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부당해고 경험기-1

변호사도 노동자입니다

by 루비콘의 변호사

이 토픽은 진행상황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1. 마지막 글을 올리고 텀이 제법 길었다.


이미 제목에서 써 놓았지만, 부당해고를 당하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처리할 일도 있었고, 대응할 일도 있었고, 준비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저번인가, 저저번 글에서 쓴 바와 같이 변호사는 파트너가 있고, 어쏘가 있다. 회사로 말하자면 파트너는 사장이나 이사급이고, 어쏘는 법인 또는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노동자이다.


그리고 어쏘로 근무하던 나는 얼마 전 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



2. 나는 노동자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싫어할 이유가 어디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단어 중 하나 아닌가. 인간이 태어나서, 집에서, 학교에서, 학원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결국 기본적으로는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다. 명칭이야 사업가도 있고 운동선수도 있고 정치인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그들도 뭔가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광의의 노동자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근로관계에서, 노동관계에서는 전혀 다르지만.


노동을 제공했으면 당연히 노동을 제공받는 사업자는 이에 맞는 월급을 지급해야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업무를 수행하는데에 필요한 경비를 제공하여야 한다.


심지어 그게 명색이 법을 팔아서 먹고 사는 법쟁이 새끼라면 더더욱.


하지만 나를 부당하게 해고한 사측과 그 회사를 운영하는 변호사들은 법을 알고, 자신들이 어떻게든지 나를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나를 괴롭혔고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자진해서 사직서를 내지 않자 내가 회사에 엄청나고 중대한 손해를 입혔기에 그 징계로서 해고를 한다고 통지하였다.


놀랍진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역겹긴 했다.


왜냐하면 마지막까지 대표가 한 말은 '내가 정말 불쌍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였다.


자기가 부당해고로 내쫓는 내 앞에서!


anime.png 골든 카무이의 히로인 아시리파의 이 얼굴이 절로 지어졌다. 골든 카무이 재밌고 유익하니 다들 보십쇼.


3. 변호사 딱지를 가지고 있어서 좋은 점은, 이렇게 법적으로 대응할 일이 있을 때 변호사나 노무사 비용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설령 익숙치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대략 훑어보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가능하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편하니까.


참고로 말하자면,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 월 소득 400만원 이하였던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법적인 도움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해 준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 담당 조사관이 자세한 내용이 담긴 안내문을 보내주니 혹여 나와 마찬가지로 부당해고를 경험하신 분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선 구제신청을 하고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그 이상 버시거나 아님 나처럼 뭐 딱지 있으면? 그럼 알아서 잘 해야져...


다만 동시에 드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간편한 방법인 노동청 부당해고구제신청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다른 방법인 소송을 진행하여야 할 경우 나 같은 변호사도 시간과 비용 생각에 한숨이 나오는데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고 귀찮을까 하는 점이었다.


직장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결과가 백프로 확실하지도 않은 소송을, 당장 말라버린 돈줄에서 돈을 더 끌어와서 써가며 진행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말이 나온 김에,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신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4. 말하는 순서가 거꾸로가 되었지만, 부당해고를 당한 사람은 크게 2가지 대응책이 있다. 이 두 가지 대응책은동시에 진행해도 되고 어느 한 쪽을 하다가 다른 한 쪽을 진행해도 된다.


하나, 각 지방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한다.

둘, 관할 법원에 부당해고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다.


각 사안에 관한 세세한 사항들은 내가 아니더라도 상세히 설명한 블로그나 사이트들이 많으니 그 쪽을 참고해 주시기 바라고, 내가 여기서 말할 것은 둘 중 어느 쪽을 진행할 것인지, 혹은 둘 다 진행할 것인지이다.


모든 경우에 다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먼저 진행하는 것을 추천하겠다. 말했다시피 일정 소득 이하였다면 무료로 법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고, 접수가 되었다면 담당 조사관이 조사를 하며 일정한 기간 내에 반드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용도 특별히 들지 않고 심문 기일에도 1번만 출석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추후 심문 기일 지정이 되면 좀 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다만 이 경우라도 본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당한 해고를 당하였는지 입증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최대한의 자료를 확보하여야 하고, 가능하다면 직장 동료들로부터 사실확인서 등을 써달라고 설득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니, 최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게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온다면? 혹은 나왔는데 회사측이 제대로 이행을 안 하고 노동위 심판에 불복한다고 재심에 행정소송 들어가고 개 난리를 쳐서 늘어지는지라 어떻게든 더 압박을 가하고 싶다면?


추후에 나도 밟을 가능성이 있는 길이지만 그렇다면 소송을 해야한다. 이걸로 꽤 유명한 판례도 하나 있다. 나와 완전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꽤 유사하니 궁금하시면 여기를 참고해 보시기 바란다.


그렇지만 소송은 돈이 들고, 내 시간도 들며, 졌을 때는 상대방의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리스크도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이걸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선은 부당해고 구제신청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요리저리 머리 굴려본 결과 그렇게 생각해서 우선 구제신청을 넣은 상황이다.



5.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이길 수 있을거라고 본다.

하지만 세상 일은 모를 일이니 최대한 준비를 하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나는 끝까지 갈 생각이고, 다행히도 처음의 분노가 가라앉은 지금은 그 분노가 응어리져서 증오에 가깝게 변해있다. 분노는 휘발성이지만 증오는 길고 질척하게 남는다. 끝까지 갈 동력은 당분간은 충분하다.


어쨌거나, 나는 변호사고,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는 내 몸으로 때울 수 있으니 금전적인 압박에서도 상대적으로 견딜만 하니 법을 배웠다는 법쟁이 주제에 뻔뻔하고 역겨운 저 놈들에게 받아낼 건 다 받아낼 셈이다.


혹여라도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신 다른 노동자 동지 분이 계신다면 끝까지 힘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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