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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균 Jun 13. 2021

만해와 문명 진보 운동

“만해의 불교개혁은 불교를 통한 문명 진보 운동” - http://m.buddhism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94



 “‘현재=서구적 근대=야만’에서 ‘미래=도덕 문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한용운의 입론이며, 이를 위한 실천으로 불교(참선)가 필요하다.”는 것이 만해 스님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만해 스님의 사고가 ‘사상연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한용운은 ‘식민주의의 현실적인 동시대인’으로서 다양한 가능성들을 복합적이고 능동적으로 취사선택해 주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가 그 사례로 든 것이 만해 스님이 수용했으나 당시 일본에서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던 벤자민 키드(Benjamin kidd, 858~1916)의 사상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벤자민 키드의 사상에 주목한 것은 만해가 탐독했던 《음빙실문집》의 저자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이다. 량치차오는 서구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적 점검이라는 큰 기획 아래 <진화론혁명자 키드의 학설>을 1902년 발표하고, 《음빙실문집》에도 수록했다.

김 교수는 백지운의 평가를 빌려 “벤자민 키드는 인간의 진보를 가능케 하는 근원적인 힘이 초이성적인 것, 즉 종교에 있다는 논의를 펼침으로써 사회진화론을 계몽주의의 자장 바깥으로 끌어냈다.”고 소개하고, “‘종교요 철학인 불교는 미래의 도덕 문명의 원료품 구실’을 할 것”이라는 한용운의 도덕주의는 “‘현재적 이기심’이 근대 문명의 진보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종교’를 발전시킨 문명이 근대 이후의 진보에 더 적합하다.”고 본 키드의 종교진화론과 인식을 같이 했다는 논지를 펼쳤다.

김 교수는 이처럼 “한용운의 불교개혁 운동은 불교에 한정된 개혁운동이 아니라 불교를 통한 문명 진보 운동이었다.”고 지적하고, “이 과정에서 노정된 ‘도덕주의’는 단순히 전통 회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량차치오 수용하면서도 불교사상으로 다른 길 제시”

김 교수는 또 “자유연애 담론과 근대적 독자층의 형성은 《님의 침묵》이 집필되는 조건이었다.”는 선행연구 결과도 “《님의 침묵》은 자기 시대의 컨텍스트와 복합적인 관계를 맺은 선학원 시절의 한용운에게서 생산된 ‘희박한 언표’이기 때문에 자기 시대의 이런 조건과 저자의 의도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자유연애 담론을 다분히 연상시키는 시 <복종>을 그 예로 들었다. “한용운은 량치차오를 매개로 하여 서양 근대 사상을 주체적으로 전유했다.”고 전제한 김 교수는 “<복종>에 나타나는 ‘자유와 복종’의 관계는 량치차오의 《신민설》에서 ‘복종이 자유의 어머니’라는 테제와 상호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량치차오는 공덕과 사덕을 나누어 공덕 편의 한 항목으로 ‘자유’를 다루었는데, 량치차오에게서 참된 자유는 내가 제정한 법률에 스스로 복종하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복종>의 ‘당신’이 량치차오의 ‘법률’로 환원되지 않는다.”며, “이것은 《님의 침묵》 서문에 해당하는 <군말>의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라는 테제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듯이 만해 스님이 량치차오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불교사상을 통해 다른 길을 열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선외선 제시로 량차치오·칸트 한계 극복”

김 교수는 또 “한용운은 량치차오를 통해 칸트를 접하지만, 량치차오와 칸트의 한계, 즉 개별적 자아와 보편적 자아의 분리를 상즉상리(相卽相離)의 관계로 넘어서며, 이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선사로서 당대의 중생에게 ‘선외선’ 사상을 제시했다.”고 보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님의 침묵》의 <군말>에서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는 테제는 보편적 자아로서의 ‘님’과 개별적 자아로서의 ‘님’들이 상즉상리의 관계 하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것은 “개별적 자아(석가, 칸트, 장미화, 맛치니)가 자신의 님들(중생, 철학, 봄비, 이태리)을 간직하고 기루어 하면 개별적 자아의 님이 보편적 자아의 님과 상즉상리의 관계를 맺게 된다고 본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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