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첫 글

나의 새로운 정체성

by 비움


2025년 9월 24일 오후 3시 29분.


회사 화장실 거울 앞. 메일 알람이 울렸다.

손에 남은 물기 때문에 터치도 잘 안 되는 스마트폰을 비벼가며 메일함을 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신청한 지 이제 이틀도 안 됐는데…?’

벅차오름보다는 ‘스팸인가?’부터 확인하는 내 모습에 실소가 터졌다.

나지막이 “됐구나…” 하는 감정 없는 혼잣말을 내뱉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산더미 같은 일을 처리했다.


이 소식을 실감한 건 퇴근길 전철에서였다.

글쓰기 모임 밴드방에 메일 캡처를 올리며 “브런치 작가가 됐다”라고 전했을 때,

비로소 감정이 터져 올라왔다.

그제야 이 기쁨이 온전히 ‘글쓰기 모임’ 덕분임을 알게 되었다.


올해 2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 모임.

그때의 나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간절함보다

‘뭐라도 한번 해보자’는 막연한 동기로 발을 들였다.

모임은 인기가 많아 대기 1번을 받았는데, 운 좋게도 앞사람이 빠지면서 기회가 내게 왔다.


25년 2월 15일, 겨울. 첫 오프라인 모임.

아무 준비도 없이 몸뚱이 하나 들고 간 나는 긴장했다.

누군가는 언젠가 소설을 써보고 싶다 했고,

누군가는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했다.

또 누군가는 시, 또 누군가는 자기 계발서, 혹은 산책의 기록을 이야기했다.

그 욕망들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았다면 거짓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는 ‘출판’, ‘북 페어’, ‘책을 내는 법’, ‘편집자 고용’ 같은 이야기.

그 속에서 처음 들은 단어 ‘퇴고’.

몰래 GPT에 검색해 본 것도 이제야 밝힌다.


이런 분들 사이에서 내가 뭘 쓸 수 있을까?

의외로 결론은 명확했다.

여기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는 끝장이다.

나는 그냥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처음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어설프게 내 욕심을 담아 글을 다듬어봤자 티도 안 난다.

차라리 인정했다. 부족함을.

그 순간 생각이 선명해졌다.

그냥 매일 쓰고, 매일 올리자.

부끄러움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니까.


그렇게 4개월. 거의 매일같이 글을 썼다.

읽어달라는 말도 미안할 만큼 무식하게 쓴 글들이었지만, 다들 정성껏 읽고 피드백을 주셨다.

그 무식한 글들에 오히려 “자극이 된다”는 피드백을 주셔서, 더 신나게 올릴 수 있었다.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던 건, 이런 환경 덕분이었다.

나의 볼품없는 글들을 읽어준 분들 덕분이었다.

그러니 오늘 이 결과는 전적으로 ‘글쓰기 모임’의 힘이다.

주최해 주시고, 열심히 활동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올해가 100일 남은 이 시점.

누군가는 ‘올해가 얼마 안 남았네’라는 말을 던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한 7개월.

꾸준히 하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몸소 체험하니,

앞으로 남은 100일은 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도전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준 '브런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