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부당해고 경험기-2

노동위원회 출석

by 루비콘의 변호사

1. 한동안 격조했다.


사실 이거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테니 신경쓸 사람도 없었겠지만 어쩐지 스스로 괜히 껄적지근 하더라.


여튼, 일이 하나 진척이 있어서 간단히 적고자 한다.


2.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 적게나마 심문기일 전에 화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법 잘 모르는 회사 사장이나 높으신 직급의 분이 노동위원회에서 전화를 받고 겁이 나거나 귀찮아져서 돈을 주거나 복직시키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법 아는 놈들이 작당해서 나를 쫓아낸건데 이제와서 화해 같은 걸 할 리가 있겠는가.


연락 없이 시간은 흐르고 이윽고 심문 기일이 나왔다.


3. 그 사이 새로운 직장을 구한 입장에서는 피 같은 연차를 써서 여기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 자체가 슬픈 일이었으나 다행히도 마이너스 연차 쓰는 거로 뭐라 하진 않더라. 그건 좋긴 함.


여튼 일시 잡혀서 출석했다. 게다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문래역 근처에 있는데 집에서 멀지 않아 끝나고 집에 가니 4시 정도여서 그것도 좋다면 좋았음.


안 좋은 점은 어쨌거나 양 당사자가 출석을 해야하기 때문에 가서 그 역겨운 쌍판 또 봐야 했다는 점이려나.


4. 각설하고, 심문기일의 진행은 간단하다.


특별한 일 없으면 정시에 시작하고, 대략 30~45분 정도 걸린다. 물론 사안에 따라 더 짧게 끝날 수도 있고, 더 늦게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석하면 왼쪽에 신청인석, 오른쪽에 피신청인석이 있으므로 자신의 위치에 맞는데에 앉으면 된다.


심문위원들은 총 5명이고 의장 1명 공익위원 2명 근로자위원 1명 사용자위원 1명 이렇게 구성된다. 다만 근로자위원이라고 해서 특별히 내 편도 아니고 사용자 위원이라고 해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하지도 않는다. 걍 규정상 그렇게 해놓지만 어디까지나 심문의 기준에 따라 질의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질문을 하는데에 순서는 없으며 의장이 하고 싶은 위원부터 하라고 하던데 이건 뭐 의장 스타일 따라 다를 수 있을 것 같더라. 위원 분들은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낸 자료를 모두 다 보고 출석하기에 사건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계시고 본인들이 보기에 좀 더 소명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질의를 하신다.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물어보시므로 우선적으로 기존에 이유서에 최대한 할 말을 다 써 내고, 그러고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어? 싶은 부분이 있는 부분은 기억에 의존해서라도 잘 말을 하자. 하지만 없는 부분까지 지어내지는 말고.


5. 근로자로서 평상시부터 주의할 점


심문기일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 하나는 근태에 관한 점에 있어서 노동자가 매우 불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근태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이를 보강할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진행하면서 내가 유리하다고 느꼈지만 단 하나 근태에 관하여서는 위원들이 전체적으로 안 좋게 보는 것이 느껴졌다. 다소 억울할 수도 있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근태관리를 위한 시스템이 전혀 없었고 현실적으로도 변호사의 근태를 관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작정하고 근태 자료가 없으니까 출근을 제대로 안 한거다! 라고 주장을 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이럴 때에는 최대한 동료들의 협조를 얻어 사실확인서등을 마련해야하지만, 평상시부터 자신의 근태나 일정에 대해서 [본인의 수첩 또는 앱에 기입하여 관리]를 해야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이가 없지만 이러한 불측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한다면 최후에 믿을 것은 자기 자신이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회사 업무 관리 시스템에 기입된 일정대로 근무를 하였다고 항변하였지만 위원들이 전체적으로 '그렇다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록이 없는 건 이상하지 않나?'라고 보는 것 같았다. 사실 회사에서 업무일정을 관리하는데 내가 이중으로 나만의 업무기록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일이기에 그 전 직장에서는 따로 하다가 이번에는 귀찮아서 안 한 것인데 이렇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6. 결론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보류다.


정확히는 1주일 기간을 줄 테니 화해를 해보라고 나와 사측 양쪽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 화해라는 건 결국 회사 측에서 나한테 돈을 줘야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회사측에게 '너희가 질 확률이 높으니 알아서 잘 기어라'라고 한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뭐 결과가 나와봐야 알 일이다.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심문 기일이 끝난지 며칠이 지났지만 사측에서 연락은 없다. 휴일이라고 연락을 안 한다기에는 1주일이라는 시간이 짧으니 그냥 뭉개려는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참 뻔뻔한 녀석들인데, 어차피 나는 재심이고 행정재판이고 다 기다릴 용의가 있으니 멋대로 뻗대라고 해라.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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