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변호사 3편
1. 저번 글에서 좋은 실력 좋은 변호사를 원한다! 라는 전제조건을 건다면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데에서 글을 끊었다.
'나는 실력 좋은 변호사를 원한다'라는 전제조건은 참 그럴싸해 보인다.
그리고 솔직히 나라도 그런 변호사를 원한다.
그런 여러분들에게는 불행한 소식이지만, 사실 변호사들의 실력이라는 건 정말 고만고만하다.
2. 나는 예전에 공무원으로서 재판을 수행하였고, 지금은 코딱지만한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본인의 모래알보다 잘게 흩어진 자존심을 위해서 한 마디 보태자면 나도 빅펌 들어갈 기회는 있었다. 진짜야!
여튼 소위 말하는 출세가도, 법조계의 로열로드에 가지도 않았고 별 관심도 없는 나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빅펌 변호사에 대한 동경? 혹은 저 동네 사람들은 어떤걸까? 하는 그런 궁금증은 있었다.
그리고 막상 법정에서 보거나 서면을 보면....솔직히 그냥 그렇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들을 금칠하고 브랜딩하는 법은 정말로 잘 안다. 그건 인정한다. 제출한 서면을 보면 온갖 쓸데없는 학설과 판례, 해외 사례로 그득 써놓고 분량은 내가 제출한 것의 4배는 기본이다.
다만 변호사로서 그냥 필요 없는 미사여구나 본 사건에 별 관련도 없는 해외 최신 학설 같은 걸 치워놓고 뼈대만 보면 '뭐 그냥 그렇구먼' 정도의 감상만 남는다.
물론 특수한 법적 사항들에 있어서는 그 빅펌들이 압도적이다. 가령 기업 m&a, 해외법인 설립 및 문제 해결, 국제분쟁 중재, 금융규제 자문 등 몇몇 분야들은 소위 말하는 빅펌들이 압도적인데 당연할 수 밖에 없는게 원체 수요는 적고 단가는 비싼 분야라 애초에 빅펌이 아니면 그걸 해결하는데 들어가는 인적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을 보러 오는 분들은 아마 저런 문제로 골치를 썩히진 않을거라 생각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변호사를 찾는 정도의 법적 문제 수준에서의 변호사의 실력이랑 정말 그게 그거다.
반대로 말하면 변호사라면 대부분은 기본적인 실력은 있다는 소리다.
따라서 여러분은 완전히 꽝만 뽑지 않으면 된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기 위한 조건 2는 바로 꽝인 변호사를 피하기이다.
3. 꽝인 변호사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로, 어떠한 법적인 사안도 본인이 원하는대로 굴러가는 경우는 백에 하나 정도로 드물다.
법적으로 분쟁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이미 혼자서 처리하기는 어려운 상처가 났다는 소리고, 많은 경우 꿰메어도 흉터가 남는다. 문제가 생기기 이전으로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소리다. 설령 돌아온다 하더라도 당연히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처럼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굴러가기 힘들다는 절대명제를 눈앞에 두면 꽝인 변호사가 보인다.
바로 '전부 이길 수 있습니다' '아무 문제 없습니다' '아유 걱정하실 거 하나도 없어요' 등등 의 대사를 '구체적인 설명을 하나도 하지 않고' 반복하는 변호사이다.
말했다시피, 백에 하나 정도는 전부 아무 문제 없이 이길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변호사가 그건 무슨무슨법에 어긋나니 저희가 전부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던가 이 증거만 잘 활용하면 원하시는대로 될겁니다. 하면서 뭐라도 그럴싸한 증거를 대게 마련이다.
그러니 막연히 옆에서 부추긴다고 홀랑 넘어가지 말고, 잠시라도 생각을 하는 시간을 두어야 한다. 변호사는 도망가지 않고, 설령 오늘 찾아간 사무실이 내일 폐업한다 하더라도 변호사는 넘쳐난다.
4. 둘째로 꽝인 변호사를 피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주관적인 문제에 있어서 의뢰인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갈린다.
1인 변호사 사무실이나 극소수의 인원만 있는 변호사 사무실이 아니라, 적어도 4명 이상의 변호사가 있는 사무실이라면 보통 개 중 1명은 어쏘 변호사이기 마련이다.
약간 이야기가 번잡해지는 감이 있지만, 통상 변호사는 크게 파트너급 변호사와 어쏘 변호사로 나뉜다. 파트너급은 대표, 파트너라는 명칭을 달며 명함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이 변호사들은 주로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사무실 경영을 하는, 일반 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어쏘는 일반 직원들이다. 대표나 파트너가 일을 따오면 그 일을 직접 수행하는 변호사들이다. 물론 대표나 파트너가 직접 수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파트너가 의뢰인과 대화 후 계약을 맺고 파트너는 어쏘에게 해당 일을 진행하라고 시킨다. 수임계약서를 보더라도 대부분은 해당 법률사무소 또는 로펌과 계약을 맺는 방식이기에 이 방법은 100프로 합법적이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어쏘에게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나는 A 변호사님을 믿고 계약을 했는데 왜 니가 일을 처리하느냐, 내가 너를 어떻게 믿느냐 등.
이런 경우 설령 최상의 결과가 나왔더라도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입이 댓발 나오고 'A변호사가 안 맡아서 이것 밖에 안 된 거 아니냐'하고 클레임을 거는 경우도 왕왕 있다. 더 나아가, 의뢰 수행 도중에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가 당사자와 상담 및 확인이 필요한 사항들이 있어서 연락을 해도 이를 회피하거나 일부러 자신과 상담한 변호사와만 대화하고 담당 변호사를 무시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는데 이는 어쏘 변호사의 감정도 상하지만 무엇보다 소송이라는 어려운 상황 앞에서 승률을 낮추기만 하는 행위이다.
즉, 이건 스스로 꽝을 만들어버리는 경우라고 보아도 좋다. 말했다시피, 어지간한 변호사들의 실력은 큰 차이가 안 난다. 이길 건 이기고 질 건 진다. 하지만 당사자가 소송의 진행에 비협조적이라면 이길 것도 진다. 이겨도 계속 후회가 남는다.
따라서 꽝인 변호사를 피하는 방법 그 두번째는 '계약할 당시에 누가 이 일을 처리해 주는지 분명히 인식을 할 것'이다.
내가 상담해 준 변호사를 백프로 믿기에, 그 상담해 준 변호사가 일을 처리하라고 시킨 변호사도 믿을 것인지? 아니면 나는 상담해준 변호사만 믿기에 그 변호사가 혼자 맡아야 하는지? 아니면 일을 수행하는 것은 어쏘여도 좋지만 자신과 상대하는 것은 자신과 상담한 파트너 변호사여야 하는지? 이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 그리고 그걸 요구해야한다. 단, 당연하지만 파트너가 직접 수행하게 되면 단가는 2배, 3배로 뛸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돈을 낼 수 있는지?
5. 이 두가지 방법 외에도 한두가지 추가적인 팁이 있고, 그걸 다음에 쓸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꽝인 변호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위의 두 가지만 방법만 명심해도 큰 확률로 '자신과 맞는 변호사'를 찾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게 나이면 더 좋겠다.
.....저도 먹고 살아야 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