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닿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과잉된 사유들
사무실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복잡함'과 싸웁니다. 단순한 기획안에도 수십 개의 데이터가 붙고, 명확한 결론을 두고도 수많은 가정(假定)들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회의는 길어지고, 보고서는 두꺼워지지만 정작 "그래서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모두가 침묵합니다.
철학을 전공하며 제가 배운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는 '더하는 법'이 아니라 '빼는 법'이었습니다. 14세기 철학자 윌리엄 오컴이 제시한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은 과잉된 수식과 불필요한 가정을 잘라내는 사유의 도구입니다.
핵심 원리: "경제성의 원리(Lex Parsimoniae)".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여러 가설이 있다면, 가장 적은 가정을 담은 단순한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원칙입니다.
도구적 가치: 불필요한 변수를 제거하여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게 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우리는 종종 '비관적 가설'이나 '타인의 의도'를 너무 많이 가정합니다.
"상사가 내 인사를 안 받아준 건 내가 어제 실수를 해서 나를 미워하기 때문일 거야." (가정 3개)
"상사는 그냥 바빠서 못 본 것이다." (가정 1개)
오컴의 면도날을 들이대면 후자가 훨씬 명쾌한 정답일 확률이 높습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화려한 디자인과 현란한 수식 뒤에 숨은 부실한 논리를 찾아내려면, 불필요한 껍데기들을 이 면도날로 깎아내야 합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며 문장을 다듬을 때 '불필요한 수식어'를 덜어내는 것이 가장 좋은 글쓰기였듯, 업무 역시 '경제적인 사유'가 가장 세련된 전문성을 만듭니다.
면도날은 단순히 업무 효율만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의 정신적 에너지를 보호하는 방패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만약에"라는 불필요한 가정들을 쳐낼 때 비로소 우리는 현재의 명확한 사실(Fact)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책상 위, 그리고 머릿속에 너무 많은 가설이 쌓여있지는 않나요? 가장 단순한 설명이 정답입니다. 본질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잘라내십시오. 면도날이 지나간 자리에 비로소 선명한 진실과 여유가 남을 것입니다.
"필요 이상의 가정을 세우지 마라. (Entia non sunt multiplicanda praeter necessitatem.)"
— 윌리엄 오컴
Q. 당신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일에서 '혹시나' 하는 불안이나 '타인의 시선' 같은 불필요한 가정을 3가지만 깎아내 보세요. 남겨진 본질적인 사실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