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 사르트르가 사무실에 온다면

벗어날 수 없는 시선과 관계의 감옥에서 나를 지키는 법

by 월하문


1. 업무보다 사람이 더 힘든 이유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퇴사 사유 1위는 늘 '연봉'이 아니라 '인간관계'다. 일은 배우면 늘지만, 사람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 말을 곡해하는 동료, 기분파 상사, 무례한 거래처. 우리는 종종 생각한다. "저 사람만 없으면 회사를 다닐 만할 텐데."

하지만 사람이 바뀐다고 해결될까? A가 사라진 자리엔 또 다른 빌런 B가 나타난다. 이 지긋지긋한 관계의 피로감에 대해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희곡 『닫힌 방』에서 단 한 줄로 요약했다. "타인은 지옥이다 (L'enfer, c'est les autres)."


2. 사르트르의 통찰: 왜 타인이 지옥인가?


이 말은 단순히 "남들이 나를 괴롭혀서 지옥"이라는 뜻이 아니다. 철학적으로 더 깊은 의미가 있다. 사르트르에게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주체(Subject)다. 하지만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The Gaze)' 순간, 나는 주체에서 객체(Object)로 전락한다.

사무실을 생각해 보자. 혼자 있을 때 나는 자유로운 인간이지만, 상사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평가받는 대리', '일 잘하는(혹은 못하는) 직원'이라는 사물로 굳어진다. 타인의 시선은 나의 자유를 박탈하고, 나를 그들이 원하는 프레임 안에 가둬버린다. 나의 존재 가치가 타인의 판단에 의해 규정당하는 그 상태, 사르트르는 바로 그것을 '지옥'이라 불렀다.


3. 지옥의 불길 속에서 살아남기


우리는 타인의 시선(지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아부하거나, 반대로 그들을 무시하려 애쓴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말한다. 타인이 존재하는 한 이 시선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영원히 지옥에 살아야 하는가? 역설적이게도 치유는 "타인은 나를 결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상사가 나를 "무능하다"고 평가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의 세계(지옥)에서 나를 객체화한 것일 뿐, 나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그들의 시선은 나를 스쳐 가는 하나의 의견(Opinion)일 뿐, 팩트(Fact)가 아니다.


4. 객체가 되기를 거부하라


상처받지 않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선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당신은 나를 그렇게 보시는군요. 하지만 나는 나를 그렇게 정의하지 않습니다."

타인이 나를 사물 취급하려 할 때, 나 스스로 주체의 자리를 지키는 것. 그들의 평가를 내 내면으로 들이지 않고 문전박대하는 것. 그것이 실존주의자가 사무실이라는 지옥에서 살아남는 방식이다. 우리는 타인의 시선 속에 갇힌 '박제'가 아니라, 매 순간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실존'이기 때문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장폴 사르트르, 『닫힌 방』: 세 남녀가 지옥(방)에 갇혀 서로를 끊임없이 시선으로 고문하는 내용의 희곡입니다. 짧지만 강렬합니다.

장폴 사르트르, 『존재와 무』: 타인의 시선과 인간의 자유에 대한 방대한 철학적 탐구가 담겨 있습니다.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

Q. 당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직장 동료를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이 내리는 평가가 당신의 '진짜 가치'를 몇 퍼센트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혹시 0%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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