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여자가 되려면 작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다.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멋진여자가 되려면』 책이 나오고나서 저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책에서 많은 부분을 언급해 드렸듯 야근, 회식이 잦은 한국에서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외적으로 말씀 드린적은 없었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사실 더 이상은 한국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노예처럼 일하며 수당없는 야근은 당연히 해야 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술을 강요하는 회식도 싫었고, 인품이나 성품으로 존경받는 사회가 아닌 서열이나 나이의 숫자에따라 대접을 받고 또 받기를 원하는 (강요하는) 한국의 유교사상을 지켜보는 일도 괴로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늦은 나이였지만 유럽 어느 나라로 대학원을 갈 기회가 있어서 작년에 멋지게 한국을 떠났었습니다. 그러나 계획은 항상 틀어지라고 있는 것 인가봅니다. 큰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던 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하기까지 복합적으로 오게 된 현실적인 고민들은 불면증으로 번졌고 그동안 이런 문제들은 저를 많이도 괴롭혔습니다.
내가 이 곳에 온 이유는 한국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였을까?
처음엔 막연히 '대학원을 졸업하면 앞으로 나에게 더 좋은 기회가 올꺼야'라고 생각했지만 더욱 분명했던 사실은 한국의 직장문화가 싫어서였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나 혼자만 바뀌어서 될 일이 아니라며 아주 합리적이고 비겁하게 한국으로부터 도망친 나 자신을 마주했을때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고뇌끝에 돌아온 한국에서는 그 주의 주말이 바로 국정농단 때문에 타오른 첫 촛불집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화가나서 거리로 나온 사람들은 시청앞부터 경복궁 앞까지 줄지어 서 있었고 빌딩 사이사이로 현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적혀진 인쇄물들을 보며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가면을 쓴 마리오네트 막대기 아래 조종당하고 있는 그 분을 풍자한 모습도 거침없이 보였습니다. 그때의 저는 촛불집회가 해를 넘기고 2월 현재까지 지속되리라고 상상도 하지못했습니다. (백신없는 독감에 걸려버린 한국을 치료하느라 그곳에서 마주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한국은 아마 10년이 지난다고 해도 절대로 변할 수 없을꺼야! 라고 못을 박아 놓은 상태로 향했던 유학길에서 다시 돌아오며 마주한 나의 한국은 조금씩 촛불이 번지며 "이제는 변할 수 있을까?" 라는 사람들의 작은 소망을 하나씩 담아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요즘은 더욱 발전된 생각인
이제는 한국이 변해야만 한다!
라는 생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변화를 소망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실 현재 한국의 상태는 그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라 그동안 올바르지 못한 지도자들을 잘못 선택해 온 우리 모두의 잘못이기도 합니다. 저 자신만 되돌아보아도 수년간 해외에서의 학업과 업무로 인해 투표를 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해외에도 물론 지정된 재외선거지역이 있었습니다만 투표를 하기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투표를 할 수 있는 지역이었기에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에 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부끄럽게도 정치/경제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며 무관심하게 살아온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실력도 되지않고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자리에 올려 그가 원하는 소수의 국민들만 '국민'이라 칭함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진통은 현재 꼭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정치/경제가 우리의 개개인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혹시 대기업들이 자신의 기업의 발전에 방해가 될까 누군가의 압박에 의해 쓸데없는 곳에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그 돈들은 어쩌면 해당 기업 직원들의 급여 인상이나 복지, 기업 교육지원, 기업 봉사활동, 혹은 새로운 사업 및 일자리 창출 등에 사용되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이 받게 될 이 모든 혜택들을 한 개인에게 빼앗긴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만약 그 돈들이 낭비되지 않았다면 여러분이 받으시는 급여는 인상 되었을 수도 있고, 결혼을 하시고 싶던 분들은 조금 빨리 결혼 준비를 서두르셨을 수도 있고, 내집 마련이 꿈이셨던 분들은 그 꿈을 이미 이루셨을 수도 있으셨을껍니다. 혹은 자신의 꿈을 향해 저축을 더 하셨을 수도 있고, 자립을 하도록 더 많은 날들을 고생하지 않으셔도 되셨을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주식지분을 더해주기 위해 우리의 연금이 강제헌납 되어진 상황은 이 일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우리가 노후에 각자 받아야 할 연금이나 혜택이 더 늘어났을 수도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나 손자, 손녀가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도 있었습니다. 또한 구직자들은 더이상 백수라는 말을 듣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래도 정치/경제가 우리 삶과 전혀 연관이 없을까요?
언젠가 우리 사회가 지독하게 들어버린 감기에서 말끔히 나아지게되어 점차 한국이 선진국처럼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게되면 우리 사회에 녹아 있는 부정, 부패와 비리는 비로소 바로 잡힐 것이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좋지 않은 한국의 관례와 관행 그리고 관습도, 쓸데없는 패악도 줄어들게된다면 이 진통 뒤엔 분명 우리가 원하는 합리적인 삶이 오리라고 부디 믿고싶습니다.
정직하게 일을 한 만큼 받는 보수, 더이상 과로때문에 쓰러지지 않는 부모, 그로인해 부모들이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게된다면 정서적으로 안정 될 우리의 아이들, 올바른 역사의식으로 작성된 역사교과서로 가르침을 주는 학교,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낸 건강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나라, 그리고 멋진 시민의식이 자리잡힌 나라가 곧 한국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OECD가입국 중 늘 상위권인 세계 최악의 노동시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얼마전에 독일에서 인턴 디자이너로 근무하시는 어떤 분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하시는 디자이너 분이시라면 저의 나머지 글을 읽어주시기 전에 다양 작가님이 작성하신 아래 글 링크를 꼭 클릭해서 먼저 읽어주세요.
