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도 종료
2013시즌부터 K리그에 도입된 승강 플레이오프는 눈물만 남는 경기다. K리그1 무대에 도전하는 K리그2 팀은 승격하면 승격하는 대로 기쁨의 눈물을, 승격에 실패하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린다. 시즌 내내 강등 압박을 받았던 K리그1 팀도 잔류하면 안도의 눈물을, 강등된다면 슬픔의 눈물을 쏟아낸다. 저마다의 간절함이 있었을테니 어느 쪽의 눈물이 더 진하다고 이야기하지는 못하겠다.
일을 처음 시작한 2022시즌 담당 구단인 수원 삼성이 10위를 차지해 K리그2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올라온 FC안양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기억이 난다. 그 덕(?)에 안양종합운동장을 처음으로 갔었다. 오랫동안 안양에 팀이 생기길 기다렸던 안양 팬들은 마침내 1부리그로 올라갈 기회가 오자 신이난 듯했다.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이 무승부로 끝난 이후 분위기가 더 좋았던 쪽은 안양이었다.
안타깝게도 그해 안양은 승격하지 못했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현재 KRC헹크(벨기에)에서 뛰고 있는 오현규의 극장 결승골로 수원이 승리했다. 안양 팬들이 흘린 아쉬움의 눈물, 창단 첫 강등 문턱까지 갔던 수원 팬들이 쏟은 안도의 눈물을 기억한다.
작년에는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원FC와 김포FC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취재했다. K리그2에서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플레이오프까지 오른 김포는 분명히 위협적이었지만 이번에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원 팬들도 1년 전 수원 팬들처럼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K리그2 시절을 기억하는 강원 팬들이 내건 걸개에 적힌 '격류와 탁류를 넘어 잔류의 품으로'라는 문구는 강원의 한 시즌을 요약한 문장이었다.
올해에는 대구FC와 충남아산FC의 2차전을 취재하기 위해 대팍(DGB대구은행파크)에 다녀왔다. 마음 같아서는 1차전도 가고 싶었지만 연차를 쓰고 여행을 다녀오느라 1차전은 중계로만 봤다.
1차전은 가히 플레이오프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 충남아산이 3-0, 4-1로 리드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를 본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대구 입장에서는 다행히 경기 막판 대구의 왕 세징야가 순식간에 두 골을 집어넣으면서 4-3, 1점 차 스코어를 유지한 채 충남아산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2차전 역시 명경기였다. 대구는 또다시 세징야를 앞세운 공격으로 플레이오프 합산 스코어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에드가의 추가골로 기어코 점수를 뒤집었다. 충남아산은 경기 막바지 주닝요의 페널티킥 추격골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갔다. 연장전 전반에 터진 이찬동의 득점이 결승골이 되면서 합산 스코어 6-5로 대구가 잔류했지만, 충남아산의 공격수 호세가 퇴장당하는 변수가 없었더라면 승부차기까지 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였다.
벼랑 끝에서 간신히 생존한 대구의 선수들, 코칭 스태프, 팬들, 구단 직원들까지 모두 눈이 시뻘개질 정도로 울었다. 역사적인 시즌의 마지막을 승격으로 장식하려고 했던 충남아산도 마찬가지였다. 충남아산의 김현석 감독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자마자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대구 박창현 감독의 목소리에도 울음이 섞여 있었다.
현행 승강 플레이오프 체제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K리그1 팀이 12개에 불과한데 1+2(자동강등 1+플레이오프 2) 제도는 너무 가혹하다는 주장, 그리고 리그의 흥행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부딪힌다.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 제주 유나이티드의 김학범 감독은 입을 모아 1+2 체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K리그가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도입 3시즌 만에 방식을 바꿀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1+2 체제는 K리그2 팀들에 승격의 기회를 더 열어주지만, K리그1 팀들은 시즌 내내 강등에 대한 부담을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한다. 플레이오프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당장의 흥행 면에서는 당연히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방식이 100%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내가 세 번의 플레이오프를 취재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남는 건 웃음보다 눈물이라는 거다. 눈물의 의미는 저마다 다르지만 플레이오프는 분명히 희망보다 절망에 가까운 경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