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만에 쓰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취재기
해외 유명 축구 클럽을 초대해 친선경기를 치르는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1년 만에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고 2022년 토트넘과 세비야를 초대한 게 처음이었고 2023년에는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올해는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한 토트넘은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인기 구단이다. 이유는 단연 손흥민의 존재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장, 한국 축구를 넘어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데에 이견이 없는 실력과 깔끔한 인터뷰 스킬, 준수한 외모와 넘치는 팬 서비스까지 보유한 손흥민을 싫어하는 팬은 없다. 사실 있기는 한데 음지에 숨어 있는 것 같다.
각설하고, 2022년에 이어 다시 한번 토트넘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를 다녀왔다. 토트넘은 2년 전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세비야와 친선경기를 했고, 이번에는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 K리그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었다. 지난해에는 팀 K리그와 아틀레티코의 경기를 취재했다.
나도 한 명의 축구팬인지라 2년 전에는 토트넘 선수들을 볼 생각에 굉장히 설렜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쿠팡플레이 시리즈가 하는 날은 더워도 너무 덥다.
토트넘과 팀 K리그의 경기가 열린 수요일, 기상청은 오전 10시에 폭염주의보를 폭염경보로 격상했다.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까지 올랐다. 경기장에 도착했던 5시 30분경 마포구 일대의 체감기온은 34도였다. 장마가 끝난 직후인 데다, 한국 날씨가 점점 동남아시아 기후처럼 변해가고 있어 습기도 엄청났다. 예상은 했지만 몸으로 느끼는 건 또 달랐다.
기자실에서 만난 선배들과 '오늘 정도면 폭염취소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덥고 습했다. 경기 시작 30분을 앞두고 올라간 취재석은 정말 끔찍했다. 내가 서울에 있는 건지, 방콕(사실 방콕이 얼마나 더운지 모른다. 생각나는 동남아의 도시라 썼다)에 있는 건지 헷갈렸다. 유독 더위를 잘 타는 나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땀을 한 바가지 쏟았다.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 45분, 혹은 그 이상을 뛰는 선수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잔디에서 올라오는 습기도 장난이 아닐텐데 말이다. K리그가 이 시기에 휴식기를 보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도 토트넘은 토트넘이라는 걸 증명한 전반전 손흥민의 멀티골 이후 두 번의 찰칵 세리머니, K리그의 저력을 보여준 후반전 일류첸코의 멀티골과 오베르단의 원더골은 흔히 표현하는 '더위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득점이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팬들과 취재진이 경기장을 찾는 이유이기도 했다.
좋은 이야기만 있던 건 아니다.
팬들이 평소 잘 보지 못하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찾듯이, 기자들도 평소 보기 힘든 사람들을 쿠팡플레이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다. 하프타임 공연을 한 트와이스 이야기는 아니다(엘레베이터에서 보기는 했다).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던 건 영국 매체 풋볼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 아저씨와의 만남이었다.
흔히 '토트넘 1티어'로 불리는 골드 기자는 토트넘 전담기자 중 최고답게 토트넘의 프리시즌 투어를 모두 동행하는데,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좋은 기회가 생겨 인터뷰를 했었다. 선수만큼 신기해서 인터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는데, 이번에 일본 프리시즌 투어도 간 걸 보고 한국에도 올 거라고 생각해 미리 갤러리를 뒤져 그 사진을 꺼내놓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골드 기자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 엘레베이터 앞에서 골드 기자를 만났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 당신과 2년 전에 사진 찍었다. 기억하나?"라고 하니 웃으며 기억한다고 했다. 2022년에 마스크를 쓰고 있던 한국인 기자를 기억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립 서비스라고 해도 기분은 좋았다. 오늘 경기 기대하냐길래 2년 전보다 더 기대 중이라고 답했다.
한창 기분 좋게 얘기하던 중 경호 측에서 갑작스럽게 아티스트 이동 때문에 기자실 인근 엘레베이터 대신 다른 곳으로 우회해달라고 공지했다. 다른 엘레베이터를 이용하려고 하니 이동하는 길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이 이곳으로는 지나갈 수 없다고 막았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올라가요?
보안 업체 직원들끼리도 소통을 안 한 채로 공지한 것 같았다. 물론 바쁜 아티스트를 배려하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도 놀러온 건 아니다. 결국 만원 엘레베이터에 되는 대로 탔고, 골드 아저씨를 비롯한 외신 기자들은 계단으로 올라갔다. 외신 기자들이 모두 보고 있는 상황에서 소통과 교통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은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였다.
보안은 외주를 맡긴 거라 쿠팡플레이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도 아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확실한 매뉴얼을 정해두거나, 적당한 유연함을 갖춘 직원들을 배치하면 어땠을까 싶다. 첫 해나 두 번째 해라면 모르겠는데 이제 3년차라면 어느 정도 매끄럽게 잘 진행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경기장 시작 전 심판진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라인업 용지에는 분명히 김종혁 심판이 주심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는데, 아마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 심판진을 소개한 것 같았다.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쿠팡플레이 시리즈에 대한 평판을 만드는 거다.
그래도 쿠팡플레이 시리즈는 분명히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토트넘과 세비야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까지 한국으로 불렀다. 2019년 유벤투스가 방한했을 때처럼 논란도 없다. 내년, 내후년에는 어떤 팀을 한국에서 볼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다만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덜 더운 날에 경기가 열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