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홍보담당자가 바라본 김선태 전 주무관님
나는 한때 소방서에서 홍보 담당자로 일했다. 그래서 공공기관 SNS와 유튜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무너지는지도 어느 정도는 안다. 겉에서 보면 공공기관 채널은 단순해 보인다. 영상 하나 만들고 올리면 되는 일처럼 보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 아이디어 하나를 실행하는 데에도 수많은 검토와 시선이 따라붙는다. (상신하면 검토 단계에서 잘리고, 욕 안 얻어먹으면 다행. 성공해서 업로드하면, 시큰둥, 욕 안 얻어먹으면 다행)그래서 대부분의 공공기관 콘텐츠는 안전한 방향으로 흐른다. 무난하고, 딱딱하고,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는 방식으로.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는 대체로 아무도 보지 않는다.
그래서 충주시 유튜브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공공기관이 이런 콘텐츠를 만든다고? B급 감성, 자기 풍자, 예상치 못한 유머. 그때 나는 생각했다. “아, 이건 쉽지 않겠다.” 콘텐츠의 톤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조직 안에서 밀어붙인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홍보 담당자였기 때문에 안다. 공공기관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만 튀는 아이디어를 내도 돌아오는 말은 대개 비슷하다. “작년에 했던 방식으로 하자.” “괜히 문제 만들지 말자.” 누군가 욕을 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담당자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대부분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안전하게 가는 게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김선태 주무관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는 지금 모두가 알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는 대한민국 공공기관 채널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되었고, 이후 많은 공공기관들이 조금 더 자유로운 콘텐츠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 홍보의 문법 자체가 바뀌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언젠가 그가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남이 잘 되는 것을 오래 지켜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누군가는 끌어내리려고 한다. 마치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동시에 시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나는 그 시기하는 마음 자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만 있어야 할 말들이 익명의 뒤에 숨어 세상 밖으로 배설되는 장면을 볼 때면 조금 서글퍼진다. 누군가의 이름을 가린 채 던지는 말들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흔들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봐 왔다.
그래서 나는 김선태 주무관이 잘 나갔다고 생각한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당당하게, 더 자유롭게 일하면 된다.
나는 그가 처음 충주시 콘텐츠를 만들던 시절부터 봐 왔다. 고구마 하나를 손으로 대충 그려놓고 “고우고우” 하던 장면도 기억난다. 경로당 사업 홍보를 하면서 “노? 인정!” 같은 말장난을 던지던 장면도 기억난다.
(이때 정말 충격을 받고 한 동안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있다.)
최초의 B급 홍보를 할 때 김선태 주무관에게 어떻게 진행할 수 있었나 묻자 이렇게 답했다.
1인 결재
지금 보면 웃긴 장면이지만, 그때 그걸 공공기관에서 한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는 많은 것을 감당했을 것이다.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말과 시선을.
김선태 주무관은 단순히 하나의 유튜브 채널을 성공시킨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공기관 홍보의 프레임을 바꾼 사람이다. 공공기관도 재미있을 수 있고, 공공 정보도 웃으며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 영향력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기업과 개인 콘텐츠에도 적지 않은 흔적을 남겼다.
세상에 시기가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사실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누군가의 성공은 갑자기 떨어진 행운이 아니라는 것. 그 안에는 그 사람이 갈아 넣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피와 땀과 눈물이 함께 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 잘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의 결과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쌓인 시간을 한 번쯤 떠올려 보자.
그게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괜찮은 세상을 만드는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