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변호사 4편
이 주제로는 이번이 아마 마지막이 되거나, 혹은 1편 정도만 더 쓸 것 같다.
물론 추후에 더 보강되거나, 혹은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사실 기본적인 이야기는 지난 3편에서 다 썼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그저 마무리 겸 보론 정도로만 생각해주시면 딱 적당할 것 같다.
1.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의 조건 두 가지는 이미 말한 바 있다.
1) 자신이 원하는 인물상에 맞는 변호사
2) 꽝이 아닌 변호사.
2)에 있어서 약간 추가할 것이 있다.
스스로 꽝을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이 꽝을 만드는 법은 또 의뢰인마다 각양각색이다.
꽤 흔하지만 곤란한 패턴은 잠수다. 어느 날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전화를 해서 일이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 당연하지만 당사자가 없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될 수가 없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소송대리인'이다. 대리인이란? 본인을 대신해서 일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을 지시해줄 본인이 없어지면 대리인은 그냥 현상 유지 이외에는 할 게 없다. 섣불리 알지도 못하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마음대로 진행했다가가 나중에 당사자가 그게 아니라고 하면 큰일나니까.
그러니 변호사나, 해당 사무소 직원이 연락하면 꼭 받자. 못 받는다면 나중에라도 전화하자.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패턴은 방치형이다.
전화를 하면 받고 연락은 되는데, 자기 사건임에도 관심이 없다. 어떤 사실을 확인해달라거나, 증거를 보내달라고 하는데 매번 말로만 알았다고 하고 전혀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정도면 양반이고 몇 번이나 확인을 했는데도 자신은 전화를 받은 적조차 없다며 어떻게 돈을 받고 그럴 수 있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내 전화기록과 문자 송수신 기록만 봐도 전혀 아닌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변호사는 당신을 대리해서 일을 해 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변호사를 찾아온 당신이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당신이 말해준 것, 준 것을 보고 사건을 진행하지 마술처럼 당신의 모든 것을 알아내서 없던 증거가 생겨나고 사건이 일어난 그 날 본인이 무슨 말을 했었고 누구와 전화를 했었는지 알 수는 없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집착광공형.
정말이지 하루가 멀다하고 카톡에 이메일에 전화에 끊임없이 연락을 하고 했던 말을 반복하고 상대방이 보내온 것들은 물론 변호사가 쓴 서면을 읽다가 단어 하나가 마음에 안 드는 것까지 전부 다 따지고 간섭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도 있다. 꼼꼼하게 대리인의 일을 감독하고 자신의 요구사항을 말하는 것은 좋다. 정말이다. 적어도 나는 위의 방치형이나 잠수형보다는 그나마 이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이메일을 20통씩 보내거나 새벽3시에 카톡을 보내고 그 다음날 아침에 왜 즉시 자기 말에 대답을 해 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은 부지런하고 꼼꼼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성질을 스스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 경우는 스스로가 꽝을 만드는 테크를 타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요구사항이 전부 다 이루어지지 않으니 변호사에 대한 불신이 쌓이고 그러다보면 결국 어느 순간 다른 변호사를 찾게 되게 마련이다.
딱 떠오르는 건 이 세 가지지만 이 이외에도 여러가지는 있다.
요는 결국 모든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서로간의 신뢰가 필요하고, 그 신뢰를 위해서는 상호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소리다.
2. 이 글을 보는 변호사 아닌 분들이 변호사를 찾을 일이 있다면 작게는 자신이 일을 하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정말 인생의 중대사가 걸릴 정도의 큰 일까지 무언가 '일'이 생겼기 때문에 변호사를 찾게 된다.
그리고 변호사를 고용하게 되면 당연히 큰 돈도 들고, 법적인 사안은 아무리 짧아도 4개월 이상은 걸려야 무언가 진전이 있고 까딱하면 1, 2년은 우습게 흘러간다.
그 동안 해탈의 경지에 오르시는 분들도 있지만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분들도 있다.
그 마음은 다 이해한다. 빈말이 아니라 나도 소송의 당사자가 되어본 적도 있고, 사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나 개인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해서 아주 골치아프다.
그나마 전문가 딱지를 붙인 변호사가 이 정도인데 법과 무관하게 살아오신 분들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내가 지난번, 그리고 이번에 쓴 '좋은 변호사 찾기'는 가만히 보면 아무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변호사를 찾고, 그 변호사에게 일을 맡길때 전후사정을 체크하고, 맡기고 나서는 최대한 내가 이 사건의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변호사와 협력한다.
얼핏 들으면 정말로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그 당연한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길 것도 못 이기고 억울함과 분노에 밤잠을 못 이루게 되는 때도 많다. 기본이 튼실해야하는 것은 어디고 마찬가지다.
혹여라도 어떻게 해서든지 좋은 변호사를 구해서 지금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나의 글들을 보고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 좋은 변호사를 구해서 원하는 결과를 내시길 바랄 뿐이다.
3. 다음엔 뭐에 대해서 쓸지 고민이 된다. 가장 처음에 말했다시피 변호사 업무라는게 기본적으로 따분한거라...
PS. 네이버 블로그도 오픈했다. 여긴 주로 짤막한 법상식이나 법적 이슈에 대한 생각들이 올라올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와주시길 바란다.
아,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