독일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 by 다양
이 분의 글을 조금 인용하자면
부럽다. 부러워서 죽겠다. 이 문화가 이 사회가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 이 성숙한 의식과 배려와 상호존중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심지어 이들은 통일도 했다. 그러고도 유럽 1위의 탄탄한 경제대국이다.
여러분,
제가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는...제가 앞으로 특이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기 위해서 입니다. 독감에 걸린 한국에서 살다보니 저도 지칠대로 지쳐버린 몇달 전 어느 start up 회사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저의 포트폴리오를 어디선가 찾아보시고는 꼭 함께 일을 하고 싶다면서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스타트업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저에게 괜찮은 회사가 펑! 하고 나타났습니다.
저는 앞서 나열해 드린 한국 직장문화의 단점 때문에 한국에서 살게 된다면 다시는 직장에 들어가지 않고 프리랜서로만 일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랜기간 자신들이 걷고자 하는 분야에서 시장 조사를 마친 이 젊은 CEO들과 만나 그들의 패기와 열정을 들어보니 어쩌면 이 계기로 내가 앞으로 속할 사무실 문화를 이 곳이라면 멋있게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의 독일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턴 디자이너의 글에서 간접적으로 배운점은 사무실에서의 나의 역할과 앞으로 한국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은 방향이 잡힌 것 같았습니다. 일생에 한번은 도깨비가 도와준다던니...아마 도깨비가 정말 저를 딱하게 여겨 도와주었나 봅니다. ^^;;
이 젊은 CEO 2명, CFO, CLO(고문변호사), 웹 개발자 외 여러명이 속해있는 이 회사의 홈페이지는 3월 1일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두명의 공동 CEO들은 한국의 법률서비스가 조금 더 쉽게 사람들에게 접근하게 되기위해 오랜기간 시장조사를 해 왔다고 합니다. 다른 디자이너가 이 회사를 위해 이미 만들어 놓은 로고도 있었고 홈페이지도 있었지만 실제로 런칭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했기 때문에 저에게 디자인 도움을 요청한 것 같았습니다. 스타트업은 신생회사이기 때문에 고생이 없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한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할 회사이고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치와 비젼이 좋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다름을 인정 해주었기 때문에 저도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대표님들이 작성하신 직원 혜택입니다.
근무일: 주 5일(월~금) 탄력근무제, 출근시간 10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일찍출근 시 먼저 퇴근 가능)
연금보험: 국민연금(4대보험), 고용보험(4대보험), 산재보험(4대보험), 건강보험(4대보험)
급여제도: 정기보너스, 우수사원포상
회사분위기: 인재육성 중시, 초고속 승진가능, 회식강요 안함, 야근강요 안함
명절/기념일: 명절선물/귀향비, 생일선물/파티
사무실환경: 게임방(플스 등)
의복관련: 자유복장
식사관련: 간식시간, 냉장고있음, 전자레인지 있음, 음료제공(차, 커피)
회사행사: 워크샵, 단합대회/MT
사무실: 서울 강남 논현역 근처
제가 이 start up의 대표들에게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회식 및 야근을 강요하지 않아서 이것만으로도 사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외국에선 지극히 당연한 것이 한국에서는 감사해야 하는거라니... 젠장 -_-;;) 또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탄력근무제도 매력적이었고요. 다들 권위적인 분위기를 싫어해서 수평적인 구조를 지향하고 있고 꼭 회식을 해야 한다면 영화나 연극을 보러 가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등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으니 이제 제가 해야 할 역할이 많이 생길 것 같아서 신이 납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독일이 가진 그 멋진 직장 문화를 이 사회에 한국에 힘껏 뿌리 내리기 위해서 가끔은 대표들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을 설득하고 노력해서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제 디자인 팀원들 만큼은 올바른 근무 조건에서 지켜내고 저 부터라도 근무환경의 좋은 문화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회사들이 한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는 남들과 다르면 이상한 사람이라며 눈치를 주고 '특이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결코 칭찬이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의 파슨스나 F.I.T 등 내노라하는 디자인 스쿨들에서는 누가 누가 더 특이한가 대결하는 장소라서 '특이하다' 혹은 '독특하다' (unique)라는 말은 디자이너에게는 곧 칭찬입니다. 이제까지는 한국이라서 특이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정말 조심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이구역의 '돌+I= 나' 라는 생각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옳지 않은 것에 맞서기 위해 매 순간 용기를 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독일의 디자이너들이 더이상 부럽지 않도록
감히 그 문화를, 그 사회를 여기 한국에도 뿌리내리려고 합니다.
우리 새로운 인생 한번 안 살아 볼랍니까?
이러한 환경에서 함께 근무 해 주실 인턴 디자이너 및 서브 디자이너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디자인 팀원이 계속해서 충원 될 예정이고 현재는 3개월 후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실 웹 디자인이 가능하신 인턴 웹퍼블리셔/웹프로그래머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담당업무는 웹 디자인 및 코딩입니다. 새로운 근무 환경에서 저희와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음 글을 올릴 때까지 모두들 행복하세요.
©기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