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도 부럽지 않다.
"저녁에 도미노 피자 먹을래?"
"갑자기? 좋지! 오늘 뭐 할인하는 날이야?"
"응, SKT가 60% 할인해 준대!"
"아, 진짜??? 그럼 먹어보자. 이따 봐."
여름만 되면 요리가 귀찮아진다.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도 가스레인지 화구 앞에서는 늘 땀을 흘리고, 엉덩이는 축축해진다.
이럴 때 들리는 할인 소식은 무척 반갑다. 배달음식도, 식당음식도 만만치 않게 비용이 드는데 이렇게나 크게 할인을 해주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끼(또는 두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대가 피자를 좋아하는 아내의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것도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아... 왜 안되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가 아침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시무룩한 아내에게 물었다.
"왜, 뭐가 잘 안돼?"
"아니, 도미노피자 홈페이지에 가서 한참을 기다려서 접속을 했거든? 그런데 잘 가다가 튕기는 거야. 겨우 결제 화면까지는 왔는데..."
"왔는데?"
"처음에 보였던 할인 쿠폰이 안 보이더라고"
할인 쿠폰이 보였는데, 안 보였다. 왜일까?
차분하게 도미노피자앱에 접속해 주문을 진행해 보니 역시나! 할인 쿠폰이 보이지 않았다.
'그냥 30% 할인받고 먹을까... 아! 아냐!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두 번, 세 번 접속해 봐도 결과는 똑같았다. '혹시...'
"다른 매장도 해 봤어?"
...
...
...
...
검색을 해보니, '제외 매장'이 있다는 사실. 쿠폰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주문 중 실시간으로 제외 매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매장 자체 제휴 포기?) 그렇게 그나마도 몇 개 없던 도미노 중에 마지막 도미노마저 무너지게 되었다.
아침부터 기대하던 밝은 그 얼굴, 그리고 결제화면에서 굳어버렸을 그 얼굴을 떠올리니 그런 생각이 든다.
사소한 것 하나가 이렇게 사람 마음을 무너뜨릴 수가 있구나.
(결국 하루가 지나 아내가 겨우 한 군데 발견했는데, 인근 시(市)에 한 군데 있었다. 시. 000도 00시 할 때 그 시. 행정구역으로써의 시.)
나는 서울 사람이 아니다. TV, 유튜브, SNS 광고에서는 늘 "전국 어디서나"라고 외치지만 막상 그 '전국' 안에 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가끔 느끼는 게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지도 바깥에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혜택이라는 달콤한 이름의 마케팅, 그럴듯한 포장은 특정 지역, 특정 사용자에게만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시'도 아닌 '군'에 살고 있는 아버지는 스타벅스 위치도 모르는 SKT 장기 고객이고, 앞으로도 장기고객일 예정이다. 인근에 사는 어머니는 '피자'를 좋아하시지만 아들이 같이 먹자고 하기 전까지는 시켜드실 수도 없는 분이다.
나는 기업을 욕하지 않는다. 피자가게를 미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 내가 느낀 이 허무한 감정은 작은 기대가 꺾였을 때 생기는, 바를 약도 필요 없는 일상의 상처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결국 (어디서든) 피자를 시킬 것이다.
언제는 할인을 안 했다고 안 먹은 것도 아니고, 어차피 기대하지 않았던 걸 괜히 기대만 부풀려졌을 뿐이다.
나는 '전국 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지도 밖의 주민이지만 그래도 괜찮다. 우리 집엔 아내가 있고, 딸이 있고, 냉장고에는 콜라도 있다. 무심한 기업 대신 내 입맛을 잘 알아주는 가족이 있으니까...
나는 부럽지 않다.
나는 괜찮다.
진짜 괜찮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