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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통 Jun 30. 2016

티라미수

달콤 쌉쌀한 복수

나의 요리 메뉴는, 종종 마트 세일 아이템에 의해 좌우된다. 

마트에서 마스카포네 치즈를 세일하길래, 한 번 사봤다. 마스카포네 치즈로 뭘 할 수 있을까. 오래 생각하지 않아 답은 나왔다.


 티라미수. 


타지에서 생활하는 내 동생이 서울에 와서 몇 달을 함께 지냈다. 자매가 한 방에서 지내본 지가 참 오랜만이었다. 나는 동생에게 자꾸자꾸 요리를 해서 먹이고 싶었다. 매 끼니, 간식까지.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고기를 굽고 과자와 케이크를 구웠다. 언제는 동생이,

언니 한 번 티라미수 만들어줘

했는데, 나는 그만, 

거기 들어가는 치즈가 많이 비싸잖아.라고 대답해버렸다.

내가 말하고 내가 놀랐다. 나는 걱정되고 후회됐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동생 앞에서 자주 가스비와 월세를 걱정했다.


그놈에 돈이 뭔지. 


그 티라미수를,

동생이 놀러 왔을 땐 안 만들고, 마트에서 치즈 세일한다고 이제야 만들었다. 그때 바로 만들어서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걸.


냉장고에서 이런저런 마지막 반찬들을 꺼내 찬밥에 대충 먹은 후, 싱크대에 서둘러 접시들을 숨겼다. 그리고는 제일 좋아하는 접시에 티라미수를 조심스럽게 담아 테이블 매트에 올려놨다.

반찬이 얼마나 쉬었든, 밥에서 얼마나 군내가 났던, 디저트만큼은 신선하고 예쁘게 먹고 싶다.


세일한 마스카포네 치즈로 만든 디저트는 나의 소심한 복수다. 

나의 울적하고 궁상맞은 일상에 대한 저항이다.


처음 만들어 본 티라미수는

차갑고 달콤하고 쌉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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