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파르나스 묘지의 키스

몽파르나스 묘지, 그 따뜻한

by 두통

파리의 여행책자를 보다가 한 페이지 귀퉁이에서 몽파르나스 묘지에 브랑쿠시의 '키스'가 있다는 글을 봤다.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쓰여있던 그 한 문장에 내 마음은 두근두근했다.

투박하고 단순한, 미련하리만치 온전히 하나의 덩어리가 된 연인의 조각상, 키스.


그 날은 아침부터 몽파르나스 묘지에 갔다.

처음 가본 파리의 묘지는 일단 굉장히 컸는데,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커다란 묘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부터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묘지는 생활권에서 동떨어져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서 죽음이 삶에서 한 발짝 비켜난 느낌이 없지 않은데, 파리의 묘지는, 보란 듯이 생활권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참 예뻤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다 다르듯, 묘마다 아름답게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몽파르나스 묘지에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묘지를 비롯하여 , 유명한 이들의 묘가 많은데, 그래서 이 곳은 인기 많은 관광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갔던 날은 하늘이 끄물끄물 흐린 어느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사람도 거의 없고 매우 조용했다.

무작정 묘지를 산책하자니 처음 느껴보는 감촉의 기분이 들었다. 죽음이 가득한데, 슬픔보다 사랑이 많았다. 그 죽음은 모두 한 때 사람이었고, 누군가의 사랑이었다. 이젠 다른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 그들을 기억하고 비석을 쓰다듬고 간다. 아직 생생한 꽃들이 놓여있고, 어떤 묘비에는 키스마크가 다. 사람은 죽었지만 사랑은 계속되고 있었다.


나는 살아있는 이방인이라, 꾸역꾸역 따뜻함을 찾는다.


결국, 너무 큰 묘지에서 길을 잃은 나는, 물어물어 묘지의 지도를 구한다. 브랑쿠시의 키스는 여행책자에서도 한 귀퉁이에 있더니, 여기 몽파르나스 묘지에서도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키스'는 생각보다 작고, 무방비하다. 두 팔로 한껏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 그 둘 사이에는 어떠한 거리도 없다. 나는 무아지경에 빠진 그 연인이 부럽기도 하고 위태로워 보여 조금 슬프기도 하다. 저 연인은 어떤 사연이 있길래 팔 바깥의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힘껏 끌어안고 있는 것일까. 아니, 사랑이란 그저 이렇게 단순한 것이 아닐까. 나, 너, 그리고 우리.


나는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그 앞에 앉는다. 내 뒤로 벽이 있었던 것 같다. 벽에 기대어 한참을 더 그 연인을 바라봤다. 마침 햇살이 따뜻해져서 살아있는 이방인은 꾸벅꾸벅 잠이 든다.



출처 http://anetcha-parisienne.blogspot.kr/2012/11/lentre-deux-guerres-dans-les-cimetier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