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이론은 창시자의 자기 고백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론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시자의 개인적 생애와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그 힘으로 타인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주요 심리치료 이론가들의 이론과 생애를 읽다 보면 이론의 정교함과 과학적으로 증명된 효과와는 별개로 그들의 인생이 별로 평탄하지 않았고 굴곡이 많았다는 점, 그런 고통 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숙한 모습을 향해 정진해 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론도 이론이지만 그들의 인생을 통해 배우게 되는 점들이 많다. 상담치료사로서 그들의 고군분투와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타정신에 존경심이 들게 된다.
변증법적 행동치료 창시자 마샤 리네한의 자기 고백서인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는 한 여성의 용기와 인류애, 영성을 향한 여정을 열정적으로 들려준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학계에서 인정을 받고 자신만의 이론까지 만들어 낸 학자가 사춘기 시절 자기혐오와 수치심 등 극심한 정서적 고통으로 자살 기도를 하다가 폐쇄병동에서 끊임없이 감시를 받으며 2년 이상 치료를 받았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하느님, 대체 어디 계시는 건가요?” “하느님, 왜 저를 이렇게 버려두시는 건가요?” 고통의 기억 속에 결심한다. 나는 반드시 이 지옥에서 탈출할 것이며 여기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 곧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 다른 사람들마저 구해내겠다고 말이다. 그녀의 인생행로는 모두 그때의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한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당사자조차 맹세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을 테지만 그때의 결의는 그녀의 인생을 끌어 온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마샤는 당시 약물, 격리, 냉찜질, 끊임없는 감시, 연민 어린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보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할 기술, 내가 떠안고 살고 있는 고통을 견딜 기술, 내게 필요한 것을 효과적으로 요구해 얻어낼 그런 기술이 필요했다고 회고한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그녀는 극적으로 병원을 나온 후 홀로서기에 나선다. 낮에는 직장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고 저녁에는 야간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출발이었지만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그녀는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하기를 좋아했고 스스로가 가난하고 소박한 삶을 자처했다. 그래서 가족과는 거리를 두고 살게 된다. 사회심리학에서 시작해 심리치료 이론을 만들기까지 그녀는 열정적으로 일했다. 기존의 심리 치료 이론과 이론가들이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학계는 여전히 권위가 중시되는 남성 중심의 분위기였다.
마샤 리네한이 설명하는 변증법은 대립되는 것들의 긴장 혹은 통합을 통해 공존을 가능케 해 준다. 변증법적 세계관에서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태에 있다. 절대적 진실도, 상대적 진실도 없다. 절대적으로 틀리거나 옳은 것이 없다. 진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한다. 과거에 지켰던 가치가 현재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변증법은 대립되는 것들의 통합을 통해 그 순간의 진실을 구하는 과정이다. “기꺼이 하기는 현재 상태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우주와 하나가 돼 우주에 동참하고 그 순간 필요한 일을 행하는 것이다.” 마샤는 변증법을 포용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좋아, 이 열차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가보자. 열차가 벽에 부딪힌다면 갈아타면 되지.”
그녀는 말한다.
"원래는 몇 주만 입원해 있을 예정이었지만 2년 하고도 한 달이 넘도록 여길 나가지 못해서 아주 오랜 시간을 갇혀 있었어요. 여러분이 지금 있는 그 자리에 저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지금 여기까지 왔고요. 여러분도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여러분도 저처럼 될 수 있어요. 제가 여러분에게 이 얘길 해주는 이유는 여러분에게 희망이 정말 많다는 사실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그녀는 16세기 스페인 신비주의자 아빌라의 성 테레사가 쓴 시에서 따온 <나다 테 투르베Nada Te Turbe》라는 아름다운 노래에 맞춘 춤을 춘다고 한다. 이 제목의 뜻은 "아무것도 그대를 흔들지 못하게 하라" 이다. 이 곡에 맞춰 둥글게 원을 만들어 춤을 춘다고 상상해 보자. 뭔가 사람들과 하나가 돼 서로를 좀 더 이해하고 서로가 좀 더 가깝게 연결되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그대를 흔들지 못하게 하라. - 아빌라의 성 테레사
아무것도 그대를 흔들지 못하게 하고 아무것도 그대를 겁먹고 두려워하지 못하게 할지니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
하느님은 변하지 않으시고
인내가 있으면 못 이룰 일이 없느니라.
하느님을 얻은 사람은
그 무엇도 부족함이 없으니
하느님만으로 만족하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