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달라서 더 매력적인

어린이 디자인교육의 시작

by 나늬

Prologue

어린이 디자인교육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라는 생각에 꼬리를 무는 고민을 했었다.

유아교육학과 서비스디자인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교육학과 디자인학 갈래의 중간 지점에 서 있었고, 교육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업무의 15년차 경력으로 이제는 내가 생각하는 어린이 디자인교육의 기획을 구체화하고 실행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과정을 글로 기록해보고자 한다.


Design and Art

디자인과 아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어린이 대부분은 미술교육에 대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미술교육은 아주 친숙하다. 어린이가 접하는 미술교육은 디자인의 갈래일까? 아트의 갈래일까?

디자인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아트는 내면의 예술적 감수성을 표출하는 결과물이라면 디자인은 목적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린이 미술교육에서 '바다'를 보고 떠올리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보는 과정과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쓰레기통을 디자인해보는 과정은 분명 다른 접근이기 때문이다.

IMG_8946.JPG 어린이가 <바다>를 표현하는 모습

디자인은 분명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과정이고, 이 과정은 어린이들에게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 등 다양한 발달적 특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더 다양한 능력이 요구될 것이고, 그런 능력들 사이에 디자인의 경험은 매우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에 나는 어린이 디자인교육을 실행해보고 싶었다.


Process

디자인적 사고의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대치를 끌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서비스디자인학 석사전공하면서 다양한 방법론과 툴킷이 가져오는 가치에 대해 놀라움을 느낀 적이 많았다. 처음에 서비스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서비스 기획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의문과 걱정이 공존했다. 교육에 관한 서비스 기획은 자신있었지만, 반려식물이나 요리에 대한 서비스 기획은 한걸음 뒤로 주춤했었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론을 통한 접근과정을 배울수록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지만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어차피 디자인이나 기획의 과정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디자인 방법론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어린이 디자인교육에 어떤 프로세스를 도입할 것이냐는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는 2004년 영국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에서 제시한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토대로 발산과 수렴을 반복하는 어린이 디자인교육에 적합한 6단계를 설정했다.

틀2.jpg 어린이 대상 디자인교육 과정

이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수업의 결과를 반영하며 반복적인 수정과 보완의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자인교육 수업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이었던 단계로 최종 정리하게 되었다.


1단계 <발견>은 주제가 무엇인지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도록 주제와 연계된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는 것.

2단계 <정의>는 디자인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디자인적 요소로 명확히 가져가야 할 것을 짚어보는 것.

3단계 <발달>은 디자인 툴킷 도구를 활용해 시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이끌고 컨셉을 구성하는 것.

4단계 <전달>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스케치하여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것.

5단계 <창작>은 스케치를 기반으로 실제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6단계 <공유>는 나와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서로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는 것.


Different

다름은 어린이교육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다름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질 때 그것이 어린이를 위한 의미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 시기에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무한히도 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서로의 생각의 범위가 겹쳐지며 다름을 이상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다름을 마음껏 표출하게 해주고 싶고 그런 다름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디자인교육에서는 더더욱이나 어린이들의 다양한 생각이 중요하고 엉뚱하고 기발한 생각의 꾸러미를 마음껏 실현해볼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싶었다.


첫 디자인교육의 주제를 <꽃병>으로 한 것도 어린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확연히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꽃병의 디자인을 떠올려보자. 어린이들이 흔히 만들어보았을 꽃병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꽃병>을 디자인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종이로? 꽃병을!> 이다.

종이로 꽃병을 만들 수 있을까? 에 대한 재질을 통한 생각의 전환을 유도하고 싶었고, 종이라는 재질의 특성을 활용해 형태부터 디자인할 수 있는 경험을 주고자 하였다. 꽃병의 형태부터 디자인하는 것이다!!!

아래의 사진은 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이 디자인한 꽃병이다. 3명의 친구가 이렇게 서로 다른 형태와 색감, 표현기법 등의 꽃병이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누끼작품1.JPG
누끼작품2.JPG
누끼작품3.JPG
어린이가 디자인한 꽃병

Idea

아이들과 꽃병 만들기를 시작할 때만해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꽃병의 형태는 어느정도 정형화되어있었다. 아마도 이런 형태가 아니었을까?

white-g9afabb37d_128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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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부터 디자인하기를 원했기 때문에 꽃병이 구조적으로 지녀야 하는 특징들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중요했다. 다양한 꽃병 사진을 보여주며 꽃병이기때문에 공통적으로 가져야 하는 특징을 찾아보았다.

- 바닥이 평평해야 할 것.

- 꽃 줄기를 버틸 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높이가 있어야 할 것.

- 꽃을 끼울 시험관 유리병이 보이지 않도록 안정적인 높이여야 할 것.


그럼, 이제 어떻게 어린이들이 저마다의 매력적인 꽃병을
형태부터 디자인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까?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이 '아하!'하고 아이디어를 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작업을 하기 전 수많은 자료를 검색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였다. 그 단계가 바로 프로세스 중 3단계인 <발달>이며, 디자인 영감을 일깨워줄 수 있는 다양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디자인 툴킷 도구인 <비쥬얼카드>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비쥬얼스토밍>이라고 하였다. 다음 편에서 만나보자:)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일이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현재 좋아하는 일, 관심있는 일,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과 경력으로 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린이 디자인교육을 기획하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느낀 것들과 배운 것들, 그리고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하나의 글로 작성하기에 가장 많은 수정을 거쳤던 첫 글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