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틀

생각의 변소

by 비움



너는 생각이 너무 많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이 들어온 말 중 하나이며,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이것을

나의 시선에서 한번 풀어봤다.


생각이 많으면 뭐가 문제일까?

'쓸데없는 생각이 많다.'

'쓸데없는 걱정이다.'

'뭐 그렇게 복잡하게 살아?'


간단하게 정리하면,

'쓸 곳이 없는 생각'들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

이런 에너지 낭비는 '피곤함'을 가져온다는 것.


맞다. 사실 대다수의 생각은 쓸모없다.

그런 생각들은 때론 나를 갉아먹고,

때로는 너무 흥분하고 들뜨게 한다.



내 생각의 대부분은 '상상'

내가 말하는 생각의 대부분은 상상이다. 그리고 상상에는


-창의적인 상상

-계획적 상상

-비현실적인 상상(공상, 몽상, 망상) 이 있다.




말로는 이렇게 쉽게 분류할 수 있지만,

실상은 우리 머릿속에서는 그냥 뭉뚱그려서 상상을 할 뿐이다.

나의 공상이 사실은 세상에 도움이 될 창의적 상상이 될지,

창의적 생각이라고 느낀 것들이 '망상'에 가까울지는

우리 머릿속에 있을 때는 결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대다수의 '상상'들은

잠깐 소비되고 사라질 뿐이다.

그 순간순간에 떠오르는 감정들을 연료 삼아

망상인지, 공상인지, 귀중한 상상인지도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소비만 되고 사라지는 상상들을

나는 '생각의 쓰레기'라고 부르기로 하였다.


아름다운 상상이었을지 몰라도,

말 그래도 '감정만 파먹고 쓸데없는 것'들이 되어버린 순간.

흔히들 말하는 의미의 '생각이 많은 사람'이 되어버린다.


그러나, 한 번만 뒤틀어서 생각해 보면

이런 생각의 쓰레기들은 재활용 가능성이 있다.

우선 이것들을 어떻게든 내 안에서 밖으로 꺼내놓는 것이다.

꺼내놓고 이리저리 이어보고 잘라보고 뭉쳐보면,

일련의 공통점들이 하나둘씩 보이는데

이때, 창의적 상상과 몽상. 공상들을 하나하나 분류할 수 있다.

그렇게 나의 기준과 취향이 담긴 나만의 분류법이 희미하지만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우선 꺼내놓고 버릴 것들을 분류하고 이것저것 엮어보는 것.

그것이 나만의 브랜드. 나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가는 것이며

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왕의 변을 ‘매화’라 불렀고,

왕의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궁중 어의들은 매일 매화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때로는 맛을 보면서 왕의 건강을 진단했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 “으악!” 소리가 나지만,

중요한 건 배설물이 곧 건강의 지표라는 사실이다.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이 배설물과 다르게

우리의 생각은 배설할 공간이 그다지 없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진단하기 어렵다.

그에 따라 남을 거울삼아서 나를 바라보는 방식만이 퍼져있을 뿐이다.


2024년 강남에서 가장 많이 개업하는 병원이 정신과라고 한다.

정신건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대.

이것은 어디에서 올까? 결국 ‘나는 누구인가?’로 귀결되는 뻔하지만 중요한 결말에 다다른다.

우리에게는 생각을 배설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글쓰기라는 매화틀로 삼아서 내 안의 것들을 꺼내놓고 살펴본다.


나에게 궁정 어의는 없지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나만의 어의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면서.

매일매일 '생각의 쓰레기'를 뱉어내고 배설한다.