 작정한 이들에게 때로는 속아 주어야하고 속는 걸 뻔히 알면서도 거래를 해서 속아 주는 비용을 누리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인도에서의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종종 일어나는 사건에 익숙해 질 뻔도 한데 아직도 당황스럽고 때로는 억울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 날을 생각하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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