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소소한 여행 라이딩]
내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으로 산악자전거(MTB)를 구입해서 정말 산에서 라이딩을 했었다. 입문용 MTB로 정말 산을 탔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하기도 하고 용감하기도 했던 것 같다. 난생 처음 져지와 패드바지를 입어봤다. 소위 사람들이 쫄쫄이라 부르던 그 옷들.
그 때는 아직 자전거 붐이 겨우 조금씩 시작되었을 때라 이런 복장과 이런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 특별했던 것 같다.
몇 년 뒤 미국에 갈 때 그 MTB를 가져갔었지만, 마땅히 탈만한 곳이 없어서 거의 집안의 한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다.
2015년 귀국 후 한강이 가까워서 가끔 시간날 때마다 그 MTB를 타고 한강으로 나갔다. 내가 해외있는 동안 우리나라에 자전거 붐이 온 것 같다. 아마 4대강 사업과 더불어 자전거 열풍이 불었던 것 같은데.. 잘 되어있는 자도(자전거 도로)와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생긴 것을 보고는 많이 놀랐다.
문제는 내가 그 한강 자도에서 MTB를 타면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MTB가 힘들기도 했지만 쌩쌩 지나가는 로드 자전거를 보면서 자전거 기변의 욕구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두 번의 업그레이드 기변을 통해서, 나는 2017년부터 로드바이크로 주위를 다니며 운동하며 작은 여행을 하는 라이더가 되었다.
나는 이 매거진에서 자전거 라이딩이라는 작은 여행을 통해 받는 선물들에 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자전거 라이딩으로 대단한 여행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일본으로, 아시아로, 유럽으로, 미국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국내의 여러 곳으로 자전거 투어를 다니는 라이더가 아니다.
나는 자주 사람들과 함께 팩라이딩(그룹라이딩)으로 먼 곳까지 다녀오는 라이더도 아니다.
한 때 동호회와 팀에 들어서 라이딩을 했었지만, 2018년 11월 19일에 사고로 한달 넘게 병원신세를 진 이후 장거리 라이딩, 팩 라이딩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곳이나 한강에서 주로 라이딩을 한다. 그러나, 이 소소한 라이딩에서 나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나는 라이딩을 통해서만 경험할 수 있는 소소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는 라이더이자 여행자이다.
라이딩이라는 일상의 여행을 통해서 자연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유익인 것 같다.
첫번째 유익은 자연 속에서의 힐링을 되는 것이다. 도시 속에 살다보면 수 많은 빌딩 숲에서 살아간다. 이 밀집된 도시 안에서 내 몸을 맡길 수 있는 한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때도 있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19의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 근무 등으로 오랜시간 동안 집 안에 거주되게 하는 상황은 나를 갑갑하게 하고 때때로 마음을 무겁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전거로 10분만 타고 나가면 만나는 한강과 자도는 나를 다양한 곳으로 통할 수 있도록 인도하며 나에게 자유를 선사한다. 다양한 곳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연결해주는 자도를 통해 나는 도시 속의 숨겨진 다양한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은 역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도록 지음받은 존재인가 보다. 하늘, 구름, 산, 강, 바다를 볼 때, 벽 앞에서 일하면서 가졌던 갑갑함이나 고민들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힐링의 시간이다.
언젠가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기 때문에 '바다'라며 친구들과 농담으로 주고 받았던 말이 생각난다. 하늘, 구름, 산, 강, 바다를 보며 달리고 있으면, 이 아름다운 자연이 나를 받아준다는 느낌을 든다.
또한, 곧 거친 페달링 속에서 새로운 상상과 건설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느 아이이어 뱅커가 어떤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걷고 이동하면서 생각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 역시 라이딩이라는 작은 여행 속에서 그런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기도 한다. 나는 자연 속에서 거친 패달링을 통해 새로운 생각, 새로운 상상을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누리곤 한다.
그리고, 라이딩을 통해서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를 경험한다.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단지 기계적, 수동적으로 인지하지 쉽다. 여름이 오면 '덥다', 가을이 오면 '시원해졌다', 겨울이 오면 '춥다', 봄이 오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자연 속에서 라이딩을 하다보면, 이보다 훨씬 다양한 변화,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1)봄이 오면 새싹이 피고, 주위가 파랗게 변화기 시작하고, 곧 아름다움 꽃들이 만개한다.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알린다. 그 속에서 추웠던 나의 마음에도 푸른 생명의 씨가 새싹을 틔우고 꽃이 피기 시작한다. 자연의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때인 것 같다. 라이딩의 시작을 알리는 때다. 겨울잠을 자고 나온 라이더의 몸이 가장 무거운 때이기도 하다.
2)여름은 물론 덥다. 하지만 여름이 길다. 가장 더운 때를 제외한 초여름, 늦여름은 가장 활동하기 좋은 때이다. 태풍, 장마 등 같은 다양한 기상으로 힘든 시기이지만, 그 후 다시 찾아오는 태양의 강렬함, 청명한 하늘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라이딩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다. 라이딩에 필요한 체력과 페달링이 강화된, 소위 '몸이 오른 시기'이다. 휴가, 공휴일을 통해 더 잦은 여행 속에서 자연을 만끽한다.
3)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하늘이 높고 청명하다. 시원한 것 같기도하고 때로는 쌀쌀해짐을 느끼기도 한다.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운치를 느끼기도 하고, 생명을 다한 나뭇잎과 함께 몸도 움츠려드는 시기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새로운 생명력과 아름다운도 있다. 코스모스, 억새, 핑크뮬리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남아있는 시기이다. 라이더에게는 황금같은 시기이다. 겨울의 시즌오프를 걱정하며 못다한 라이딩에 박차를 가한다.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단풍 절경을 이 곳 저 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기이다. 자동차 이동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을 경험한다.
4)겨울은 만물의 회복 시기이다. 물론 춥다. 자연이 쉬지 않고서는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 없다. 성경의 희년처럼 자연은 겨울이라는 쉼과 회복 시기를 통해서 새로운 생명을 낳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렇다고, 겨울에는 풍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눈이 내린다. 겨울만 가지는 자연풍경의 아름다움이 있다. 물론 겨울에는 라이딩의 횟수가 줄어들다가 시즌 오프를 하기 때문에 라이딩 중에 그 자연을 많이 경험할 수 없다. 라이더 역시 쉼과 회복의 시기이다. 한 해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쉬어야 한다. 코어 운동을 하기도 하고, 실내 운동 및 로라 트레이닝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성장의 시간을 가진다.
라이딩이라는 일상의 작은 여행을 통해 이 아름다움 자연과 변화 속에서 힐링받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때때로 힘들기는 하지만, 자연이 주는 힐링과 성장은 나의 라이딩을 멈추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이다.
오늘 라이딩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