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담긴 어린이의 시각
Clock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실용성을 더하려면 교육 프로그램 기획 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꽃병을 디자인한 후, 실제 꽃을 담을 수 있는 실용성을 더하기 위해 유리실린더를 활용했던 것처럼, 생활 속에서 실용성을 더할 수 있는 또 다른 결과물을 어린이들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바로 '시계'였다. 전자시계를 보는 것은 수월할 수 있지만, 바늘이 가리키는 시계는 어린이들이 시간을 해석하기에 아직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숫자를 디자인하고, 시계를 만든다면 조금은 더 시계와 친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계를 디자인해 보는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Movement
시계를 만드는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움직임'이었다. 디자인 결과물에 실용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시계가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계에서 사용되는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고, 그렇게 무브먼트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무브먼트를 고정할 수 있는 방법, 무브먼트와 시곗바늘을 연결하는 방법 등을 고안한 후에, 어린이의 개별적 디자인이 무브먼트와 결합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 어떤 재질로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낼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어린이 역시 시계가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와 특징을 가진 실제 시계를 준비해 마음껏 시계를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Process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자인교육 수업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이었던 단계로 정리하였던 아래의 6단계를 기초로 하여 각 단계에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기획하였다.
1단계 <발견>은 주제가 무엇인지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도록 주제와 연계된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는 것.
2단계 <정의>는 디자인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디자인적 요소로 명확히 가져가야 할 것을 짚어보는 것.
3단계 <발달>은 디자인 툴킷 도구를 활용해 시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이끌고 컨셉을 구성하는 것.
4단계 <전달>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스케치하여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것.
5단계 <창작>은 스케치를 기반으로 실제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6단계 <공유>는 나와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서로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는 것.
<째깍똑똑 시계> 프로그램 개요
1단계 <발견> : 다양한 형태의 시계 관찰하기
2단계 <정의> : 무브먼트, 시곗바늘을 살펴보며 시계의 실용적 구조 살펴보기
3단계 <발달> :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비주얼카드를 보며 비주얼스토밍하기
4단계 <전달> : 디자인스케치 워크시트에 아이디어 구체화하기
5단계 <창작> : 자신만의 <시계> 디자인하기
6단계 <공유> : 서로의 결과물을 감상하며 이야기 나누기
이렇게 6단계에 걸친 프로그램 개요를 명확히 정하고 어린이들과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째깍똑똑 시계>를 디자인해 보기로 했다.
Visual storming
비주얼카드는 어린이의 아이디어를 확장시키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시각적 자극이다. '전등'을 디자인했을 때는 빛과 관련된 테마로 이미지를 선택하였는데, '꽃병', '시계'와 같은 디자인은 그 결과물의 테마가 일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몬 모양의 시계가 될 수도 있고, 풍선 모양의 시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계'에 관련된 비주얼카드는 어린이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담고자 했다.
그리고 시각적 경험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벽면에 가득 붙여놓았다. 어린이가 직접 가까이에서 비주얼카드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비주얼카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어린이는 주저 없이 선택한다. 내가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 속에 담아놓은 소소한 어린이에게 주는 선택의 권리다.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비주얼카드에 대한 어린이의 높은 관심과 흥미를 마주한다. "한 장 더 골라도 돼요?"라는 어린이의 질문과 "가져가도 돼요?"라는 어린이의 물음에 비주얼카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비주얼카드가 왜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자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요.", "색이 멋져요.", "방에 붙여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등 이유는 달랐지만, 모두 비주얼카드를 특별하게 여긴다.
어린이의 흥미와 관심도를 이끌어내고 아이디어를 연상시켜 주는 것 외에도 발견된 비주얼카드의 장점이 있다. 바로 '결합'이다. 한 장의 이미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장 이상의 이미지를 선택한 후, 각각의 비주얼카드 속 마음에 와닿은 요소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비주얼카드에서 가져오는 요소가 무엇인지는 온전히 어린이의 선택이다. 하트라는 형태의 요소를 가져오기도 하고, 새라는 요소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결합하여 하트 모양시계 위에 새를 그려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상하고 표현한다.
Prototype
'시계'를 디자인함에 있어 프로토타입은 매우 중요했다. 어린이들이 선택한 시곗바늘이 잘 돌아갈 수 있는 크기여야 했고,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숫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 그래서 디자인스케치 후 프로토타입을 구성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시곗바늘을 그림으로 그리고,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숫자의 위치를 적어보며 실제 완성될 시계의 크기를 스스로 가늠하도록 하였다.
어린이 디자인에서 오늘도 배운다.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은 정말 매력적이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모두가 다른 디자인 결과물을 완성한다는 점이다. 비슷하거나 유사한 느낌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린이마다의 세계가 묻어나 있는 것처럼 저마다의 특색 있는 디자인 결과물이 나온다.
또 디자인이 구체화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시작 전에는 어떤 결과물이 만들어질지 전혀 예측되지 않는다. 비주얼카드를 선택하고, 디자인스케치로 표현하고, 프로토타입으로 구성하며 디자인 결과물이 완성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최종의 디자인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참 매력적이다.
What is design?
문득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디자인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래서 포스트잇에 '디자인은 OOO'이다의 'OOO'에 들어갈 단어를 적어보라고 했다. 어린이가 적은 키워드들은 아마도 그들의 경험에서 묻어난 생각일 것이다. 아름다움, 귀여운, 예술, 예쁨, 창의, 멋짐 등등의 단어들이 있었는데, '정성'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앞의 키워드는 시각적 특징을 지닌 반면에 정성은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귀엽고, 예술적이고, 예쁘고, 창의적이고, 멋진 그 시각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정성'이 담겨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디자인이 아닐까? 이렇게 어린이들이 적은 키워드에서 또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다.
디자인스케치를 마치고 난 어린이들의 책상 위에는 지우개 가루가 가득하다. 그 지우개 가루가 바로 정성이 아닐까. 보다 나은 디자인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애쓴 흔적이 바로 지우개 가루인 것 같다. 디자인 결과물에 담긴 어린이의 시각을 마주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