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소소한 여행 라이딩]
라이딩이 뭐 대단하다고 우리의 인생까지 거들먹거리나 할 수 있지만, 라이딩을 하다 보면 정말 우리의 인생과 닮은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봤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평지만 다닐 수는 없다.
곳곳에 오르막이 있다.
처음 라이딩에 대한 감이 없을 때는 '오르막이 뭐가 힘들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르막을 올라가는 순간(업힐), 내 몸과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힘든 일인지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잘 못 올라가는 나 자신을 보면서 실망스럽기도 했다.
'몸이 안 좋은가?'
'휠과 체인에 기름 칠(체인 오일링)을 해야 하나?'
하지만, 그게 정상이다.
오르막을 올라가는 것(업힐)은 원래 힘들다.
청소년 때는 쉽게 올라갔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바쁜 일상의 삶을 살면서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근육이 줄어드는 대부분의 성인에게 업힐은 힘들다.
업힐을 하다 보면 중간에 쉬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든다. 그만큼 힘들다.
그러나, 중간에 쉬면 더 못 올라간다.
그런데, 항상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리막도 있다. 이게 라이딩의 묘미다.
라이딩 중 내리막 주행 (다운힐)이 자칫 위험하기도 하지만, 조심해서 안전하게 내려온다면 속도에 관계없이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인생에 항상 업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힐이 있는가 하면 다운 힐도 있다.
업힐을 할 때 정말 힘들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다가 힘든 일을 만났을 때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곤 한다.
그러나, 항상 힘들라는 법은 없다.
힘든 업힐이 있다면, 반드시 신나고 오히려 힘이 나는 다운힐도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에도 기쁘고 잘 풀리는 때도 있다.
물론 현재의 어려움이 더 크게 보이지만.
좀 참고 인생 업힐을 올라가 보자.
앞의 내용과 비슷한 원리지만, 라이딩을 하다 보면 새로운 요소를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바람'이다.
라이딩을 하다 보면 바람이라는 요소가 크게 느껴진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함께 부는 순풍(등 바람)을 만나면 엄청 편하다.
등에서 밀어주는 바람 때문에 힘을 많이 들이지도 않고 쉽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반면에, 나와 반대방향으로 불어오는 역풍 속에서 라이딩을 하는 것은 거의 업힐 하는 것과 똑같이 힘들다.
그런데, 공평하다. 순풍이 있으면 역풍이 있고, 역풍이 있으면 순풍이 있는 법!
집에서 나와 목적지로 가는 길이 순풍이면, 돌아올 때는 역풍을 만난다.
가는 길이 역풍이면, 돌아올 때는 순풍이다.
가끔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공평하다.
우리 인생도 늘 순풍과 역풍의 연속이 아니던가?
어느 누구도 우리 인생에서 순풍만 골라서 살 수만은 없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람마다 만나는 인생의 순풍과 역풍의 수준과 강도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보면, 어느 누구도 역풍이 없는 사람이 없고, 다들 그 역풍 때문에 힘들어한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보다가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고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한다.
상대적으로 뒤쳐지고 힘든 자기 자신을 보면서 자존감이 무너진다.
하지만, 부러움을 사는 그 사람의 상황도 무조건 좋지만도 않을 것이다.
마냥 행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사진과 글에서 그 힘듦을 감추거나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사람도, 나도 똑같이 나름대로의 순풍과 역풍 속에 살고 있다.
누구에게나 역풍이 있다면, 순풍도 있다.
라이딩을 하면서 가급적 업힐이 없거나 약한 코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은근 업힐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이다.
자전거 라이딩 대회 중에 업힐 코스만 있는 힐클라임 대회들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또, 서울 내에서 자전거 라이더들이 자주 가는 유명한 코스 중에는 '남북 코스'라는 곳이 있다.
이 '남산 & 북악 스카이'코스는 서울 내의 대표적인 업힐 코스인데,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많은 코스이다. 업힐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럴까?
업힐 정상에 올라가면 느끼는 성취감, 다운힐 할 수 있는 기회 얻기, 격한 운동 시 발생하는 호르몬 증가, 하체 근육 증가 및 전체 체중감량 등등의 유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업힐이 무조건 힘들고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 만나는 어려움들은 분명히 우리를 힘들게 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마음의 피로감을 주고, 삶의 활기를 잃게 하고, 심지어 몸까지 아프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이런 어려움의 요인을 찾고 분석해도 솔직히 정확한 요인을 찾기도 어렵다.
어려움은 만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지만, 그 다음의 반응은 우리의 선택의 몫이다.
이런 어려움을 어려움으로 인식하거나 누구를 탓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플러스 요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라이딩의 업힐에서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들처럼, 우리의 인생에서 만나는 업힐을 우리의 개인의 삶에 플러스되도록 하면 훈련의 시간으로 두면 좋을 것 같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더 성장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자전거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 페달링으로 엔진을 구동해야 한다. 자전거에는 엔진이 없다.
그래서 자전거 페달을 계속 돌려야 자전거를 기본 중심을 잡을 수 있고, 앞으로 나갈 수도 있다.
다리 힘으로 페달링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전신으로 자전거를 돌리는 것이다.
이 페달링을 멈추는 순간 자전거는 정지한다.
둘째, 끊임없이 균형 잡는 것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탈 때, 페달링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팔로 핸들을 잡고, 전체 몸으로 자전거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라이더는 이 멈추지 않는 페달링과 균형 잡음을 통하여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할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쉼은 우리 몸과 마음에 큰 유익을 주지만, 늘 쉬기만 할 수 없다.
계속되는 쉼은 오히려 우리를 무력하게 하고, 자아정체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적절한 일을 하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가질 때 우리의 자아는 건강해질 수 있다.
일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내는 것이 힘겨울 때가 많지만, 그 자체가 우리로 하여금 사는 맛을 알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하다.
계속되는 인생의 페달링과 균형 잡음을 포기하거나 그만두지 말자.
물론 중간중간마다 적절한 쉼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11월이면 점점 라이딩이 줄어들다가 시즌 오프를 한다.
안 그래도 날씨 영향인지 요즘 점점 몸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라이딩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 해동안 열심히 달려왔으니, 이제 다음을 위해 쉼과 체력 보강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라이딩과 인생 둘 다.
나와의 싸움에서 질 수 없다.
쉼과 기초체력 보강으로 좀 더 건강하고 성장하는 겨울을 계획해보려고 한다.
겨울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다음 해의 삶이나 라이딩에서의 수준과 체력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