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램차우더

©기이해

by 기이해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나 답지 않게 부지런을 떨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되뇌며 샤워를 했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남산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대여해서 자료를 모아 서가로 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몸이 이상하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정오쯤 외출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갑자기 너무 피곤했다. 조금만 자고 도서관도 가고 서가도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메이크업을 한 채로 그대로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뭐가 문제였을까?

어젯밤엔 잠도 잘 잤는데

약도 잘 먹었고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컨디션이 바닥이다.


쉼이 길어진다. 내 계획과 달리 하는 수 없이 점심도 거르고 오늘은 쉬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니 어제 지인에게서 선물 받아 온 클램차우더 두 캔이 보인다. 지난주 한국에 사는 미국인 '쉐인'이라는 지인이 내게 미국 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왔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늘 어떤 음식이든 잘 먹었기 때문에 가리는 음식은 없다고. 다만, 미국에서 가끔 아팠을 때 먹었던 치킨 수프와 클램차우더는 종종 생각이 난다고 했던 그 말을 기억해주셨다. 어떤 것을 좋아할지 몰라 종류가 다른 클램차우더를 한 캔 씩 준비해주셨다고 한다. 정말 감사하게 잘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제 클램차우더를 받아 오면서 나중에 아플 때 먹어야지 했는데 이렇게 빨리 먹게 될 줄 몰랐다.


점심은 건너뛰었으니 저녁은 클램차우더로 잘 먹기로 했다. 클램차우더만 먹기가 아쉬워서 스파게티 면도 함께 끓였다. 남으면 나중에 쉽게 데워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뜯어 놓은 한 캔을 빨간색 귀여운 냄비에 모두 부었다. 커다란 머그 컵 안에 잘 익은 스파게티 면과 따끈하게 데워진 클램차우더를 부었다. 그 위에 후추도 솔솔~ 뿌렸다.


먹으면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웠던 이 맛! 내가 오늘 아플지 어떻게 아셨지?


아플 땐 클램차우더가 최고
잘 먹었습니다!





©기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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